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9월 7일 노동자연대가 진행한 온라인 토론 ‘코로나19 위기와 여성’(영상보기)의 발표문을 다듬은 것이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코로나19 감염병과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고통은 불평등과 차별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노동계급을 포함한 서민 여성들의 삶은 이번 위기로 인해 더한층 고통받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가장 강조되는 것은 사회 활동을 줄이고 집에 머무르라는 것이다. 물리적 거리두기와 집콕 생활이 강조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이윤 창출에 필수적인 공장과 회사의 운영은 중단되지 않았다. 그래서 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이나 쿠팡 물류센터 감염에서 보듯 많은 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해 교육, 육아와 노인 돌봄을 보조해 주던 사회서비스 기관들은 대거 문을 닫거나 서비스를 축소했다.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 개학과 개원을 연기했고, 방과후 교실은 문을 닫았다. 경로당, 경로식당, 노인 주야간보호시설, 장애인 지원 시설 등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감염 우려로 인해 집으로 와서 육아와 돌봄, 가사를 지원해 주던 사회서비스의 이용도 크게 줄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별 가정에 떠넘겨졌다. 물론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사람을 고용해 가사나 돌봄을 맡길 수 있다.

그러나 노동계급을 포함한 서민층 가정에서는 그야말로 비명소리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심지어 한국은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는 날짜가 노동자 1명당 겨우 10일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컸고 진보단체들도 가족돌봄휴가 확대를 요구해, 최근 국회에서 가족돌봄휴가를 20일(한부모 가정은 25일)로 늘리는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코로나 재유행이 반복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여성들의 양육·돌봄·가사 노동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미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지난해 육아를 포함한 가사노동의 75퍼센트 이상을 여성이 담당했다. ‘한국의 노인 및 아동 돌봄 가족 조사’에 따르면 가족 중 노인을 주로 돌보는 사람의 85퍼센트가 며느리, 딸 등 여성이었다.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의 부담이 훨씬 큰 것이다. 이는 남성 노동자에게 가족의 주된 생계부양자 구실이 기대되고 더 오랜 시간 일하고 더 멀리 출퇴근해야 한다는 점, 여성 노동자에게 시간제나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가 더 많이 주어지는 상황 등이 맞물린 결과일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로 여성들의 가사노동 부담은 더욱 늘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7월 중순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여성들의 자녀·노부모 평균 돌봄 시간은 이전보다 무려 6시간 이상 증가했다.

한부모 가정의 고통은 더욱 컸을 것이다. 아이를 돌보는 가정 넷 중 하나가 한부모 가정이다. 이 중 4분의 3은 여성이 가장인데, 한부모 가정의 상대적 빈곤율은 양부모 가구에 비해 12배나 높다.

가정 폭력 증가

이런 상황은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사람들이 겪는 소외와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 폭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여성과 아이인 가정 폭력 희생자들은 코로나19 하에서 더 큰 공포와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가족을 통해 애정과 도움, 유대를 형성하기를 바라고, 그런 따뜻함을 경험할 때가 종종 있긴 하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과 육아 부담 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가정은 일상적 스트레스와 긴장에서 벗어나는 피난처이기는커녕 그런 압박감을 표출하는 곳이 되기도 쉽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가혹하게 대하기 쉬운 것이다.(관련 기사: ‘가정 폭력, 여성 차별, 자본주의’, 〈노동자 연대〉 272호)

악화되는 여성 노동자의 삶

개별 가정에 가사와 양육 부담이 떠넘겨져 있고, 여성이 그 주된 책임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도 차별을 겪고 있다.

많은 여성들은 육아 기간 경력 단절을 겪는다. 물론 경력단절 여성이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비율은 지난해에도 기혼 여성의 19.2퍼센트에 달했다.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 10명 중 4명은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가사와 돌봄을 위해서 일자리를 그만 둔 여성은 더욱 늘었다. 같은 이유로 일이나 구직 노력을 포기해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 여성은 3월 10만 3000명, 4월 27만 3000명 늘었다.(전년 동월 대비, 한국여성노동자회)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은 복직을 해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남녀고용평등법에 명문화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성별 임금격차는 크다. 지난해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69.4퍼센트에 불과했다(통계청 자료). 여성의 월평균 급여는 남성의 67.8퍼센트로, OECD 평균보다 훨씬 적다. 비정규직 비율도 여성들이 더 높다.

물론 자본주의 국가와 기업주들은 여성들에게 양육과 가사 부담을 떠넘기면서도 이들이 집에만 머물지 않고 더 많이 노동하기를 바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부족한 노동력을 여성 고용을 높여 해결하고, 여성을 집 안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 활용하는 것이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가정 양립”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 고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 가장 크게 늘어난 일자리는 시간제 비정규직 일자리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시간제 노동이 늘었는데, 특히 여성의 증가폭이 더욱 크다. 지난해 8월 여성 시간제 노동자 수는 231만 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17.1퍼센트나 증가했다.

