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176석, 열린민주당까지 포함하면 179석). 총선 직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70퍼센트대까지 치솟았다.

민주당에게 표를 던진 사람 중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가 우파 정당 미래통합당에 발목 잡히지 말고 개혁을 추진하길 바랐을 것이다.

정부·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해 우파 야당의 방해를 받지 않고 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총선 대승 후 넉 달 동안 정부·여당이 한 일들은 사람들의 바람과는 영 딴판이었다.

정부·여당은 총선 승리로 얻은 추진력을 이용해 새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반(反)노동 개악에 속도를 냈다. 20대 국회 끝물에 “코로나 비대면 서비스”로 포장된 데이터 규제 완화(데이터 3법), 청와대·국회 앞 집회 금지(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개악),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보장과 고용보험 적용 약속을 배신하기(개정 고용보험법) 등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에는 공수처 3법으로 대표되는 ‘검찰 개혁’부터 서둘러 착수했다. 그 목적은 임기 말 권력 누수를 방지하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검찰을 견제하려는 것이었다(검찰은 조국 논란, 울산시장 선거 개입 건, 정부 인사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다수의 금융 사기 건을 수사하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중에는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에 휩싸인 윤미향 씨(전 정의기억연대 대표)도 포함돼 있다.

즉, 정부·여당이 말하는 검찰 개혁은 노동계급에 이로운 ‘개혁’은 결코 아니고, 권력 기관 사이의 파워 게임을 위선적으로 포장한 것일 뿐이었다.

기업주만 챙긴 총선 승리 후 넉 달 좌파적, 투쟁적 대안이 필요하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7월에 들어서자 부동산 대란이 벌어졌다. 집권 이후 스무 번 넘게 나온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켜 왔음이 분명해졌다. 이것이 도화선이 돼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30퍼센트대까지 폭락하고 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지르는 현상이 일어났다.

정부·여당은 지지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빠르게 통과시켰다. 통합당은 ‘여당 독재’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통합당과 보수 언론의 야단법석과는 달리, 부동산 관련 법안들의 실제 내용은 근본적 해결은 고사하고 폭등한 집값을 잡기도 어려운 미미하고 온건한 대책이다.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영구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 등 시장 논리를 거스르는 개혁이 필요한데, 정부·여당이 통과시킨 관련 법안들은 임대인들에 대한 미온적 규제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쉼 없이 추진된 규제 완화·노동개악

문재인은 7월 16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코로나19 위기가 가져 온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다”며 “규제 혁파에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7월에 ‘한국판 뉴딜’이 포함된 3차 추경안이 통과됐는데, 문재인의 주문 사항이 포함돼 있다.

한국판 뉴딜은 저질 일자리 양산, 노동시간 연장, 임금 성과급제 강화 등 노동개악안, 의료 영리화를 가속화할 원격 의료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3차 추경안은 이런 개악을 위한 예산 투입이었다.

이랬던 정부가 지금은 4차 추경예산에 부정적이다. 수해 복구를 위한 충분한 지원, 코로나19 재유행 위기에 따른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절실한 상황인데 말이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에도 부정적이고, 수해 복구 등 지원은 기존 예산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관련 기사: 정선영, 333호 ‘2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하라’)

추경 없이 지출을 늘리겠다는 것은 정부의 관련 재정 지출이 매우 제한적이게 될 것임을 예상케 한다. 그조차도 노동계급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정부·여당은 총선 직전 1차 재난 지원금을 약속해 표를 끌어모았지만, 총선이 끝나자마자 연가보상비 전액 삭감 등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재정 부담분 일부를 떠넘겼다. 이미 여권에서는 공무원 임금을 20퍼센트 삭감해 2차 재난지원금을 마련하자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요컨대 민주당은 ‘슈퍼 여당’으로서의 힘을 개혁 염원 실현에 사용하지 않았다. 정권의 더러운 치부를 가리거나 기업 지원, 친기업적 규제 완화, 노동개악에 쓰고 있다. 지지율 추락 위기에 직면해서야 대중의 부동산 불만을 부실하게 땜질하는 입법에 잠깐 나섰다. 그조차도 지지율 반등 효과가 없자 통합당에 단독 통과를 사과했다.

앞으로의 추진 목록에도 친기업 개악이 가득하다. 이는 대부분 우파 야당과 손잡고 추진할 것이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거대 양당 간 권력 쟁투가 고조되고 있지만, 두 당 모두 경제 위기 하에서 사용자들의 이익을 먼저 보호하고 다수의 삶을 지키기 위한 개혁은 나 몰라라 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최근 여권 지지율의 급속한 추락은 이런 행보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과 환멸을 보여 주는 것이다. 2018년 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압승했지만 노동개악을 본격화한 2018년 후반부터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번에는 이에 대한 반사 이익을 통합당이 누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지지율은 민주당과의 격차를 꽤 좁혔다.(관련 기사: 김문성, 333호 ‘문재인 정부의 위기와 우파의 부상’)

이런 상황에서 진보·좌파는 민주당의 친기업적 면모와 정책을 비판하고 폭로하면서 여권에 실망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왼쪽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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