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현대사: 해방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역사유물론으로 보기》 김동철·김문성 지음, 책갈피, 639쪽

《최근 한국 현대사: 해방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역사유물론으로 보기》(김동철·김문성 지음, 책갈피)가 출판됐다. 해방 75년, 한국전쟁 70년, 4월혁명 60년, 광주항쟁 40년이 되는 올해,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고 미래의 변화를 도모하는 데 도움을 줄 반가운 책이다.

남한 국가는 식민통치와 해방, 한국 전쟁 같은 커다란 굴곡을 겪으며 압축적인 자본주의 성장을 구가했고, 그 과정에서 모순을 응축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역사 해석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오늘까지도 첨예하다.

우파와 중도파는 현존 국가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대립한다. ‘김구의 임시정부냐, 이승만의 대한민국이냐.’ 그러나 이는 허구적 진영논리이다. 김구와 이승만 모두 친미 우파로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지독히 적대적인 자들이었다. 오히려 이 두 세력의 대척점에서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해방 이후 줄곧 이어져 왔다. 

“역사유물론으로 보기”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이 책은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지배세력에 맞선 아래로부터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역사의 중심에 두며 그들이 어떻게 역사를 바꿔 왔는지를 보여 준다. 

국제주의적 시각

역사유물론으로 본다는 것은 국제주의적 시각에서 한반도, 그리고 한국의 역사를 본다는 뜻이다. 자본주의가 세계적 체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이 세계 체제의 일부로써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국가의 경제를 모아 놓은 것으로 자본주의가 설명될 수는 없다.

이 책의 저자들은 시종일관 국제주의적 관점에서 한반도 남쪽의 역사를 다룬다. 

강대국들의 세계적 패권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한반도 문제를 설명한다. 이 지역은 제국주의 간 경쟁·갈등 하에서 강제 분단됐고 두 국가가 성립 발전했으며, 그중 남한 국가는 미국과 손잡고 세계 자본주의로 더욱 편입되는 길을 택하며 성장했다. 오늘날 한국 국가는 세계화 흐름 속에서 수십 년 전보다도 훨씬 더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통합됐다. 국제주의적 시각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반공주의 우파로부터 최초로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당 정부가 여러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14년의 ‘평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은 왜 평화를 외치면서도 한반도 불안정의 핵심 요인인 한미일 동맹에 연연하는지 등을 한반도 안에 시야를 가두지 않고 국제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오늘날 세계는 점점 더 격돌하는 강대국들의 제국주의 경쟁과 장기화하는 자본주의 경제 위기에 직면해 정치·경제 양극화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세계적 저항과 한국의 운동이 어떻게 이어지고 엇갈리는지도 다룬다.

계급투쟁의 역사

해방 후 노동자계급은 거듭거듭 잠재력을 드러내 보였다. 1946년 9월 노동자 총파업에서 독재자 이승만을 타도한 1960년 4월혁명, 박정희를 끝장낸 1979년 10월 부마항쟁과 전두환 군사정권을 뿌리부터 흔든 1980년 광주항쟁, 전두환 정권의 막을 내린 19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 김영삼 정권을 끝장낸 1997년 1월 대중파업,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2016년 철도파업과 퇴진 촛불까지. 

사회 개혁과 민주주의를 추구한 이 모든 투쟁들에서 노동자들은 주요 세력이었고, 1987년 이후에는 핵심 세력이 됐다. 1980년대 후반의 투쟁을 다루는 부분은 웅장해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하다. 저자들은 이러한 투쟁들을 자본주의에서의 계급투쟁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보고 사회 변화에서 노동계급의 결정적 구실에 대해 역설한다.

1960년 4월혁명과 달리 1987년 6월항쟁 후 군부가 반동에 나서지 못한 것은 7~9월 노동자 대투쟁의 분출 때문이었고, 1987년 이후 지배계급이 노동자들의 조직과 정당을 체제 내로 수용하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성장한 노동자 계급의 힘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들은 그후 민주적 권리 방어와 민주주의 전진에 일관된 이해관계와 의지를 가진 계급도 노동자 계급뿐이었음을 보여 준다. 

