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7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기자회견 ⓒ이미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낙태죄 대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법무부가 정부입법으로 낙태죄 대체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몇몇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12일 법무부 정책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가 “임신 주수와 무관하게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을 삭제”하고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고 한다. 세부 사항이 담긴 정책위 권고안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낙태 반대 진영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8월 14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정책위의 낙태죄 전면 폐지 권고안에 항의하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서도 태아의 생명보호를 공익으로 인정하고 있”고 “낙태죄 완전 폐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낙태죄 완전 폐지 방향의 입법 추진에 대하여 항의”했다. 

교활하게도 낙태 반대 진영은 낙태 처벌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은 헌재 판결의 공백과 한계를 파고들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저지하고 낙태 허용 범위를 최대한 억제하고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처벌 조항 유지‧강화, 임신 5~8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미국 주(州)의 모델, 낙태 전(前) 숙려기간과 필수 상담제도를 통해 여성을 압박하는 방안 등을 거론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급락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며 자신감을 회복한 우익들이 낙태 반대 운동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낙태권 지지자들은 이런 반격에 맞설 태세를 갖춰야 한다. 

우파의 반발과 문재인 정부 

한편, 법무부 장관 추미애가 정책위 권고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각에 있다. 〈한겨레〉는 “추미애 장관이 ‘낙태죄 비범죄화’에 대한 뜻이 확고하다. 정책위에 대체입법 방향을 자문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한 정책위원의 말을 인용하며 대체 입법 소식을 보도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정책위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 법무부는 2018년에 낙태죄 합헌 의견서를 낸 바 있다. 그리고 헌재 판결 뒤 지금껏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낙태 찬반 진영의 눈치만 보며 낙태법 개정 논의를 미뤄 왔다. 총선을 앞두고는 “사회적 합의”와 “속도 조절” 운운하며 더욱 몸을 사렸다.  

오늘날 지배자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그에 따른 경제력·국방력 약화를 크게 우려한다. 게다가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이므로 문재인 정부는 우파의 반발을 더욱 의식할 수 있다. 

법무부는 독일 법안을 참고해 낙태죄를 유지하고 제약이 많은 대체 법안을 마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법안은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만 허용하고 형법상 낙태죄도 유지된다. 또 낙태 전 상담이 의무화되고, 그 내용은 “임신의 지속을 위하여 부녀를 격려하고”, “태아가 생명에 대한 독자적 권리를 가지는 것[을] … 부녀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런 안은 낙태죄가 폐지되고 낙태권을 포함한 재생산권이 보장되기를 바라는 여성 대중의 염원을 거스르는 것이다. 

낙태죄 전면 폐지는 물론, 기간과 사유의 제한 없이 낙태가 전면 합법화돼야 한다. 상담·숙려 기간 의무화 등 불필요한 제약도 없어야 한다. 낙태 시술과 낙태약은 무상으로 제공돼야 하고, 낙태 유급 휴가도 보장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낙태 문제에서 회피와 눈치 보기로 일관해 왔다. 낙태 반대 진영의 움직임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낙태권 운동이 건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