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39퍼센트까지 떨어졌다(한국갤럽).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도 역전됐다(리얼미터). 민주당이 통합당보다 지지율이 낮아진 것은 박근혜 탄핵 국면 이후 처음이다.

30퍼센트대 지지율은 지난해 후반 조국 논란 때 이후 처음인데, 총선 직후에 올랐던 지지율이 반토막 난 것이다. 

심각한 위기 앞에서 여권 지도부는 급히 몸을 낮추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총선 참패 이후 ‘태극기 우파’와 거리를 두고 기본소득 도입 등을 주장하며 중도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통합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광복절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지 말라고 했다.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노동계급 등 서민층의 생활수준이 악화되는 데다가 집값까지 폭등한 것이 여권 지지율 급락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실제로 집값 문제에 가장 민감한 수도권과 30~40대에서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진다.

여권은 7월 말부터 다급하게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고 임차인 권리를 강화하는 입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노동자·서민층의 주거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너무 미흡했다. 그런데도 여권 지도부는 일방 통과 처리를 통합당에 사과했다.

정부 #덕분에? 문재인 정부가 감염병 전담 병원 지정 해제 등으로 코로나 대비 병상 574개를 줄이자마자 재확산이 시작되고 있다 ⓒ출처 청와대

8월 10일 문재인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한 것도 서민층 민심에 염장을 질렀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합니다.”

대통령 자신의 이 발언은 부동산 문제가 일부 관료의 정책 실패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무능과 실패임을 보여 준다. 이 발언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지지율은 3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부동산 실패의 책임

부동산 정책 실패에 직접 책임이 있는 관료들은 단 한 명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분위기 전환용 청와대 인사는 그나마 소폭에 그친 데다 청와대 정책실장, 국토교통부장관, 경제부총리 등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료들과 비서실장 노영민은 자리를 지켰다. 노영민보다 더 강력한 측근 실세가 몇 없으므로(양정철 등) 그를 섣불리 교체했다가는 오히려 정권이 위기를 자인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고민하는 듯하다.

청와대 인사 개편은 노동계급 등 서민층의 불만에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저 친정체제를 구축해 임기 말 위기에 대비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 국회를 상대하는 정무수석에 문재인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최재성을 임명한 것이 그렇다. 민정수석에 감사원 출신을 임명해 최근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감사원장을 견제하려는 속내도 드러냈다. 국민소통수석에 전경련 기관지 격인 〈한국경제〉 기자 출신이자 강원도 경제부지사(각종 개발 사업 주도) 출신자를 임명한 것은 재계와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

연이은 검찰 인사는 현 여권의 위선을 드러냄과 동시에 적폐 청산 약속의 배신으로 여겨진다. 인사의 초점이 박근혜·이명박·양승태·이재용에 대한 수사·처벌에 공을 세운 검사들을 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들을 내친 것은 현 정부 실세들의 부패 의혹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자리에 친정부 검사들을 중용했다.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과, 무책임과 위선을 드러낸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대중의 고통을 완화시키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불신을 키우고 있다.

뉴딜 펀드

집값 폭등의 배경에는 경제 침체와 시장 지향적 정부 정책이 있다. 그래서 부동산 보유세를 소폭 올린다면 부동산으로 가는 자금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주택난을 얼마간이라도 완화하려면 시장을 거슬러, 값싸고 괜찮은 공공임대 주택을 대량으로(수십만~수백만 호) 공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급 방침은 민간 분양 시장의 재개발 용적률 완화나 그린벨트 해제 같은 규제 완화를 주로 포함할 뿐이다. 분양가 규제는 한사코 거부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말하며 뉴딜 펀드를 새 대책으로 내놨다. 정부 주도로 펀드를 조성해, 부동산 투기로 흘러갈 돈을 생산적 투자로 흡수해, 거품도 해소하고 투자 재원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금융시장의 기능(자금 순환)을 활성화해 기업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시장 지향적 발상이다. 이 아이디어는 노무현 정부 안에서 삼성과 정부의 연결 고리 구실을 했다고 알려진 이광재 민주당 국회의원이자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 분과위원장이 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계획이 박정희가 도입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과 비슷하다고 밝힌다. “박정희 향수”에 아부해 보려는 것이다. 정부는 “원금 보장” 약속을 홍보했다가 (펀드 투자에 원금 보장 약속은) 위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번복하는 해프닝도 벌였다.(정권 실세 일부가 연루된 의혹이 있는 일부 펀드 투자 사기 사건에서도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투자 자금을 모집한 바 있다.)

한편, 세계시장 침체와 미·중 갈등의 여파 속에서 뉴딜 펀드를 통해 기업에 투자한 돈이 충분한 수익을 낼지도 불투명하다.

