이 글은 8월 3일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온라인 토론 ‘문재인 정부의 위기’ 발표를 약간 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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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세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5월 1주차에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71퍼센트(부정평가 21퍼센트)였는 데 반해, 7월 4주차에는 부정평가가 48퍼센트로, 긍정평가(45퍼센트)를 앞질렀다.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일어난 것이다. 7월 5주차 조사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총선 전후로 회복했던 지지율이 석 달 만에 다시 빠진 것이다. 총선 한 달 전인 3월 1주차 조사에서는 부정평가가 48퍼센트로, 긍정평가 44퍼센트보다 높았다(한국갤럽). 3월 2주차부터 오르기 시작한 지지율이 총선 직후 정점을 찍었다가 두 달여 만에 사라진 셈이다.

ⓒ그래픽 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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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급락의 결정적 요인은 경제 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도 부족한 상황에서 집값 폭등은 불평등에 대한 절망과 반감의 요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회사가 공동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퍼센트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권 지지층에서도 정부가 잘못했다는 답변이 51퍼센트였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다가 부동산 정책 때문에 지지를 철회했다는 응답이 24퍼센트였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의회 정치 무시”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부동산 관련 법안 통과를 속전속결로 처리한 이유이다. 민주당은 7월에 내놓은 이른바 “임대차 3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주택임대차보호법·부동산거래신고법)”을 7월 30일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을 8월 4일 본회의에서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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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와 올해 총선 비교

총선 압승 후 지지율이 다시 하락한 것이 뜻하는 바는 2018년 지방선거 때와 비교해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전국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초는 문재인 정부 집권 만 1년 시점으로,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컸다. 반우파 정서도 지금보다 더 강했고, 개혁과 적폐 청산에 대한 기대도 훨씬 더 컸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문재인 정부도 노골적으로 개혁을 후퇴시키거나 배신하지 못했다.

그때 문재인 정부는 중도층이 당시 자유한국당(지금의 미래통합당)에 대한 반감을 유지하고 있던 덕을 봤고, 진보층 대부분이 정부와 협력해 우파를 약화시키고 개혁을 획득한다는 전략을 지지한 덕을 봤다. 가령 임기 첫해에 최저임금 인상 등을 보면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경제가 회복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방선거 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60~70퍼센트대였다.

특히, 지방선거 직전인 4월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으로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전략은 더 힘을 얻었다. 그런데 한 독일 기자는 당시 “지난 두 번(김대중·노무현)의 남북정상회담과 이번이 다른 것은 대통령이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회담을 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상회담이 선거에 도움이 됐지만 정상회담 이전에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높은 지지를 받으며 공식정치에서 우파 야당에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와 경북을 빼고는(이곳에서도 과거에 비해 약진했다) 다른 모든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들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총선 전 상황은 그때와는 달랐다. 앞서 봤듯이 3월 초에만 해도 여권 내부에 총선 패배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문재인은 2월 중순 섣부르게 코로나 감염 확산이 진정되고 있으니 경제 활동을 재개하자고 했다가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가 크게 확산되면서 곤혹을 겪었다. 게다가 세계적 수준에서 경제 침체가 코로나 사태와 결합되면서 한국도 일자리와 소득이 급속히 줄어드는 위기가 시작됐다. 이 때문에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여권 지지율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었다.

반면, 박근혜 퇴진 운동의 여파로 분열했던 우파 야당들은 재통합하며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조금씩 좁히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방역에 적극 나서고, 이를 위해 여권 전체가 언론과 행정 권력을 통해 요란한 신천지 마녀사냥을 벌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당선 의석수를 놓고 보면 여당의 압승이지만 선거구 득표를 들여다 보면 그림이 조금 달라진다.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수도권에서는 통합당과의 표차가 2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영남에서는 당선자 비율이 2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모두 비례투표용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썼는데,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통합당의 위성정당보다 조금 적게 표를 얻었다. 민주당의 진짜 2중대 정당인 열린민주당까지 합치면 더 많긴 하지만, 둘을 합쳐도 정당비례 득표가 전체 투표의 40퍼센트를 넘지 못했다.

