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만 해도 문재인 정부는 한국 경제가 V자 형 반등을 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OECD 국가 중 1위를 할 것이라 자화자찬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방역을 완화하고 경제 활동을 독려한 결과, 코로나19는 재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 회복은 다시금 발목이 잡혔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W자 형태의 이중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퍼센트에서 -0.5퍼센트로 낮췄다. 곧발표될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는 올해 상반기 0.8퍼센트 위축됐다. 전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지만, 이 정도의 하락세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이 선방한 결과였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퍼센트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3퍼센트 이상 늘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확대 등 비대면 활동이 증가한 덕을 본 것이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34퍼센트 줄었는데,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무려 47퍼센트나 감소했다.

장기화하는 불황 속, 커지는 노동자들의 고통 7월 4일 정리해고·구조조정 반대 집회에 참가한 공항·항공 노동자들 ⓒ이미진

그런데 올해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황도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전망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보다 11.3퍼센트나 줄어들면서 한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한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에서도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어 수출 회복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전히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3만~5만 명씩 발생하고 있고, 4월 이후 확진자가 줄어드는 듯했던 프랑스, 독일, 일본에서도 재확산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국내 재확산으로 내수 경기까지 얼어붙는다면 상반기 못지않은 경제적 타격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 키우는 시장지향적 정부 개입

상반기에는 정부가 신속하게 막대한 규모로 경기 부양에 나서 경제가 더 추락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위기의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 채 자본주의의 모순을 키우고 있다.

긴급하게 금리를 인하하고,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하며 시중에 돈을 푼 것은 자산 가격 폭등으로 돌아와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 땀 흘려 일해 번 돈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집값 상승을 보며 많은 노동자·서민이 쓰디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또 정부의 재정 지원은 노동자를 포함한 서민보다는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됐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투입하기로 한 100조 원 이상의 재정 외에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지금까지 594조 원의 금융·재정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중 1차 재난지원금에 투입된 14조 3000억 원, 실업 증가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나는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등에 몇 조 원 지원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기업주들을 지원한 것이다.

이렇게 기업을 지원하느라 재정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는 공무원 실질임금을 깎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긴축을 강요하고 있다. 또 재정 상황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주던 지원은 곧 끊길 가능성이 있다. 이미 고용유지지원금은 다음 달부터 만료되는 사업장들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이스타항공은 다음 달에 직원의 절반 이상인 7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2차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뜸을 들이고 있다. 미래통합당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선별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선별 지원을 하면 지급 시기는 더욱 늦춰질 것이다. 

정부가 기업 지원을 위해 막대한 돈을 쓰고 있지만, 경제 침체를 해결하지 못했다. 많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았고,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좀비 기업들도 늘어났다. 이런 기업들이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도미노처럼 무너져 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여전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경제에 또다시 타격이 가해진다면 정부의 대처 능력은 상반기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한된 재정을 누구에게 써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갈등도 더 치열해질 것이다. 기업들도 불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임금 삭감과 해고 등으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는 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주들에게 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서민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는 중요하다. 지금은 고장 난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해 정부·기업들과 힘을 모을 때가 아니라 노동계급의 삶을 위해 투쟁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심각한 불황 속에서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가 거짓이라는 것은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이제까지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던 자본가들은 위기 상황에서는 거리낌없이 정부에게 더 많은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작동할수록 불평등만 키우는 시장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전제를 거부하고 노동계급 자신의 필요를 위해 싸울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진정한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를 추구할 때 가장 일관되게 투쟁을 성장시킬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혁명적 구심을 형성하려는 혁명가들의 노력이 중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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