경제와 코로나19의 복합 위기 국면에서 정부 개입적 대처로 일시적 효과를 본 정부가 친기업·시장지향 정책으로 급선회(실제로는 회귀)하는 것은 노동자·서민들에게 실망과 반감을 낳게 될 것이다. 

‘야당복’ 시효 만료

민주당이 총선 대승으로 청와대·행정부·지방정부와 지방의회들에 이어 국회까지 장악하게 됐다는 것은, 경제 회복, 코로나19 방역 등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가 됐음을 뜻한다.

동시에, 개혁 지체와 배신의 책임을 여권이 그동안 개혁 방해꾼으로 지목해 온 통합당에 떠넘기기가 어려워졌다. “야당복”을 더는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금 지지율 하락은 이런 조건 변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더 근본적으로, 지배계급의 정당으로서 민주당이 위기의 고통을 서민층과 노동계급에 전가하는 친시장·친기업적인 정책을 실행해 온 것이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이다. 가령 정부는 이번 수해 복구 지원이 현재 확보한 예산으로 충분하고 추경 예산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경제 상태가 더 나빠지는 상황에 대비해 정부가 재정 여력을 갖추고 있길 바라는 기업주들의 염원을 반영하는 것이다. 야당은 선거가 끝나고 나니 추경을 거부한다며 정부의 행태를 꼬집지만 그 당도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에 입각해, 추경을 지지하지 않는다.

조국 논란 국면에서 선명하게 드러난 민주당의 기반(자본가 계급)과 위선이 앞으로 더한층 부각될 것이다. 이것이 지지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민주당한테는 지배계급의 경제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더 급선무다.

그럴수록 통합당이 반사이익을 얻기 쉽다. 아래로부터 노동계급의 도전이 지금까지처럼 불충분하다면 말이다. 통합당은 기존의 강성 우파 지향성에서 중도층 끌어 안기로 기조를 조정하는 데 일시 성공해 반사이익 효과를 얻는 듯하다. 

우파의 광복절 집회는 문재인의 지지율 추락 때문에 언론 보도보다 컸고 기세도 좋았다. 그러자 문재인은 광복절 다음 날 “국가방역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 “불법행위 엄단” 등의 권위주의적 용어를 쓰며 개신교 우파들을 맹비난했다. 통합당은 눈치 빠르게 광화문 집회에 불참하고 거리두기를 하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코로나 재확산

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흥행에 실패한 것도 여권 지지율 추락과 관련 있을 것이다. 특히, 이낙연의 상승세가 확연히 꺾였다. 여야 통틀어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요인(문재인의 행정 보좌역이라는 점)이 이제는 불리한 요인이 됐다. 수도권 4선 의원에서 대구 출마 도전의 깃발을 세우며 제2의 노무현 신화를 노리는 김부겸도 존재감이 약하다. ‘세월호 변호사’로 서울에서 최대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박주민의 개혁 촉구도 시든 채소마냥 신선함이 없다.

반면, 친문의 조직적 안티 공세를 받아 ‘변방’의 정치인 같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통령 선호도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고 최근에는 1위에 오르는 조사도 나왔다. 대법원 판결로 지사직 박탈 위험을 벗어난 데다, 코로나 초기 국면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선도하는 등 주목을 받은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친문이 다수를 이룬 현 민주당에서 당대표나 대선 후보로 꼽히려면 친문의 낙점이 필요하다. 이낙연, 김부겸은 당내 (친문)기반이 적어서 더 그래야 한다. 위상과 지지율을 제고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런 조건은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경우, 여권에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복절 연휴를 포함한 5일간 신규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했다. 정부는 보름 전인 8월 4일 신규 확진자가 줄었다며 감염병 전담 병원 지정을 해제하는 등 600개에 가까운 병상을 줄여 대응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7월 말~8월 초에는 관광업 등 소비 활성화에 기대어 전국 여행 주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재확산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더한층의 재확산은 3월과 달리 정부에 악재가 될 것이다. 집값 앙등에 이은 추가적 악재 말이다.

노조 불인정, 4대강, 세월호 진상 규명 문제 등에서 현 정부가 우파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그 연장선 상에 있다는 점도 명백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치적으로 자랑하던 남북관계도 미국이 설정한 제국주의적 한계를 한사코 벗어나지 않으려다 보니 지지부진하다.

문재인 정부에 개혁을 기대하며 정부에 협력하며 개혁 하사를 기다린 전략의 결과는 각종 개악과 배신, 그리고 통합당의 반사이익이다. 공상적 사회개혁론의 결말은 언제나 뻔하다. 노동계급이 이윤 논리와 정부의 입발림말을 거부하고 투쟁적으로 싸우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선회하려면 요즘 같은 심대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정치도 좌선회해야 한다. 

이는 기층에서 혁명가들이 해야 할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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