이렇게 조금 자세히 2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여권이 총선 이후 획득한 정치적 우위가 확고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그 2년 동안 경제 회복도, 개혁 염원의 실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린다더니 오히려 개악했고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더니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조선업 등의 대량 해고를 방치했다. 적폐 청산은 멈췄고 부패와 위선은 두드러졌다.

코로나 반사이익의 내용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코로나 반사이익을 크게 얻었기 때문이었다. 총선 압승 덕분에 지지율이 더욱 올랐다. 총선에서 이겨 입지가 강해진 정부가 선거에서 표출된 대중의 경제 회복 염원을 실현해 줄 것이라는 기대였을 것이다. 결국 지금의 지지율 하락과 위기의 지표들은 이 반사이익과 기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코로나 반사이익을 얻은 요인은 첫째, 선진국의 방역 실패로 한국의 방역이 상대적으로 돋보여 해외 언론들이 “K방역”을 극찬한 것이다. 정부에 친화적인 언론들은 애국심을 이용해 이런 해외 보도를 증폭시켰다. 한국은 반세기 동안 선진국 따라잡기에 매진해 온 나라였다. 선진국보다 감염병 방역을 더 잘 하고 이를 해외 유수의 언론이 칭찬했다는 것은 정권에 도움이 되기에 충분했다.

선진국들이 방역에 실패한 이유를 잠깐 언급하자면, 신자유주의와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방역을 포함한 공중보건 시스템이 급속히 약화돼 온 탓이 컸다. 게다가 많은 정부들이 매우 무책임한 방임 기조를 유지해 문제를 더 키웠다.

둘째, 제1 야당인 통합당이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를 고집하며 긴급재난소득 지원마저 반대하면서 대중의 반감을 샀다.(이후 입장을 바꿨지만 늦었다.)

셋째, 코로나 대처 국면에서 노동계 등 진보진영 지도부들이 민중주의(진보 포퓰리즘)적으로 정부·여당을 지지하면서, 진보 측의 관점에서 정부 대책의 문제점이나 부족과 실패를 비판하고 폭로하는 일이 거의 실종됐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안 좋던 세계경제에 새로운 타격을 줬다. 이렇게 복합 위기가 전개되면서 해외에서나 한국에서나 국가의 역할이 커졌다. 방역에 성공하고 경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사회적 자원을 대대적으로 동원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역량과 의무·자격(공적 권위)을 갖춘 것이 당장은 국가이다.

또한 국가적 위기이므로 우선 국민적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게다가 감염병도, 경제 위기도 국경 밖에서 들어온 것이므로 국민적 단합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정부가 말하기도 더 쉬운 면이 있었다.

개혁주의자들은 이 분위기를 이용해 노동계급에 양보를 요구할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다시 띄웠고, 민주노총 집행부도 이에 적극적이었다. 노동운동 안팎의 개혁주의자들은 국민적 협력과 합의 추구 분위기(“국민적 공감대”)의 일부가 됐다. 문재인의 방역 정책과 경제 위기 대책의 한계와 허점, 모순을 지적하고 저항을 조직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렸다.

총선 전후 얻은 지지를 정부가 금세 잃은 것의 의미

국가 개입 문제를 대표하는 이슈는 소액의 재난지원금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개입을 배제하고 시장에 맡겨 놓자는 통합당의 신자유주의 기조는 무책임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정부와 민주당 자치단체장들은 국가가 나서서 방역뿐 아니라 비상소득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민주당 단체장들은 부족한 액수나마 실제로 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도 무책임한 정부와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감이 강하게 표출됐었다. 반대급부로 국가의 책임성(여기에는 공정성에 대한 염원도 포함됐다)에 대한 염원이 강하게 드러났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에 호응이 컸던 것이나 (정부의 무책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월호 참사 문제가 운동 안에서 큰 지지를 받았던 것들이 그 증거였다.

한편, 노동조합과 노동계 정당들은 오랫동안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반대하며 의료 공공성 등을 주장해 왔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공공성을 얘기하고 실제로는 친시장경제 정책을 흔히 펴고 있음을 폭로하고 항의를 조직할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총선 직후 노조 지도자들은 정부와의 대화 기조로 급속히 나아갔다. 총선 전에도 노동계 정당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체로 협력해 오며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해 왔다. 그런 정치적 관성 때문에 여당의 총선용 위성정당 편법에 당황하고 자중지란을 겪으며 오히려 위신만 상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차별화의 필요를 느꼈지만 갑자기 방향을 트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할 수 있었던 덕분에도 민주당은 총선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가 다수 의석을 이용해 자신의 삶의 위기를 해결할 진정한 개혁 정책들을 추진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리라 기대한 것이다. 총선 이후에도 지지율이 급등한 배경이다.

