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초점'의 주도적 활동가 니콜라 불라드가 APEC에 맞서 운동이 결집해야 하는 까닭을 〈다함께〉에 보내 왔다. 니콜라는 11월 반APEC 시위에 참가할 예정이다.

APEC이란 무엇인가?

전 호주 외무부 장관 가레쓰 에반스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이하 APEC)를 "하나의 동사를 추구하는 네 개의 명사"라고 말했다.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첫 번째 비공식 회의 이후 16년이 지난 지금 APEC은 여전히 그것을 정의할 동사를 찾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APEC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지배자들의 합의를 만들어 내는 기구이자,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특히 무역과 안보 관련 의제를 강요하는 '부드러운 외교'의 장(場) 구실을 해왔다.

공식적으로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 협력, 무역·투자 증진을 위한 최고의 포럼"을 표방한다.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21개국의 광범하고 느슨한 모임인 APEC은 "자발적 참여, 개방적 대화 그리고 모든 참가국의 견해에 대한 동등한 존중"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조약 준수 의무도 없고, 합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며, 결정된 정책은 자발적으로 이행된다.

21개 회원국 ― 중국과 대만의 다소 불편한 관계를 의식해 '회원 경제'라고 부른다 ― 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26억 명), 국내총생산(GDP)의 약 60퍼센트(19조 2천5백40억 달러)와 교역량의 47퍼센트를 차지한다. APEC은 "출범 이후 10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거의 70퍼센트를 차지한, 전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을 대표한다"고 자랑한다.

현재 APEC 회원국은 다음과 같다.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페루, 필리핀, 러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미국, 베트남, 호주.      

APEC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APEC은 무역·금융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의제를 장려한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무역과 투자는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국제 무역과 투자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는 반대로, 보호주의는 특정 산업에서 비효율성을 조장하고 가격을 높게 유지한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무역은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따라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낮춘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된다."(APEC 공식 웹사이트)
APEC의 전환점, 적어도 무역 자유화의 측면에서 APEC의 전환점은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회의였다. '보고르 선언'에서 선진국은 2010년,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투자 자유화를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APEC의 결정이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고르 선언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보고르 선언의 영향으로 일련의 경제 개혁이 시작됐고, 수많은 정상회의, 고위관리 회의, 총회와 보고서, 기술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APEC 관료들이 대거 생겨나 성장과 번영을 위한 주요 강령으로 자유 무역을 강조하고 회원국 간의 관계를 규정했다.

WTO 협상의 비공식 무대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된 1995년 이후, APEC은 회원국 사이에서 이견이 있는 무역 쟁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서 WTO 협상으로 넘기는 비공식 협상장으로 이용됐다.

실제로 1996년에 APEC 정상회의는 공동 목표로서 무역 원활화와 투자 자유화를 지지했고, 그 합의는 뒤에 열린 1996년 WTO 각료회담에서 싱가포르 이슈[투자, 경쟁 정책, 무역 원활화와 정부 조달 투명성 등 네 가지 이슈]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됐다.

이와 비슷하게 2000년과 2003년에도 APEC 선언을 통해 도하 라운드의 진전을 촉구했을 뿐 아니라 지역간·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APEC의 기원은 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를 제안했다. 그것은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무역 지대에서 유럽연합(EU)을 배제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우루과이 협상을 촉진하려는 책략이었다. 

처음 APEC이 설립됐을 때 중국은 WTO 회원국이 아니었다. APEC은 미국이 중요한 가입 준비 협상에서 중국과 연계를 강화하는 유용한 틀이었다.

상대적으로 중요한 경제이면서 아직 WTO 회원국이 아닌 다른 두 나라, 즉 러시아와 베트남도 APEC 회원국이며, 이 점 때문에 이들 두 나라는 최종적으로 WTO에 가입하는 조건에서 자유 무역에 대한 '합의 도출'이라는 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WTO 가입은 불투명한 과정으로, 실제로는 미국과 EU가 지배한다. 신규 가입국이 이 두 경제 대국들에게 충분한 양보를 한 뒤에야 미국과 EU는 사실상 WTO 가입을 허가해 준다. 이런 상황에서 APEC은 미국이 WTO 가입을 기다리고 있는 나라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유용한 기반이다.)

