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과 29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시도교육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내년부터는 학교에서 공간을 제공하면 돌봄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학교와 협력하는 생활 돌봄 모델을 도입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며칠 후인 8월 3일에는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대표로 ‘온종일 돌봄교실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유은혜 장관의 발표와 마찬가지로 학교는 돌봄교실 공간만 제공하고, 운영은 지자체가 책임지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돌봄교실 운영의 총괄 책임은 국무총리가 지도록 하지만, 실제로는 지자체가 주체가 돼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강민정 의원은 법안 취지에서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의 편차로 인한 돌봄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돌봄 시설과 인력 등에 대한 사항은 지자체 조례로 떠넘겼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돌봄서비스의 질이 결정될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이다.

돌봄전담사들이 지자체 이관으로 겪게 될 고용 불안과 처우 악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돼 있지 않다. 강민정 의원은 “이 법안으로 돌봄 서비스 질적 향상뿐 아니라, 돌봄 업무 제공 인력의 처우와 고용 안정성 개선에도 기여”할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온종일 돌봄을 운영하는 지원센터를 법인 또는 단체에 위탁”할 수 있게 해 뒀다.

“보호자가 온종일 돌봄의 비용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는 점도 허용하고 있다. 또한 기초수급자, 한부모, 맞벌이, 다자녀 가족 등을 온종일 돌봄의 우선 대상자로 설정해, 전업주부 가정은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법안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진보 정당 의원들도 발의자로 들어가 있는 것은 유감이다.

민간 위탁 확대

게다가 현재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교실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도 돌봄서비스의 질 하락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지역아동센터 지원 사업의 현황과 과제’를 봐도, 지자체의 지역아동센터는 ‘인프라와 환경, 인력과 종사자 처우, 서비스, 재원 등 다양한 문제와 애로가 지속되고 있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물론 일부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직접 운영하며 마을 돌봄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서울 중구청은 2019년부터 3년간 중구청 직영으로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기로 하고, 75억을 들여 현재 5개 학교의 초등돌봄교실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중구청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인 데다, 2022년 이후의 재정 지원은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제 침체와 코로나19 대응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교육 예산과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악착같이 삭감하려 하고 있다. 양질의 온종일 돌봄을 위해 정부가 지자체들에 예산을 확대 지원하리라고 생각하기도 힘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초등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추진하는 것은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고, 지자체에 돌봄교실을 떠넘겨 민간 위탁 방식으로 값싸게 돌봄교실을 확대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초등학생 숫자를 감안해, 당분간만 민간 위탁 방식으로 때우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이간질

한편, 유은혜 장관은 최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의 면담에서 기존 초등돌봄교실은 그대로 유지하되, 새로 확대될 돌봄교실은 지자체가 주관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아마 돌봄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돌봄전담사들은 돌봄교실을 지자체가 운영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유은혜 장관이 새로 확대할 돌봄교실만 지자체가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도, 실제로는 기존 돌봄교실 역시 지자체로 이관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설사 기존 돌봄교실이 지자체로 이관되지 않는다고 해도 지자체가 고용한 동종업계 노동자의 나쁜 노동조건은 기존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교사가 돌봄업무에서 벗어나는 방안으로 보고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을 더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없고, 여전히 학교를 돌봄교실 공간으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운영만 지자체로 넘긴다고 교사가 돌봄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지거나 겸용교실로 인한 문제가 사라지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돌봄노동자의 80퍼센트가 시간제 고용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돌봄 공백을 여전히 교사들의 노동으로 채우려 할 것이다. 또한 지금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마을교육 등 여러 사업이 학교에 들어와 교사의 업무가 되고 있다.

정부는 얼마 전에는 돌봄교실의 총괄 책임을 교육부장관이 지는 것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해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의 반발을 사더니, 이제는 손바닥 뒤집듯 국무총리와 지자체로 이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두 경우 모두 정부는 돌봄교실 개선을 위해 재정 투자 확대를 약속한 바가 없다. 돌봄교실 운영 주체를 이리저리 바꾸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돌봄 노동자와 교사들을 사이를 이간질하는 정부의 술책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돌봄전담사와 교사의 이해관계는 다르지 않다. 돌봄전담사들이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이들을 전일제화·정규직화 하고, 돌봄전담사를 늘려 돌봄의 공백을 없애야 교사에 대한 돌봄업무 부과도 사라질 것이다. 겸용교실이 아닌 제대로 된 돌봄전용교실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가 충분한 재정 투자를 해야 한다.

교사들이 돌봄전담사들과 단결해 투쟁하는 것이 실질적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려면 돌봄교실 민간 위탁의 지름길인 이번 지자체 이관 계획에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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