그러므로 최근의 지지율 하락은 문재인 정부가 자신에게 지지를 보낸 대중의 핵심적인 염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오히려 실망과 환멸과 배신을 안겨준 결과로 봐야 한다. 재난지원금이 요란하게 지급됐지만 “반짝 소비” 효과만을 냈을 뿐이다. 오히려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정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불만의 성장

코로나와 경제의 이중 위기는 노동계급 등 서민층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더 심한 과로로 내몰린다. 일부는 경제 활동 축소로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줄었다. 생계형 대출이 늘고 보험이나 적금 해약이 늘어나는 것에서 보듯이, 생활고가 커지고 해결은 깜깜한데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까지 어둡게 한 것이다. 집값 상승은 그 자체로도 서민들의 소득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개인적인 탈출구를 찾아 해결하기도 어려운 문제이다.

서민층 청년들에게 부동산 문제는 일종의 불공정 경쟁이다. 사회로 진출하는 시작부터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은 개인들끼리 경쟁시키며 파편화시키고는, 불평등을 개인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이들을 패배자 취급한다. 좌파의 담론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런 불만이 공정한 경쟁에 대한 염원으로 표현되기 쉽다.

문재인 자신이 ‘공정’을 (남북관계, “노동존중” 등과 함께) 강조해 왔으므로, 구체적 맥락에서 청년들의 이런 염원은 국가에 각 영역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라는 요구로 표현되곤 했다. 그러나 문재인 식 개혁은 늘 말과 행동, 약속한 목표와 실제의 결과가 다르다. 이 때문에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염원은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위선에 대한 환멸과 배신감으로 이어졌다. 물론 총선 전에는 더 신자유주의적인 우파가 더 싫어서 민주당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경제 회복과 생활고를 국가의 힘으로 조금이라도 해결해 주길 바랐던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았다. 사람들이 보기에 총선 뒤 문재인 정부가 편 정책은 선의와 공정을 보장해, 돈 있고 힘있는 자들과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사이에 균형을 맞춰 주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문재인 정부는 부자들에게 쩔쩔매면서 미봉책만 내놓다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전 국민 고용보험 얘기를 꺼내놓고는 경제관료들과 기업주가 정색을 하고 반대하니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조차 그 이슈를 치워버렸다. 물론 미봉책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악화를 시킨다. 부동산 문제의 경우에 실은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게 하는 정책을 펴 왔다.

문재인 포퓰리즘의 위기와 양극화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에도 한국 자본주의를 괴롭힌 경제 장기 침체 문제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 불안정(미·중 갈등이 중심에 있는) 때문에 국가의 구실과 그것을 둘러싼 쟁투가 갈수록 중요해져 왔다. 그런데 감염병 확산으로 국가가 마련하고 시행하는 방역 시스템이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활동가들이 국가 문제를 잘 다루는 것이 더더욱 중요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총선 때 얻은 반사이익에도, 그 반사이익이 지금은 사라져 버린 것에도 경제뿐 아니라 그것에 대한 국가 개입, 또 그것을 둘러싼 기대와 실망, 갈등의 문제가 관련돼 있다. “정치”가 갈수록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에서 정치의 의미는 단지 공직에 진출하는 선거 정치와 의회 정치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부차적이다. 국가를 둘러싼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적 의미에서 정치다.

앞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를 인용해) 부동산 정책과 집값 문제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응답자가 24퍼센트라고 했는데, ‘지지(철회)에 영향 없다’는 대답이 65퍼센트였다. 민주당과 통합당 고정 지지층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을 정의당과 국민의당 지지층에게 던졌을 때, ‘지지했다가 철회했다’는 응답 비율이 각각 34퍼센트, 37퍼센트였다. 전체 평균인 24퍼센트보다 높은 수치이다. 민주당의 바로 옆 좌우(중도 좌우)에서 이반이 생기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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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침체 속에서 노동계급 등 서민층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주들은 초조해지면서 더한층의 친기업 지원 정책과, 노동자 운동과 좌파에 대한 단속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지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논란이 이런 좌우 양극화를 잘 보여 준다. 부자들과 노동계급, 도시 중간계급이 모두 화가 났다.

