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민족자주대회가 8월 15일 오후 4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민중공동행동,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YMCA, 노동자연대 등 진보·좌파 단체 700여 곳이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를 꾸려 대회를 치렀다. 

이 대회는 원래 서울 안국역 사거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집회를 금지해 실내에서, 애초보다 규모를 축소해 열리게 됐다. 여러 단체 대표, 활동가 200여 명이 참가했다.

같은 날 3시에 열릴 예정이던 민주노총 주최 8·15노동자대회도 서울시의 집회 금지 때문에 기자회견 방식으로 변경됐다. 갑작스레 세찬 비가 쏟아졌지만 민주노총 조합원 수백여 명이 보신각 부근에 모여 대회 요구들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서 홍보전을 진행했다.

8월 15일 서울 보신각 부근에서 민주노총 8∙15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김지윤
8월 15일 서울 보신각 부근에서 민주노총 8∙15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김지윤

이번 민족자주대회의 가장 중요한 요구는 한미워킹그룹 해체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를 추구하고 “남과 북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의 반발을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등을 자극할 수 있는 한미연합훈련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6월에 북한이 대남 군사 행동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한미연합훈련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한·미 당국은 훈련 시작일을 이틀 미뤘을 뿐, 훈련은 강행할 계획이다. 이미 이번 달 11일부터 사전 연습이 시작돼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동해에서 비행 훈련을 한 바 있다.

또한 얼마 전 문재인 정부는 북한 장사정포 요격을 위한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과 경항공모함 도입 등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5년간 300조 원을 국방비로 쏟아붓겠다고 한다.

따라서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남북 관계를 경색시키는 데 일조해 온 한미워킹그룹과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한 것은 매우 정당한 일이다.

사회를 맡은 김경민 한국YMCA 사무총장은 코로나19와 서울시의 일방적 집회 금지 명령 등으로 인해 장소와 규모를 조정하게 됐지만 여러 광역시도에서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미 양 정부는 한미연합군사훈련 강행과 한미워킹그룹 유지를 고집하고 있으며, 미국의 패권적 이익을 위한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이 연단에 서서 남북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와 남북공동선언 이행 등을 주장했다. 김은진 부산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철거 남구지역 대책위원회 상황실장과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등은 주한미군의 세균무기 실험을 규탄했다.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8∙15민족자주대회 ⓒ김지윤

비민주적 조처

평화를 염원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날 집회가 서울 도심 야외에서 열렸더라면 매우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비민주적으로 도심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주최 측이 방역을 위해 만반의 조처를 준비했는데도 서울시는 막무가내로 8월 13일 행정명령을 발표해, 현장 채증을 해서 집회 주최자는 물론이고 참가자들까지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는 협박도 했다.

그러나 8월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한 우파 단체가 낸 행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같은 취지의 신청을 낸 10곳 중 7곳의 신청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집회 개최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서울시의 집회 전면 금지가 과도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 중심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려왔음에도 해당 집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다른 모든 사회활동에 대해서도 전면 금지가 아닌 대안적인 방법들이 모색되는 현실” 등을 지적했다.

서울시는 우파들을 명분 삼아 집회를 금지했지만 우파들은 집회 개최를 강행했다. 결국 서울시의 결정은 반제국주의·평화 염원 집회를 제약하는 효과를 냈다.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는 지금의 집회 금지 조처는 철회돼야 한다.

민주노총 8∙15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종각역 앞 네거리에서 요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 홍보를 하고 있다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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