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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인국공 직접고용’ 논란:
문재인 개혁의 기만성을 보여 준다

3년 전 문재인의 인천공항 방문은 개혁의 상징이었다. 지금의 '인국공 사태'는 문재인 개혁의 파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출처 청와대

6월 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노동자 1900여 명을 직접고용을 둘러싼 여러 갈등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세종시 국토부 앞에서 직접고용 반대 집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고, 취업준비생인 청년 일부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청년들의 채용 기회를 박탈하고 정규직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발한다.

그런데 이런 논란의 와중에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 위기로 불안감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 직접고용으로 “비정규직 제로인 사업장이 됐다”는 인천공항 구본환 사장의 자화자찬과 달리, 정규직화는커녕 최근에는 비정규직 해고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항소방대원과 야생동물통제 요원 직접고용 전환 과정에서 236명 중 47명이 최종 해고 통보를 받았다. 공항소방대원의 경우 사측이 정원을 줄여 해고자가 더 늘었다.

이는 정부가 직접고용 전환의 경우, ‘공정 채용’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까다로운 전환 심사를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까다로운 적격 심사 또는 완전 공개 경쟁 채용 절차를 통해 전환하게 된다. 사실상 전환이 아니라 신규 채용에 준하는 채용 절차를 요구한 것이다.

인천공항 사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한 날짜(2017년 5월 12일)를 기준으로 이전 채용자는 적격심사, 이후 채용자는 신규 지원자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공개 경쟁 방식 절차를 밟도록 했다. 그 결과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의 절반가량이 탈락했다.

심지어 공개 경쟁 방식이 아닌 적격 심사를 받은 노동자들(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 중에서도 10명 중 한 명꼴로 탈락자가 발생했다.

직접고용 대상자가 1900여 명으로 가장 많은 보안검색 분야에서는 훨씬 많은 해고자가 발생할 수 있어 노동자들의 불안이 매우 크다. 특히 이들의 절반가량이 완전 공개 경쟁 채용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공사측의 경쟁 채용 강요 때문에 일부 노동자들이 해고 통보를 받게 됐다 ⓒ제공 인천국제공항 소방대 노동조합

정부와 인천공항 사측은 ‘인국공 사태’ 논란을 이런 식으로 면피하려 한다. 청와대는 비정규직에게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 경쟁 채용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결코 특혜가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수 년 동안 근무하며 해당 업무를 익히고 잘 수행해 온 노동자들이 같은 업무를 하기 위해 사실상 신규 입사에 준하는 절차를 통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부당하다.

지금 인천공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고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이 얼마나 기만적인가를 잘 보여 준다. 약속의 첫 발을 뗐던 그곳 인천공항에서조차 몇 년을 끌어온 정규직화는 다수 노동자 배제, 보잘것없는 처우 개선, 갈등과 실망의 반복 속에 정책 실패의 상징이 됐다.

결과적으로 전체 비정규직 9000여 명 중 2000여 명만이 직접고용 대상이 됐고, 그중에서도 경쟁 채용으로 인해 일부가 해고되고 있다. 자회사로 간 노동자들이나, 심지어 인천공항공사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들도 처우 개선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청년·정규직 이익과 충돌하나?

정치권과 언론이 ‘인국공 사태’를 다루는 방식은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어떤 식으로든 취준생 청년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과 상충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령, ‘인국공 사태’로 청년층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급락하자, 우파들은 이를 두들기며 비정규직 정규직화 자체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무분별한 직접고용과 정규직화가 청년들의 기회를 앗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파들의 청년 타령은 완전히 위선이다. 그간 청년들을 더 심한 경쟁으로 내몰고 낙오한 청년들을 패배자 취급해 온 것이 지난 우파 정부들이었다. 더구나 지금도 통합당 등 우파와 경제지들은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여러 주류 언론들은 정규직의 ‘이기주의’, ‘기득권’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짚는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실상 정부의 정규직 양보 압박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청년의 취업난, 정규직의 조건 악화를 낳는다는 주장은 참이 아니다. 오히려 정규직화는 (정부가 충분한 재정을 대서 개혁을 추진하면 더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론 청년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이롭다.

우선, 정규직화는 열악한 고용·조건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

인천공항은 무려 직원의 80퍼센트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공공기관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으면 공항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핵심적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노동자들은 외주화로 인해 차별과 고통을 받아 왔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기본급은 179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2017년 기준). 수당 등을 합쳐도 총임금은 평균 276만 원가량인데 노동시간은 국내 평균보다 11.7퍼센트 높다. 이렇게 저임금 장시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 인천공항은 당기순이익이 1조 원이 넘는 ‘황금알을 낳는’ 공공기관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인천공항 같은 대형 공공기관에서 노동자들이 대거 정규직화 된다면, 다른 공공·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싸울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공공기관들이 필요 인력을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 일자리로 늘리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 위기가 심화 지속되면서 청년들 중에서 일단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수가 늘어 왔다. 고 김용균 군도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다 좌절한 후, 비정규직으로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가 참사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 열악한 일자리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취준생 청년들에게 이롭다. 적은 정규직 일자리를 두고 비정규직과 청년이 경쟁하는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자체를 늘리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모두에게 효과적인 대안인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양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정규직 양산의 책임은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로부터 이득을 얻기는커녕 조건 악화 압박에 시달렸다.

