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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 재해 ―부시의 정책이 초래한 끔찍한 결과

지난 주말[9월 3일]에 미군 제82공수사단이 뉴올리언스에 배치됐다. 미국 도시에 군대가 배치된 것은 1992년 4월 로스앤젤레스 반란 이후 처음이다.

로스앤젤레스 반란 역시 미국 사회의 인종적·계급적 분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최근의 사건 중 하나였다. 그것은 미국이 냉전의 승리자로 떠오르고 1991년 걸프 전쟁에서 이라크를 풍비박산낸 직후에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의 가난한 흑인과 백인, 그리고 라틴계 주민들의 엄청난 분노가 폭발했고, 당시 대통령 조지 부시 1세가 미국 사회의 병폐를 해결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같은 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 1세가 빌 클린턴에게 패배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두 번째 임기를 치르고 있는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는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는 없다. 그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참상에 대한 정치적 반응이 부시 2세를 레임덕에 빠뜨릴 수는 있다.

"자연" 재해는 보통 인재(人災)의 측면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습지를 파괴하고 홍수방재를 하지 않은 것이 뉴올리언스의 피해를 최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재해의 결과는 언제나 사회의 내부 결함을 마치 엑스레이처럼 선명하게 보여 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특히 무자비하게 이 점을 보여 줬다.

그것은 평소 미국 사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빈곤과 고통 ― 특히 흑인들의 ― 을 백일하에, 그것도 전 세계의 텔레비전 화면에 드러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카트리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허점도 여실히 보여줬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에서 미국 정부를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핑계만 늘어놓는 무능한 정부"라고 비난했다.

이것이 단지 부시 정부 일각의 태만이나 무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지도적 이데올로기의 반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워싱턴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공화당 우파의 공통점은 무엇보다도 국가의 기능을 축소하려는 욕구다. 20세기 초의 윌리엄 매킨리 집권 시절 소득세도 없던 때처럼 말이다.

부시는 첫 임기 동안 대규모 세금 감면을 추진했고, 이는 곧바로 부유층을 이롭게 했다. 그 결과 국민소득 대비 연방 조세수입의 비율이 1950년대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군비 지출이 대폭 증대되자 기록적인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연방 정부는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부시의 전 재무장관 폴 오닐이 이에 반대했을 때, 부통령 딕 체니는 "레이건이 재정적자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호통쳤다.

두 번째 임기 중 부시의 주요 국내 목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사회보장제도(연방연금제도)를 사유화하는 것, 즉 월스트리트의 수중에 넘겨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세금을 대폭 삭감해서 예산 위기를 만들고 이를 핑계 삼아 훨씬 더 대규모의 공공지출 삭감을 추진하는 것이 공화당 우파의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정책들의 주요 피해자인 빈곤층은 미국 국가의 또 다른 얼굴 ― 약해지기는커녕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는 ― 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경찰과 주방위군, 그리고 계속 확대되고 있는 거대 감옥·산업 복합체가 그것이다.

그러므로 부시 정부가 뉴올리언스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 홍수 방재에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미 육군의 청원을 거부하고 "본토 방어"에 돈을 쏟아부은 것 ― 은 완전히 필연이었다. 결국 부시 정부가 원하는 국가란 나라 안팎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카트리나 사태에 대한 정치적 격분은 공화당 우파의 계산이 어긋났음을 보여 준다. 모름지기 국가 권력이란 강압만이 아니라 동의와 정당성에도 의존한다. 이것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진실이다.

이라크의 대혼란은 단지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에만 타격을 준 것이 아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을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당한 것으로 여기기 힘들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대혼란이 뉴올리언스에서 되풀이된 것 ― 이번에는 미국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 때문에 그런[국제적 이미지] 타격의 피해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수퍼돔의 지옥 같은 광경을 지켜보면서 전 세계 도처에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과연 미국식 자본주의가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상인지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번역 장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