그러므로 지금의 위기는 문재인의 포퓰리즘 전략과 언사를 활용한 정치가 위기를 겪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극화를 견제하는 중도의 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3대 기둥(남북관계, 재벌 개혁과 갑을 관계 개혁 등을 포함한 공정 담론, “노동존중”)이 모두 지금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금껏 문재인의 포퓰리즘은 보수파들의 무능과 진보파들의 협조 덕분에 득을 봐 왔다. 위기가 파국으로 가지 않았던 이유이다. 그러나 바로 이 효과가 이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을 달리 표현하면,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강점이었던 것이 이제 약점이 되고 있다.

정권 실세 부패 의혹과 검찰 길들이기

현 여권이 상당히 공을 들인 검찰 길들이기는 국가 관리자들 간 권력 투쟁인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돼 왔다.

여권은 한때 자신들이 정권 창출과 인기 유지의 1등 공신이라고 불렀던 윤석열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 윤석열 측근이라고 해서 공격의 초점이 된 검사장 한동훈은 박근혜·이명박·이재용·양승태 등의 구속 수사에 모두 관여해 윤석열과 함께 우파의 미움을 산 인물었다. 지난해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때 우파 유튜버가 자택을 찾아가 협박 방송을 했던 일이나, 임명 후 윤석열이 한동훈을 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발령했을 때 우파의 반응을 떠올려 보라.

그러나 반부패수사부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 서류 위조 혐의 등을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검찰 개혁 명분으로 온갖 수사 방해가 벌어지고 급기야 찍어내기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이은 인사 조처와 지휘권 발동으로 현 정권에 대한 수사에 제동이 걸리고 수사력이 약해지고 더뎌지는 것을 보면, “통제되지 않은 검찰 권력이 선출된 정부를 위협하므로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고 했던 주장이 허구적이었고 극도의 위선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정권이 막으려고 했던 것은 단순히 조국 개인에 대한 수사만이 아니다. 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수사들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지금 정권 실세들과 연결된 것으로 의심받는 대형 금융사기 건만 3개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사건,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기 사건, 라임자산운용 사건. 모두 펀드 사기 피해 사건이고 피해액을 더하면 3조 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앞의 두 건은 처음 돈을 모집하는 단계에서부터 사기가 목적이었던 범죄였다.

세 사건 모두 사기 피해로 지목된 돈이 단순한 투자 손실 성격이 아니고, 사건의 조사나 수사를 막는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가 이뤄졌다는 의혹, 그리고 불법 정치자금 의혹까지 있다. 그러므로 수사할 만한 요건이 되는 사건들이다. 그런데 수사 진척이 매우 더뎌졌다.

옵티머스 사건은 공공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면서 돈을 모집해 놓고, 모집한 돈을 엉뚱한 곳에 투자하며 빼돌린 사건이다. 이 사기의 주범 격 공범인 윤모 변호사의 부인(민변 변호사 출신)은 현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그녀의 명의가 옵티머스가 투자한 회사들의 주주 명단에서 나오고 있다. 옵티머스의 전현직 대표인 이혁진과 김재현 모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학 동문이라는 친분을 자랑하며 활용해 왔다고 한다. 이혁진은 다른 횡령 건 등으로 수사를 받는 중에도 버젓이 출국해 대통령 해외 행사에 나타나기도 했다.

라임펀드 건에서도,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도록 관련 금감원 내부 정보를 빼내 준 대가로 뇌물을 받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금융감독원 출신)이 구속돼 있다. 라임펀드의 정치권 로비 대상으로 친노 실세로 불리는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실명이 진작에 오르내렸다. 그러던 중 노사모 출신 민주당 부산 사하구위원장 이상호가 최근 구속됐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에게 제기된 혐의 중 하나가 금융감독원 출신 유재수가 유관 업체로부터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그대로 덮도록 한 일이다. 라임과 옵티머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청와대 관리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조국의 민정수석실 소속이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도 모집부터 사기였는데, 이는 투자 회사 자체에 불법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주범 이철은 이 건으로 이미 총 14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 점이 이제 수사가 시작 단계에 있는 나머지 사건들과 다르다.(추가 고소가 최근 있었다.) 투자자들에게서 사기를 쳐서 모은 돈의 행방도 묘연하다.