테러와의 전쟁 동참

2001년까지 APEC은 다소 기술적인 무역 문제를 주로 다뤘다. 그러나 9?11 공격이 있은 뒤 미국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활용해 다른 정부들에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APEC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후 모든 각료회의에서 APEC 정상들은 테러와의 투쟁에 연대한다고 선언했고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분쇄하기 위해 지역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로 APEC 회원국 가운데 많은 나라에서 시민권을 제한하고 이견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사화를 강화하는 강력한 반테러법을 제정했다. 올해 APEC 정상회의 주최국인 한국을 포함한 여섯 개 회원국이 이라크 점령을 지지하는 '의지의 동맹'에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다섯 나라는 일본,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그리고 당연히 미국이다.

APEC이 중요한가?

APEC은 비교적 덜 노골적이고 따라서 보통 G8, 세계경제포럼 그리고 WTO 각료회담 같은 수준 높은 행사들에 뒤따르는 항위 시위나 주목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APEC은 조금도 온건하지 않다. APEC은 자유 무역이 번영과 발전을 가져오는 열쇠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회의 기구, 보고서, 기술적 활동들을 통해 APEC은 지배자들의 정치적 합의를 만들어 내고 국내 정책과 지역의 무역?정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APEC은 이후 다자간 협상에서 다시 추진하거나 국내 정책의 기준이 되는 제안들의 실험장이다. 

올해 APEC 정상 회의의 슬로건은 부드럽다. '열린 공동체로 함께 발전하는 APEC.' 그러나 이 부드러운 슬로건 이면에서 여러 뜨거운 쟁점들이 논의될 것이다. 미국은 APEC을 기회로 삼아 핵심 회원국들의 이라크 전쟁 참여를 강화하려 할 것이 확실하다. 가장 중요한 나라들은 여전히 이라크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이다.

또한 미국은 정상회의를 이용해 관세 인상과 수입 할당량을 부과하겠다는 협박으로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 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미국은 APEC 각료회의를 이용해 WTO나 양자간·지역간 무역 협정에서 자국이 추구하는 무역 목표들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 할 것이다. 홍콩 WTO 각료회담에서 미국의 의제가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11월 정상회의를 통해 홍콩에서 미국의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APEC의 쟁점들은 주로 미국이 정할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회의에서 흥미로운 양상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구실일 것이다. 중국은 그 지역에서 점점 중요한 협력대상이자 유력한 경제·외교 세력이 되고 있다.

APEC 회원국의 다수는 미국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양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들은 두 나라 중에서 한 나라를 선택할 수 없지만, 동시에 경제적·전략적으로 중국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만약 중국과 미국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많은 APEC 회원국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APEC: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지금은 부시 정부의 무역과 외교 정책을 최대한 압박해야 할 때다. 이라크 전쟁과 자유 무역에 대한 부시의 입장은 모두 약화되고 있다. 그의 인기는 베트남 전쟁이 절정에 달한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의 지지율 수준으로 떨어졌다.

9월 말에 워싱턴에서 열릴 대규모 반전 시위를 통해 미국 반전 운동이 되살아나고 [미국] 국내에서 철군 압력이 커질 것이다. 미국은 공격적인 무역 정책들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재계, 언론, 노동조합을 포함한 미국 사회의 많은 부문들이 무역 자유화 증진의 혜택을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홍콩 WTO 각료회의를 한 달 앞둔 중요한 시점에 한국의 노동자, 농민, 사회운동, 청년, 여성들은 조지 부시와 다른 APEC 정상들에게 우리가 WTO의 불평등한 무역 정책에 반대하고 이라크에서 미국, 한국, 호주, 뉴질랜드 군대의 즉각 철수를 요구한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 우리 모두를 위해 그 시위에 꼭 참가하자.

번역 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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