노동자계급 운동이 성장하면서 개혁주의와 노동조합 관료주의도 성장했다. 저자들은 이들이 투쟁 발전에 어떤 모순된 영향을 미쳤는지도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대부분의 좌파들에게 이론적 공백인 이 분야에 대한 분석은 아주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신화 벗겨내기

한편, 이 책은 현대사를 다룬 책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현 집권 세력인 문재인 정부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민주당 집권 13년을 돌아보며 좌파적 관점에서 날카로운 평가를 내놓는다는 점이 돋보인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중도파 정부는 반우파 정서와 개혁 염원에 힘입어 집권했지만,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실천에 옮겨 노동자계급을 공격하고, 이라크 파병, 미군기지 이전,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개시, 사드 배치 등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과 압박에 적극 동조해 왔다. 그러면서 진보 염원 배신을 보수 우파의 훼방 탓으로 돌리고 좌파와 노동운동에 자제를 강요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민주당 정부의 실체를 들춰내며 진정한 개혁과 진보가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시한다. 

특히 노무현은 정치자금 수사 중 택한 죽음과 그 정치적 후계자인 문재인의 기사회생으로 인해 신비화된 측면이 많다. 노무현은 박정희 이후 최초로 대규모 해외 전투병 파병을 감행해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참여했다. 노무현은 “자기 지지층이 와해되기 시작한 것”을 알면서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미국, 영국에 이은 대규모 파병을 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매도하는 “노동귀족”론을 유포시킨 것도 노무현 정부이지만, 정작 “비정규직 사용을 더 늘리고 합법화(장려)하고 노동자를 2년만 쓰고 버리는 일을 정당화해 주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집권 초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하면서 ...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의 모태”를 만들었다. 노동자 파업을 “사회 재난”으로 보고 대응한 셈인데, 이 정부가 노태우 이후 가장 많은 노동자를 구속한 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독자적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개혁 약속을 배신했다. 박근혜가 이끌던 당시 한나라당의 저항은 개혁 배신에 대한 핑계일 뿐이었다.

오늘의 실천을 위한 역사

저자들은 민주당의 이런 행적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분명한 지배계급의 정당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민주당 정치인들 대부분이 “조국 일가의 엄청난 특권적 삶을, 불법만 아니면 된다는 둥 누구나 다 그렇게 한다는 둥 예수처럼 살라는 것이냐는 둥 옹호”한 것에서 보듯 민주당 정치인들은 운동권 출신조차 “지배계급을 대변하는 존재가 됐다.”

저자들이 주장하듯이, 노동운동 진영이 과거의 전철을 되밟아 “문재인 정부를 도와서 개혁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으로 “아래로부터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거나 무마”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반을 둘러싼 쟁점에 관해 대안적 주장을 내놓고 행동을 조직하는 것, 국가를 폭로하고 국가를 상대로 요구하며 싸우는 것, 그것을 위해서 노동계급 전체를 단결시키도록 애쓰는 것”이 필요하다.

각 장마다 “함께 토론할 쟁점”을 미리 제시하고 있어서 책을 논쟁적으로 읽게 해 주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각 장마다 “더 알아보기”를 붙여서 중요한 쟁점들에 대한 이해를 친절하게 돕는다. “박정희는 민주주의는 탄압했지만 경제는 발전시킨 지도자로 평가해야 할까?” “민주당이 광주항쟁의 계승자일까?” “이라크 파병 등 미국의 대외 정책을 돕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까?” “2008년 시작된 세계경제 대불황, 왜 10년이 넘게 해결되지 않을까?’ “노무현 정부 말기, 정부 지지율 폭락과 함께 진보 진영도 무너졌는데 이는 불가피했을까” 그리고 이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등. 

6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쉽고 명쾌하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경험하지 못해 주류 양 당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젊은 세대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75년의 한국 현대사를 군더더기 없이 한 권에 집약한 매력적인 이 책의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