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인종차별 부추겨 지지층 다지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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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인종차별 선동이 트럼프의 주요 무기다. 사실 트럼프는 임기 내내 인종차별을 부추겼다. 8월 말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 참가자들을 “폭도, 아나키스트, 선동가, 약탈범”이라고 비난하며 “법질서 수호”를 외쳤다. 이는 1970년대 공화당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처음 사용한 “남부 전략”을 다시 쓰는 것인데, 당시 닉슨은 흑인 “폭력배”에 맞선 백인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트럼프는 “폭도가 당신들 문 앞까지 닥칠 수 있다”면서 공포심을 자극했고, “우리가 일군 것을 지켜야 한다”며 자경단 폭력을 고무했다. 트럼프는 돌격소총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두 명을 사살한 카일 리튼하우스가 “매우 좋은 사람”이고, 8월 29일 포틀랜드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공격하다 사망한 극우 단체 회원 제이 비숍이 “위대한 애국자”라고 떠들었다.
9월 1일에도 트럼프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초점이 된 위스콘신주
친
한편, 트럼프는 행정부의 권력도 선거 운동에 동원했다. 8월에 트럼프는 “우편 투표를 하면
구조조정 때문에 집배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됐고 곳곳의 우편집중국에서 우편물 분류 기계가 멈춰 노동 강도가 세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자가 격리돼 의약품과 생필품을 우편으로 배달받는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강경 우파 지지층이 트럼프에 결집하는 모양새다. 상반기 내내 추락하던 트럼프 지지율은 8월 하순을 거치며 반등해, 몇몇 조사에서는 임기 초 지지율
코로나19
그럼에도 트럼프의 처지는 2016년과 같지 않다.
먼저, 현직 대통령으로서 트럼프는 미국을 짓누르는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모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고, 지난 선거 때처럼 ‘아웃사이더’를 자처할 수 없다.
올해 초 트럼프는 ‘경기 회복’을 성과로 내세우려 했다. 그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그 심각성을 무시하고 경제 재가동에만 몰두했고, 이는 방역 대실패로 이어졌다.
9월 1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공식 통계로도 18만 7736명인데, 실제로는 이미 8월 초순에 20만 명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즉, 트럼프는 스스로 자초한 이런 끔찍한 파국의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려 인종차별적 선동을 핵심 축으로 삼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안이 못 된다
그러나 민주당과 바이든도 대안이 못 된다. 현재 바이든 지지는 정체 상태인데, 무엇보다 대중의 변화 염원과 교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싸잡아 “일체의 폭력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케노샤·포틀랜드 등지에서 사람들이 경찰과 극우에 맞서 자기 자신을 지킨 것을 두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집중 공략하지만,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니 샌더스의 핵심 공약이었던 전국민 단일건강보험 제정을 채택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운영하는 주정부들은 등교 개학을 강행하려다 교육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서야 철회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우편제도 공격도 선거 쟁점으로 삼았지만 공공우편의 수익성 추구 기조는 유지했다. 민주당은 빌 클린턴 정부 당시 공공부문을 수익성 논리에 따라 구조조정해서 집배 노동자를 15만 명이나 줄인 전력이 있다. 팬데믹 와중에 집배 노동자 과로사가 속출하는 데에 민주당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탓에, “바이든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해서 바이든에 투표한다는 사람은 9퍼센트밖에 안 된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계속되다
트럼프의 우익 지지층 결집 시도와 그에 자극받아 날뛰는 극우에 단호한 투쟁으로 맞서는 것이 비할 바 없이 중요한 때다.
특히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중요하다. 그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기성 체제를 뒤흔들었고, 체계적 인종차별을 공식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시켰다. 이 운동은 트럼프와 미국 지배계급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고, 이전까지는 불가능하다 여겨지던 개혁들도 여럿 쟁취했다.
지금도 이 운동은, 위스콘신주
8월 마지막 주말에도 케노샤·포틀랜드·시카고·로스앤젤레스 등 곳곳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가 벌어졌다. 8월 28일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는 곳곳에서 극우의 ‘맞불’ 시위와 충돌했다. 트럼프가 대선을 앞두고 강경 우익 선동을 남발하는 지금, 극우 폭력은 더한층 격렬해질 수 있다. 예컨대, 케노샤에서 시위대 두 명을 살해한 카일 리튼하우스도 열성 트럼프 지지자고, 포틀랜드에서 시위대를 공격하다 반격에 부딪혀 죽은 제이 비숍도 트럼프 지지 단체 회원이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계속 트럼프 정부와 극우에 맞서, “폭력 시위” 운운에 위축되지 말고 단호하게 맞서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주당 친화적 대형 엔지오들은 운동을 자제시키고 선거적 목적에 활용할 생각에 여념이 없다. 운동이 심화하려면 미국 사회주의자들이 지적하듯 “미국 전역의 운동에
그런 운동에서 노동자들도 더 많은 구실을 한다면 그 운동은 더한층 급진화될 것이고, 변화의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미국 노동자들은 전염병 위기와 경제 위기의 고통 전가에 맞서 팬데믹 초기부터 수백 건의 투쟁을 벌여 왔고, 등교 개학 저지 등 중요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곳곳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도 동참했다.
스포츠 선수들도 블레이크 총격을 규탄하며 곳곳에서 “경기 거부 파업”에 나선 지금, 노동자 대중이 영감을 얻어 트럼프와 인종차별에 맞선 투쟁을 심화시키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투쟁 속에서 혁명적 좌파가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