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이 계속되자 정부는 7·10대책, 8·4대책 등 부동산 관련한 대책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7월 임시국회 막바지에는 여당이 단독으로 ‘임대차 3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주택임대차보호법·부동산거래신고법)’과 ‘부동산 3법(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에 대응하는 게 급박했던 것이다.

대책들을 내놓은 후 정부는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하는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주간)이 지난달 초 0.09퍼센트에서 최근 0.02퍼센트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미 올라 버린 집값·전셋값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가 ‘집값 안정’ 운운하며 자화자찬하는 꼴이 다시 한번 사람들의 염장을 질렀다. 최근 청와대 비서관과 정부 차관급 인사에서 1주택자만 선정했다고 발표하자, ‘집 팔고 벼슬한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결국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통합당이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지지율이 역전됐다. 대통령 평가에서도 부정이 긍정을 앞섰다.

자본주의의 불합리성을 보여 주는 부동산 시장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는 도저히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다 ⓒ조승진

문재인이 급작스레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제안한 것도 집값 상승을 잡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들에게 온갖 특혜를 주며 부동산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고, 노동자·서민에게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지 않으면 나만 손해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감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젊은층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3~4월 수도권 순유입 인구(국가통계포털 인구이동통계 자료 분석)는 전년 동기 1만 2800명보다 2배로 늘어난 2만 7500명으로 이들의 대부분(75퍼센트)은 20대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속에 늘어난 유동성이 집값 상승을 낳는 데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에 올 수밖에 없는 청년들은 더욱더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23차례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8억 4684만 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고, 전국의 전셋값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7월의 은행 가계대출도 전월보다 7조 6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집계 시작 이래 7월 기준 최대 증가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주택 매매 등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부동산 3법’으로 종부세, 양도소득세 등을 대폭 올렸으니,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가 장려해 온 임대사업자 등록 혜택(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집은 종부세 합산에서 빼주고, 소득세, 법인세,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혜택)은 임대사업자 기간 만료 때까지 계속 유지해 주기로 했다. 올해 1분기까지 등록한 임대사업자 수가 51만 1000여 명으로 늘어났고, 등록 임대주택 규모도 156만 9000채나 되는데 말이다. 기존의 등록 임대사업자들이 얼마나 집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7월 서울에서는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가 7005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부는 아파트 임대사업자들에게는 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혜택을 없애기로 했지만,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 등의 임대사업자에게는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게다가 정부가 규제 지역에서 3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은 제한했으나 다세대·연립주택은 대출 제한 대상이 아니어서 여전히 ‘갭투자’가 가능하다.

정부는 당장의 전·월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2년) 더 연장하자고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되고, 집주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입자의 계약 기간 연장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계약 갱신 청구권제’). 계약이 한 차례 연장될 때, 전·월세값은 종전 계약의 5퍼센트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전·월세 상한제’).

전체 가구 중 약 40퍼센트가 임차 가구이고, 서울은 50퍼센트가 임차 가구인 만큼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법에서는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때,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4년마다 쫓겨날 수 있다.

집값 들썩이게 만드는 친시장적 공급 확대 정책

한편, 정부는 8.4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추가로 내놓았다. 미래통합당과 우파 언론들이 공급이 늘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떠들어대는 주장에 타협한 것이다.

정부는 태릉골프장, 용산 기지창 등을 택지로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재건축에 참여하는 ‘공공참여 재건축’ 등을 시행해,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 2000호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공공참여 재건축이다. 공공참여 재건축은 현재 250퍼센트인 용적률을 300~500퍼센트으로 확대하고, 층수도 최대 50층까지 허용하는 방안이다. 대신 용적률 증가로 추가된 물량의 50~70퍼센트를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 하도록 해, 절반은 장기공공임대로, 나머지 절반은 공공분양 물량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 방안으로 5만 호가 추가로 공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방안이 정부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늘어난 용적률 200퍼센트 중 절반을 기존 집 주인들에게 주는 막대한 혜택이지만,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주변에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자신들의 집값이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 또, 초고밀도 재건축이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가 정부의 대책 발표 뒤 아파트를 35층 이상으로 지을 수 없게 하는 기존 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논란도 벌어졌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최근의 집값 폭등이 주택 공급이 부족해 생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새 주택 500만 채가 공급됐지만 이 중 260만 채는 다주택자가 사들였다(2020년 8월 4일 경실련 성명서). 앞서 봤듯이 등록 임대주택 수만도 150만 채가 넘는다. 2018년 주택 30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3기 신도시 건설 계획도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

정부 대책 중에서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일부에 불과하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70퍼센트는 판매용 아파트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판매용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건설 과정에서는 건설업계가 이득을 보고, 이후에는 집 부자들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저렴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늘리라는 요구는 계속 무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주택을 시장의 수요 공급에 내맡기면서 거듭 부동산 투기와 집값 상승 문제를 발생시켜 왔다. 최근에도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아 부동산 시장에 다시 한번 기름을 붓고 있을 뿐 아니라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확실하게 종료하지 않는 등 여전히 친시장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진정으로 서민들을 위한 주택 정책은 시장의 이윤 논리가 아니라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우선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의 행보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불평등 완화와 자본주의 경제 위기의 고통 전가에 저항하는 계급투쟁을 강화하면서 저렴한 영구 공공임대주택 증설을 요구해야 한다.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