이중의 굴레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일자리인 것처럼 포장한다. 그러나 이 일자리는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일 뿐이다.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87만 원에 불과하다. 시간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26.1퍼센트이고, 국민연금 가입률도 20퍼센트가 안 된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전국여성노조가 여성 시간제 노동자 3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1.8퍼센트가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로 이동하길 원했다.

물론 지난 수년간 남녀 모두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줄어 왔다. 이는 노동운동 일각에서 유행하는 주장, 즉 비정규직화가 지속 증가하고 여성 노동 일반이 비정규직화하고 있어 노동자들의 저항 잠재력이 사라졌다는 주장과는 다른 그림을 보여 준다. 다만, 지난해 불황이 심화하고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쓰면서 지난해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의 감소 추세는 소폭이지만 다시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뒤 노동자들은 심각한 실업난에 고통받고 있는데, 여성들이 받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올해 3~7월 월평균 취업자수 감소는 전년 동월 대비 남성은 13만 1000명, 여성은 20만 7000명이었다. 일시 휴직자는 올해3~4월 남성은 297만 5000명, 여성은 369만 6000명이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종사 비율이 높은 음식숙박업과 도소매 서비스업, 사회복지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또, 비정규직·임시직 등이 고용에서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데 이런 일자리에서 일하는 여성 비중이 높은 점도 작용했다.

시장화된 돌봄 서비스가 문제를 악화시키다

정부는 여성을 고용 시장에 끌어내기 위해 양육 지원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가능한 값싸게 추진하려 하면서 여러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돌봄교실, 노인요양시설 등은 대부분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내맡겨져 있다. 영세한 민간 업체들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열악한 비정규직이다. 이는 돌봄의 질 저하를 낳았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을 만들어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민간 사업주들의 반발을 의식해 이미 크게 후퇴했다.

코로나19는 열악하고 시장화된 돌봄 서비스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가령, 초등학교에서 제공된 긴급돌봄을 담당한 노동자들은 80퍼센트가 시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마스크 등 기본적인 방역 물품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중요한 일을 해야 했다. 이 초등돌봄전담사들은 몇 년 전부터 노조를 결성해 시간제가 아닌 전일제로 전환하고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해 왔는데, 정부가 이런 요구를 수용했다면 이번 위기 때 훨씬 안정적으로 돌봄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양질의 돌봄 서비스, 국가가 책임져라 5월 26일 공공연대노조 기자회견 ⓒ조승진

돌봄 서비스 부문의 다른 노동자들도 대규모 일자리 상실과 소득 감소를 겪어야 했다. 집으로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노동자, 아이돌봄 노동자 등은 노동자성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코로나 위기로 처지가 더욱 악화했다.

올해 6월 초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가사노동자의 방문 가정 수가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평균 소득이 이전 112만 3000원에서 63만 9000원으로 줄어들었다. 아이돌보미 노동자들도 월 평균 123만 5000원에서 88만 원으로 줄었다. 방과후 강사들은 경제적 타격이 가장 컸다. 81퍼센트가 수입이 아예 끊겼다. 월 평균 소득은 223만 9000원에서 2만 7000원으로 줄었다.

여성 차별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처럼 코로나19와 함께 여성 차별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개별 가정에 육아·돌봄·가사 노동의 책임이 떠넘겨져 있고, 그 주된 책임을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 존재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흔히 여성이 누군가를 돌보는 데 더 적합한 본성을 가졌다고들 생각한다. 부드럽고 섬세한 게 여성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이 폭력적이거나 더 대담한 기질을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여성도 누군가를 돌보기 적합한 존재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여성이 돌봄과 가사의 대부분을 떠맡는 것은 인간 본성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조직되는 방식의 산물이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한 경쟁 압박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자본가들은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 노동자들에게는 가능한 더 적은 돈을 들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노동계급 가족에 노동력 재생산의 부담(노동자들이 먹고 쉬며 노동력을 재생하고, 후대의 노동력을 양육하고, 노인을 돌보는 일 등)을 떠넘기고 있다. 이런 일을 노동계급 여성들에게 주로 전가함으로써 자본주의 국가와 기업들이 주로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지배자들이 그토록 가족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이유이다.

국가는 저출산을 우려하며 여성들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라고 강조한다. 양육을 제대로 지원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법에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이 명시돼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를 사용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용노동부의 2017년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노동자에게 출산 휴가를 준 기업은 9.6퍼센트에 그쳤다.

육아휴직은 여성과 남성 모두 1년을 쓸 수 있게 돼 있지만, 휴직에 따르는 임금 보전액이 최대 120~150만 원밖에 되지 않아 쉽게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해고나 승진 누락 등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 이것은 남성들이 육아 휴직을 쓰기를 꺼리는 요인이 된다.

임신·출산이 해고나 승진 누락 등으로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국가의 지원 부족으로 믿고 맡길 만한 양육시설도 매우 부족하다.

여성 차별로 남성 노동자들이 득을 볼까?