게다가 정규직 비난은 하향 평준화 압력을 키워 비정규직 조건 개선도 어렵게 만든다.

물론, 인천공항의 한국노총 소속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직접고용에 반대하며 자기 동료들을 내치는 것은 잘못이다. 이로 인해 생겨난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 확대는 사용자에 대항할 힘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최근 인천공항 사측은 항공 산업 위기로 인한 공항 수익 감소하자 정규직 조건도 악화시키고 있는데, 이런 공격에 맞설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 개혁

문재인 정부는 ‘인국공 사태’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나마 내놓은 말이라고는 우파의 비난을 핑계 삼아 경쟁 채용과 미미한 처우개선(직접고용 전환자들의 낮은 연봉)을 정당화하거나, 정부가 공공기관 노사 합의에 일일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뻔뻔한 책임 회피뿐이었다.

그러나 현재 인천공항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과 사태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문재인 정부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상징이었다. 그만큼 ‘인국공 사태’ 논란은 정부의 노동정책과 개혁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개혁을 약속하며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비정규직도, 정규직도, 청년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정부가 정말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할 생각이었다면, 그에 따른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 각 기관별로 알아서 정규직화에 드는 재원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기관들도 정부 지침에 따라 “추가 재원 없는”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기대와 열망과 달리, 인천공항 사측은 전체 비정규직 중 고작 20퍼센트 정도만 직접고용하고 나머지는 자회사 전환을 강요했다. 자회사로 전환된 비정규직은 처우 개선도 거의 되지 않았다.

이는 공공부문 전반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라는 말이 낯뜨겁게,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62만 명(무기계약직 포함) 중 고작 17만 5000명만이 전환 대상으로 선정했다. 민간위탁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아예 포기해 버렸다.

게다가 전환 대상자 사이에서도 직접고용과 자회사로 차이를 뒀고, “채용 비리”를 방지하겠다면서 직접고용 시 경쟁 채용을 강요했다.

이런 기조 속에서 문재인 정부 공약과 달리 지난 3년 동안 공공부문 신규채용도 대폭 늘지 않았다.

공공부문 채용 확대 기대감 속에서 더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기(4만 1500명)와 비교해 신규채용이 두 배로 늘었지만(8만 명), 필요 인력만큼 늘지 않아 현장의 인력부족은 계속됐다. 집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과중으로 공무원들이 사망이 속출했다.

공공기관 신규채용도 박근혜 정부(2013~2016년 동안 약 8만 명)에 비해 약간 늘었을 뿐이다(2017~2020년 2분기 동안 약 10만 명). 그래서 청년들 입장에서는 증원 효과가 별로 체감되지 않았다.

한편,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된 공공부문 총액인건비제도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을 옥죄었다. 총액인건비제는 공공부문의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을 억제하는 대표적 제도다.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면 그만큼 인건비가 늘어야 마땅한데, 정부는 총액인건비 예산를 초과하면 경영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조처를 유지했다. 이는 공공기관 사측이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자회사를 고수하는 이유 중 하나였고,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처우, 복지, 성과금 등이 깎일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더욱이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공격도 멈추지 않았다. 직무급제 도입 등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 조건을 하락시킬 공격도 계속 추진했다.

이처럼 정부가 재원을 충분히 투자하지 않으면서 하겠다는 개혁은 노동자 사이에서, 노동자와 취준생 청년 사이에서 한쪽의 조건 개선이 다른 쪽의 악조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부추겨 갈등과 분열을 키웠다.

정치적 대안

요컨대, 지금의 개혁 실패와 갈등상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자체에 노정돼 있던 바다.

따라서 진정한 개혁을 성취하려면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지난 3년 동안 민주노총의 상당수 지도자들이 정부와 일정한 협력을 통해 개혁을 성취하려 하면서 투쟁을 자제하고 불가피하지 않은 타협을 하기도 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경우, 정부와의 교섭에 의존해 번번이 투쟁을 확대할 기회를 놓치거나 자회사 방안을 일정 수용하는 등의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는 정부의 개혁을 강제하기는커녕 노동자들의 투지를 약화시키고 투쟁을 파편화시켰다. 인천공항 사례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시기에는 투쟁 없이 개혁을 성취할 수 없다. 정부는 약속한 개혁조차 내팽개치며 누더기로 만들거나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려 한다.

물론 좌파적 주장의 영향력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잖은 청년들이 ‘공정한’ 경쟁을 대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정규직 중에서는 좁은 시험문을 통과한 자신과 비정규직은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청년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도 아니고 모든 정규직들이 그런 것도 아니다. 보수적 생각이 더 강화돼 정규직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더 강해지기까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이 커져 가는 과정이 있었다.

예컨대, 문재인이 인천공항에 방문했던 2017년 5월, 같은 시기 20대 청년 지지율은 90퍼센트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또한 2019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에 대해서도 사회적 여론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특히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을 보여 주냐에 따라서 여론은 달라질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파편적 경쟁이 아니라 집단적 투쟁으로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때, 취준생 청년들도 다른 대안에 진지한 관심과 지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강화하면서 투쟁 속에서 연대를 확대하고, 정규직·비정규직·청년들을 이간질시키는 이데올로기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정치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