그런데 이 회사가 주최한 (투자자 모집에 도움이 될) 공개 강연에 친노 실세들이 줄줄이 나갔다는 사실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알려졌다. 이철은 친노 출신으로, 유시민의 당이었던 국민참여당의 지역 간부를 지냈다. 사기가 벌어지고 있던 그 시기에 이 회사를 홍보하는 강연(2012~2014년)에 강연자로 나선 인물은 노무현 정부의 국정홍보처장 출신인 김창호, 현재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김현종, 김용익 등과 청와대 전 정책실장 김수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도종환 전 문화부장관,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이다. 이 중 김창호는 이미 이철에게 수억 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살았다.

화제가 된 신라젠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투자했던 회사로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유시민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와 신라젠 두 회사의 홍보에 모두 참여했다. 유시민이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본다고 유튜브 방송에서 먼저 터뜨렸던 것도 이 의혹설과 연관돼 있다.

검찰을 둘러싼 갈등 배경

누구나 욕심 낼 만한 이 아이템에서 특종을 내고 싶은 욕심에 채널A 기자가 무리수를 두다가 사달이 난 것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다. 채널A 기자는 특종 욕심에 눈이 멀어 작전을 펼치려다가 또 다른 인물 지 아무개(사기 전과가 있는 브로커로 ‘제보자 X’로 알려진 인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었던 최강욱과 연결됐다는 소문이 있는데 최강욱은 조국 아들에 대한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KBS와 MBC에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대화 내용을 제보한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다)에게 속아 공작에 역으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채널A 기자 이동재와 한동훈 검사장 간의 유착·공모에 관한 수사를 놓고 추미애가 윤석열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막았다. 결국 법무부장관 직할로 진행된 수사에서 별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결국 한동훈을 기소조차 못함), 친정부측 검사들이 흘린 정보에 의거해 보도한 것으로 보이는 MBC와 KBS가 모두 오보를 한 상황이 됐다. 이런 일들이 한동훈의 유심칩 압수 과정에서 검찰 간부 간 완력 사용까지 갔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한동훈 수사에서 보듯, 정권에 찍힌 인물에 대한 먼지털이 식 수사 기능은 전혀 손상되지 않은 채 정권과 특권층에 대한 수사만 약화시킨 것이 문재인 식 검찰 개혁인 것이다.(이재용도 그 덕을 보는 듯하다.) 정권이 조국 수사 국면에서 내세운 검찰 개혁 명분이 바로 검찰의 먼지털이 식 수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정권의 부패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막힌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주요 간부들이 많이 연루됐고,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려고 벌인 일로 의심받는 청와대의 (경찰을 통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건에 대한 수사도 진척이 별로 없다고 한다. 무죄임을 강조하기보다 혐의를 입증할 수 있겠느냐고 큰소리 치던 임종석을 비롯해 관련자들 소환조사나 피의자 전환 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피의 사실이나 수사 상황 공표 금지로 득을 보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현 정부의 실세들인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 가지 점이 현저하게 드러났다. 민주당의 계급 기반 문제이다.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또 그 과정에서 권력과 언론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방해하는 것에도 부분 성공을 거둔다. 이런 일들은 민주당이 지배계급에 기반한 또 하나의 주류 정당임을 보여 준다. 이런 자들이 과거의 민주화 운동 경력을 이용해 공정성과 형평성 운운하며 위선을 부리는 것은 메쓰꺼운 일이다.

최근 검찰 길들이기를 신경질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도 크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눈엣가시가 된 윤석열을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교체(제거)하지 못하고 외곽 두들기기로 공력만 들이는 것은 현 국면에서 이 정권의 (위선과 함께) 정치적·도덕적 취약함도 보여 준다.