여성 차별의 현실을 보며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흔히 여성 차별에서 남성 일반이 이득을 본다고 여긴다. 그러나 개별 가정에 자녀 양육이 내맡겨져 있는 데서 진정한 이익을 보는 것은 사장들과 국가이다. 지배계급은 가족제도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에 필요한 노동력을 노동계급의 부모들에게서 거의 공짜로 제공받고, 간병과 노인 돌봄 비용 지급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양육이 개별 가정에 떠넘겨진 상황 속에서 노동계급의 여성과 남성 모두 큰 부담을 지며 살아가야 한다. 많은 남성 노동자들도 육아 부담 때문에 장시간 노동 등에 시달려야 한다. 만약 국가가 대대적으로 투자해 육아, 돌봄, 가사를 사회화한다면 이를 통해 노동계급의 여성과 남성은 모두가 득을 볼 것이다.

여성에게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를 강요해 이득을 보는 것도 기업주와 국가이다.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은 남성 노동자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 열악한 일자리가 많아질수록 남성 노동자들도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라는 압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지배계급은 여성 노동자를 차별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며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려 한다.

물론 자본가계급의 여성도 차별을 겪긴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부로 가사와 양육, 돌봄 등을 전담할 사람들을 고용해서 차별의 효과를 대폭 완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도 이윤을 위해 여성 노동자에게 저임금을 주고, 양육 등 돌봄을 대폭 사회화하는 조처를 지지하지 않는다. 지배계급 여성도 여성 차별과 노동자 착취에서 득을 보는 것이다.

불황이 심화하는 속에서 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홈플러스 여성 사장 임일순은 홈플러스 지점 매각을 추진하며 노동자 수천 명을 구조조정하려 한다. 주주들에게는 수백억 원의 배당 잔치를 벌이더니 노동자들에게는 고통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격에 여성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성별이 아니라 계급이 핵심 분단선 홈플러스 사장 임일순(오른쪽)의 이윤은 홈플러스 여성 노동자들(왼쪽)을 착취하는 데서 나온다 ⓒ출처 서비스연맹/홈플러스

따라서 진정으로 여성 차별이 사라지려면 자본주의 체제와 그 수혜자들인 지배계급에 맞서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 자본주의 이윤 논리에 맞서 노동계급의 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를 타도해야 여성 차별을 진정으로 없앨 수 있다.

여성 노동자의 잠재력

코로나는 노동계급과 서민층에 큰 고통을 안겨 주고 있지만, 팬데믹을 이겨내는 데 노동계급이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돌봄이 중단되고 약화된 경험은 역설적으로 그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 줬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영웅이라 부르며 응원하는 분위기도 있다. 세계 보건의료 노동자의 70퍼센트가 여성이고, 한국은 그 비율이 77.3퍼센트에 이른다. 여성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에서 주변화돼 있고 경제 위기 시기에 손쉽게 우선 퇴출된다는 상당수 페미니스트들의 일면적 주장과 달리, 오늘날 여성 노동자들은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데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성 노동계급의 규모는 증가 추세이고, 여성 노동자들은 사회에서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의 여성 임금노동자는 2019년 현재 약 908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4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여성 노동자도 남성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자신과 사회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지난 2017년 이후 민주노총 조합원 가입이 증가했는데, 그중 여성 노동자들이 높은 비율로 가입했다. 보건의료, 공공서비스 부문 등에서 여성들이 많이 가입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대학 청소 노동자들, 병원 노동자들 등은 지난 수년간 투쟁을 통해 처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착취와 차별 강화에 맞서 계급투쟁이 전진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악화하는 여성들의 처지 개선을 위해서도 해고와 임금 삭감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방역과 돌봄을 위해 필요한 국가의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 양질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도 대폭 확대돼야 한다. 돌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방역 물품을 제공하고, 학급당 학생 수와 노동자 1인당 보육 인원 수도 줄여야 한다. 그래야 교육과 보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전한 방역 조처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와 돌봄 노동자들의 수를 대폭 확대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또 지금처럼 육아와 노인 간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1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기업 경기를 살리기 위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 예산은 무려 23퍼센트나 증액했지만 교육 예산은 되려 2.2퍼센트 삭감했다. 보육 관련 예산도 찔끔 증액에 그쳤다. 올해 노동자 처우 개선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이들에게 민간위탁의 열악한 일자리를 그대로 강요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 경제 불황이 닥친 상황에서 정부는 이윤 수호에 우선순위를 두며 기업주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인하한 결과 부동산과 주식 가격은 치솟고, 부자들의 재산은 더욱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여성과 남성 노동자들은 해고와 소득 감소에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코로나 재유행 상황에서 많은 노동자를 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책을 고수하고 있다. 또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역대 최저로 정하고,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개악도 추진 중이다. 이런 친 기업·반 노동 정책 속에서 노동계급 일반이 고통받고 있고, 여성 차별은 더욱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심각한 불황 속에서 여성과 남성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는 정부와 자본가들에 맞서는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의 투지를 고무하고 단결과 연대를 전진시킬 정치가 중요하다. 여성 차별을 남 대 여 구도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이윤 체제의 동학과 연결해서 설명하며 차별과 착취 모두에 맞서 체제를 변혁하려는 혁명적 사회주의의 분석과 조직이 더욱 발전할 필요가 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강화해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사회를 건설할 때 진정한 여성 해방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위기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전망을 추구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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