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일자 기사 ‘검찰 기소로 다시 불거진 윤미향 부정 의혹의 정치적 의미’를 9월 29일 개정·증보한 것이다. 주로 보강된 내용은 윤미향 씨와 정의기억연대의 잘못을 방어하는 진보 진영 일각을 반박한 부분과 위안부 문제 미해결의 근본 배경을 다룬 부분이다.


9월 14일 검찰이 윤미향 민주당 의원(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전 이사장)을 기소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로 논란이 시작된 지 넉 달 만이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는 보조금 허위 신청·수령, 미신고 모금, 모금과 단체 재정 횡령 등 총 8개다. 총선 직후 제기된 핵심 의혹 일부를 사실이라고 본 것이다.

혐의 내용 중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가 단체에 약 8000만 원을 기부하게 유도한 것, 안성쉼터를 턱없이 비싼 값에 구입해 단체에 손해를 입힌 것, 이후 미등록 숙박시설로 운영하면서 유료 대여한 것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중 6개 혐의에 정의연 이사 1명도 공범으로 기소했고, 길원옥 할머니 건에는 몇 달 전 목숨을 끊은 손 모 전 마포 쉼터 소장도 가담했다고 밝혔다.

윤미향 의원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들을 즉시 모두 부정했다. 횡령은 없었으며, 인건비 부정 수령이 아니라 인건비를 받은 활동가들이 단체에 기부한 것이라고 했다. 길원옥 할머니의 기부를 자신들에게 사기당한 것으로 본 것은 할머니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재판에서의 다툼을 예고한 것이다.

한편, 검찰은 안성 쉼터를 시세보다 수억 원 비싸게 매입한 것은 단체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배임죄라고 봤지만, 그 이면에 매도인 또는 매개인과 모종의 거래가 오갔을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파고들지 않았다.

회계 공시 누락 혐의도 기소하지 않았는데, 누락은 사실이지만 현행법에 허점이 있어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소 대신 법 개정을 법무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단체 재정을 횡령해 아파트 구입 비용 등에 쓴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기소됐다. 검찰은 윤 씨 부부의 실제 수입이 신고된 액수(소득세 납부한 기준액)보다 많아서 그러한 지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검찰이 예로 든 수입에는 윤 씨의 남편이 운영하는 신문사 광고비 등이 포함돼 탈세에 대한 의구심을 남겼다.

민주당은 총선 직후 논란이 한창일 때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윤미향 의원이 기소된 지금은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며 당의 윤리감찰단 감찰 대상에서 윤미향 의원을 제외했다. 대신에 당규에 따라 당직과 당원권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제 와서 마치 자기 손을 떠난 일인 양 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태다. 무엇보다 이 논란의 핵심 배경에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있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집권했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한 맺힌 울분이 보여 주듯, 그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미숙함일 뿐?

기소 직후 진보당(옛 민중당)과 가까운 언론들은 적극적인 윤미향 옹호론을 폈다.

“열악한 시민운동환경속에서 발생한 미숙성들”일 뿐인데(〈민플러스〉), “이상적 기준에 못미친다고 질타하는 것은 오만하고 무책임하다”는(〈민중의 소리〉) 것이다.

그러나 정의기억연대의 환경은 열악하지 않았다. 검찰이 기소한 미신고 모금액만 41억여 원에 이른다. 매년 정부로부터 수억~십수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재벌인 현대중공업과 메가처치(초대형 교회)인 명성교회의 당회로부터 각각 10억 원, 15억 원을 일시금으로 지원받기도 했다. 이런 거액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의연만 투명한 회계 관리에 관한 법적 의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정의연이 체제나 국가에게서 심각한 탄압을 받아 하는 수 없이 회계 기록을 비공개해야 하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러긴커녕 정의연이 갈수록 기업과 정부 같은 기성 권력들과 긴밀해져 왔기 때문에 더욱 변명할 거리가 없다. 윤미향 씨가 집권 민주당의 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한 사실은 그것을 잘 보여 준다.

“자주적으로 운영되는 단체내 규약과 절차”에 검찰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윤미향·정의연 부정 의혹의 출발은 우파나 검찰이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이자 적극적 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였다는 점을 애써 가리려 해선 안 된다.

윤미향·정의연 부정 의혹의 진정한 문제는 후원금 등 단체 재정의 출처와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위안부 운동을 지지해 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땅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에 신고했느냐 여부보다 더 중요하다.

모금의 액수와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민주적 운동 건설의 기초다.(관련 기사: 328호 ‘윤미향·정의연 논란 이후 — 재정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윤미향 씨와 정의연은 그러한 기초를 경시했다.