개혁주의가 시험대에 올라 부정적 검증을 받기 시작하다

문재인 정부가 위기로 가고 있지만, 개혁주의 진영은 그다지 좋은 성적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엔지오 개혁주의 진영은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민주당, 각 부처, 민주당 지방정부와의 협치로 영향력 극대화를 도모했다. 이 과정에서 엔지오 운동의 일부는 민주당에 완전히 무비판적이 됐다.

한편으로 이런 협력 관계 속에서 주요 인물들이 정권에 참여해 영향력을 높이려 했다. 진작에 공식정치에 진출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나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비롯해 조국, 장하성, 김상조 등이 청와대에 들어가고 또 다른 이들은 여성가족부,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들이 됐다. 협력의 대가로 의원직을 선물받기도 했다.

엔지오 개혁주의의 민주당 동행은 민주당을 마치 진보진영의 일부로 비치게 하는 효과를 냈는데, 목표한 대로 문재인 정부를 온건 개혁 수준으로라도 견인하기는커녕 조국 논란이나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 논란에서처럼 그 자신들이 (진영논리의 일부가 돼) 민주당을 변호하는 수준에 멈췄다.

민주노총에서는 문재인 정부 첫해 민중주의(진보적 포퓰리즘) 정치를 지지하는 온건파 집행부가 선출돼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다. “노동존중”을 표방한 정부와 협력해 개혁을 얻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최저임금 개악이나 노동시간 개악, 일부 산업에서의 대량 해고 등에 적극 대응하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ILO 기본협약 비준이나 전교조 노조 인정 등 박근혜 적폐도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변변한 항의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그렇게 저항의 김을 빼고 흩뜨려 버리면 현장은 투쟁 준비가 되지 않으니 대화로 가는 것을 더 쉽게 정당화할 수 있었다. 결국 김명환 집행부는 경사노위와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 문제로 노동조합 운동을 예리하게 분열시켰다.

최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코로나 해결을 위한 긴급 노사정 대표자 회의의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문성현은 앞으로 민주노총과는 사회적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애초에 주고 받는 의미의 대타협조차 할 생각이 없었다는 정부 측의 속내가 확인됐다. 더는 대화가 필요 없다는 말은 문제의 잠정합의안에서 좀 더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혁명적 정치가 성장해야 한다

개혁주의 정당들도 문재인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개혁을 얻겠다는 (민중주의) 전략, 선거법 개혁을 통해 총선에서 도약하려는 계산 등으로 스스로 진영논리의 일부가 됐었다. 그러다 민주당의 위성정당 등장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정의당은 총선 비례 득표에서 자체 역대 최다인 약 270만 표를 얻었지만, 광범한 대중에게 충분하게 영감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정의당은 청년 의원들을 앞세워 혁신 토론을 하고 있지만, 경제와 코로나19 등 심각한 위기 국면에 걸맞은 급진적 대안을 둘러싼 논쟁은 못 되는 듯하다.

근본적으로, 정의당과 진보당은 노동자 투쟁이 전진을 하지 못하고 교착돼 있는 것 때문에 부양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의 지도력 위기가 두 당의 영향력 증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2015년 이후 노동자 투쟁이 어느 정도 되살아난 덕을 보면서 정의당이 성장했던 것을 곱씹어야 한다. 오히려 정의당 내에서는 정체성 정치 강화가 “혁신” 대안으로 거론되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정치는 계급투쟁과의 접촉점 형성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개혁주의 정당의 지도력이 시험대에서 탈락했다고 말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그러나 개혁주의 지도력이 근본적인 약점에 매여 있어서 성과가 지지부진한 것도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 즉 혁명적 정치가 매우 중요함을 지적해야 한다.

위기에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가, 변화와 개혁을 어떻게 쟁취할 것인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의 시대에 개혁주의 전략은 개혁을 제공할 수 있는가, 혼돈의 시대에 누가 적이고 누가 우리 편이며 우리 편이 어떻게 잘 단결하도록 결속할 것인가, 이런 일들을 잘 하려면 어떤 조직이 필요한가 하는 정치적 대안과 전략 문제에 답을 내놓고 조직과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지금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정치이다.

불황이 더 길어지고 국제질서도 더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정치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국가와 정부에 대한 폭로와 비판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하지만 반자본주의 관점에 기초해야 두 메쓰꺼운 여야 주류 정당들이 득을 보지 않고 진보진영이 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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