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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와 전공의 파업, 어떻게 볼 것인가?

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8월 14일 파업을 예고했다. 의사협회는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의사 수는 꾸준히 늘어 현재 정원을 유지해도 2038년이 되면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사 수가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한국보다 의사 수가 많지만 의료 수준은 낮은 것으로 보이는 다른 나라들을 사례로 들어 국가 간 의사 수 비교가 의미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의사 수가 한 나라의 의료 서비스 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기술과 잘 갖춰진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의사 수 증원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영아사망률이나 기대여명 등의 통계를 들어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그런 통계수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소득과 빈곤율 등 생활조건 일반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이와 별도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은 의사 인력 부족 문제와 관계있다.

개원의(동네 의원)들이 주축인 의사협회는 그동안 필수 의료 공백 등의 문제가 ‘저수가’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의사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진료에 대한 보상이 적어 의사들이 일부 분야에서 일하기를 기피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수가를 인상해 의사들이 일부 기피과목이나 지역 병원에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의사 수 증원이 장차 자신들을 더한층 경쟁적인 환경으로 내몰고 소득은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듯하다.

의사협회의 수가 인상 요구를 지지할 수는 없다. 그새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과 서민층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게다가 현행 수가체계에서는 기피과목이나 지역 의료 수가를 인상하면 다른 과목들도 덩달아 오르게 돼 있다. 이런 식으로는 인력 불균형이 해결될 수 없고 전체 의료비만 늘어난다. 의사들의 평균 수입이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6.2배나 되는 현실에서 수가 인상 요구는 의사들의 처지만 생각하는 것이다.

한편, 대형병원 전공의(레지던트)와 수련의(인턴)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증원 반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8월 7일 한차례 파업을 하고 14일 의사협회 파업에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전공의들의 상당수는 장차 개원의가 되거나 고용된 의사(봉직의)가 될 텐데 어느 경우든 의사 수가 적은 편이 유리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물론 전공의들이 교육 과정에 있다는 이유로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참아 내야 하는 한편 교육의 질은 형편없고 임금은 기대에 못 미쳐 불만이 쌓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노동강도 문제를 포함해 병원의 인력과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용자인 병원 소유자·경영자들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피고용인의 조건에 걸맞은 요구들을 제기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공공병원의 수가 적고 그나마 공공병원들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하지 못하는 의료체계 개선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병원을 대폭 늘리고 인력과 시설에 넉넉하게 지원을 해서 대중의 필요를 우선해 운영한다면 제대로 된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