윤미향 씨는 개인들이 보내 온 모금뿐 아니라 거액의 정부·기업 보조금 등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반면, 정의연의 일반 후원회원들과 위안부 피해자들은 수동적인 지위만을 차지했다. 부실하고 불투명한, 따라서 비민주적이었던 재정 관리는 그 산물이었을 것이다.

윤미향·정의연을 방어하지 않으면 나머지 시민단체들, 나아가 운동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운동의 대의를 지키고 진보 진영 전체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할 올바른 방법은 정직한 반성과 그에 따라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반대로, 마땅히 시정해야 할 잘못을 어떻게든 축소하거나 없는 척하는 태도는 진지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큰 냉소와 환멸을 일으킬 뿐이다.

한편, 정의당은 윤미향 의원 기소 이후 공식적으로는 침묵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의 일부임을 자처해 왔다는 점에서 아쉽다.

정의당은 총선 실패 후 혁신위원회를 운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당시 당이 원칙적 입장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은 당 안 밖의 비판 대상이었[다]”는 평가가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약속 배신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일본 아베 정부와 기만적인 위안부 합의를 맺었다. 그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일본 국가의 제대로 된 위안부 범죄 인정과 사죄, 그에 따른 법적 배상 없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불가역적) 해결’에 못을 박았다.

일본 정부는 그 대가로 ‘위로금’ 10억 엔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고, 박근혜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해 그 돈을 수령하고 피해자 일부에게 지급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전에 약속했던 대로라면, 이 돈을 다시 일본에 돌려줌으로써 합의를 완전 폐기해야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위로금’이 절반 이상 지급된 상황에서 이미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상태의 화해치유재단을 해산시켰을 뿐, 일본에 위로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결국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합의 내용은 공식적으로(특히 일본 국가의 입장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문재인은 앞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의 손을 잡으며 희망을 심어 줘 놓고, 뒤에서는 피해자들의 한 맺힌 바람을 배신했다. 그러는 사이 국내 생존 피해자의 수는 열여섯 분으로 줄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윤미향 씨를 비례 후보로 영입함으로써 이런 실체를 가리고 포장하려 했다. 그것도 선거 제도 개혁을 악용한 급조된 위성 정당에 말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씨의 국회 진출 소식에 불만을 터트렸던 배경이다.

즉, 지금 맥락에서 윤미향·정의연 방어는 이러한 정부의 약속 배신을 변호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본지가 우파와는 정반대 이유로 윤미향·정의연을 방어하지 않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역대 한국 정부들이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을 회피해 온 데는 근본적 배경이 있다.

냉전기 한국은 일본과 경제적·안보적으로 유착하면서 가파른 성장을 구가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다. 당시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강력한 경제력이 한국의 성장을 뒷받침하게끔 만들었다.

냉전기 이후에는 급성장한 중국이 소련의 자리를 대체했다. 반면, 일본은 비슷한 시기에 장기 불황기를 겪었다. 일본은 자신의 기존 입지를 침범해 오는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했고, 동시에 군사대국화에 속도를 붙였다.

과거 일본 제국이 침략 전쟁 과정에서 벌였던 온갖 잔혹한 짓들에 대해 역사를 왜곡하고 망언을 일삼으며 일본 공식 정치가 전반적으로 더욱 우경화한 것도 이 시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미국은 이러한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자신이 주도하는 동맹 질서 안에 머무르기만 한다면 적극 환영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세계 경제대국 중 하나이다. 일본과 한국이 과거사 문제로 정치적 갈등을 벌일 때 중재하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한국에게 양보를 압박해 온 배경이다.

오늘날 한국의 몇몇 주요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제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한미일 동맹이라는 제국주의적 틀 속에서 더 근본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다. 즉, 한일 과거사 해결 외면은 단지 미국의 압박만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선택이기도 했다.

윤미향 씨와 정의연의 지난 30년 운동이 국민적으로 큰 지지를 받아 왔음에도 문제 해결에서 결정적인 진척을 이끌어내지 못한 핵심 난점은 여기에 있었다. 정의연 운동은 그러기엔 너무 온건했다. 정의연은 재정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에, 정치적으로는 주로 민주당(또는 그 정부)에 의존해 우경화·주류화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동안에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제대로 세운 적이 거의 없었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단지 과거에 일어난 일만이 아니라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제국주의의 위험에 맞서는 일이기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일본 제국주의와 그에 협력하는 한국 정부에 맞서야 한다.

정의연과 같은 온건하고 소수 명망가 중심의 엔지오 방식이 아니라, 일관되게 반제국주의적이고 좌파적인 대중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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