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8월 고용지표가 악화하면서 위기감이 더 커졌다.

결국 정부는 그동안 머뭇거리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 그래도 구멍이 많아 불만을 사 온 정책을 고작 두 달 연장한 임시변통일 뿐이어서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호언해 온 ‘K방역’의 성공과 ‘V자 회복’은 이미 설득력을 잃고 있다. 8월 25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0.5퍼센트를 기록할 경우 일자리 67만 8000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바로 이틀 뒤, 한국은행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1.3퍼센트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애초 정부의 기대 섞인 전망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것이었다. 가령,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고용지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를 뒷받침한 한국노동연구원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5월 이후 “두 달 만에 (일자리의) 50퍼센트가 회복”됐다며 “기존 위기 때와 비교해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평했다. “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아니라 코로나19로 발생한 충격”이기에 단기간 내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고보다는 일시휴직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가 줄어든 점, 1997년 경제 공황 때와 달리 상용직이 아니라 임시·일용직이 집중 타격을 입은 점 등을 근거로 댔다.

그러나 우선, 정부가 내세운 성과는 단기적으로 약간 완화된 지표를 과대 포장한 것에 불과했다. 예컨대, 5월 이후 일시휴직자 수가 크게 줄어든 데는 노인 공공근로의 재개가 큰 몫을 차지했다. 이는 수십만 명이 저질의 단기 일자리로 복귀한 것이어서 안정적인 일자리 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통계청 발표를 보면, 5월 이후 가파르게 감소하던 일시휴직자 수는 8월에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이전에 조사한 결과인데도 그랬다. 취업자 수는 계절에 따른 변동을 조정해도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월보다 60만 명이나 감소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첫 6개월 동안 사라진 일자리보다 무려 2.4배 많다.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는 무직자(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도 1790만 명이나 됐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6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얼어붙은 고용 시장에서 구직 활동을 쉬거나 단념한 사람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인 314만 명을 기록했고, 청년들이 몸으로 체감하는 확장실업률이 24.9퍼센트에 달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충격이 반영되는 9월 고용지표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반복적으로 장기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심화해 온 경제 위기가 더 깊어지면서 구조조정 공격이 강화될 수 있다.

남구로역 새벽 인력시장 정부가 쏟아부은 수백조 자금은 일자리 보호에 쓰이지 않았다 ⓒ조승진

상용직·기간산업으로 번지는 고용 위기

실제로 심상치 않은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에 임시·일용직, 서비스업과 단순 노무직에 집중됐던 고용 위기가 최근 들어 상용직, 제조업과 항공산업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물론, 두말할 것도 없이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3~4월 두 달 동안에만 임시·일용직 노동자 59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비정규직·저소득층일수록 감소폭이 더 컸다.

전체 취업자의 45퍼센트인 1200만 명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신청할 자격조차 없다(노동부 추산, 자영업자 포함).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에 줄어든 일자리의 82퍼센트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정부가 휴업급여의 일부(67~90퍼센트)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문재인 정부는 취약계층의 고용과 사회안전망을 챙기겠다고 했지만, 지원 대상은 제한적이고 지원 수준도 턱없이 부족하다. 가령, 1~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프리랜서는 70만 명으로, 200만 명이 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총 4개월간 월 50만 원 지원으로는 생계를 꾸리기도 어렵다. 

정부는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지만, ‘계약 체결’, ‘전속성’이라는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걸었다. 그렇게 또다시 특고 노동자 상당수를 사각지대에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종합적인 통계 추이를 놓고 보면, 임시·일용직인 취업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가 회복세를 보인 것과 달리 상용직은 6개월 연속 고용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해 온 제조업의 고용 위기가 심각해지는 것도 큰 문제이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1년째 지속 하락해 왔는데, 4~5월부터 감소폭이 급격히 커지더니 7~8월에는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지난해 동월 대비). 자동차 부품사, 중형조선소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여파다.

9월 7일에는 민주당 국회의원 이상직이 실 소유주로 있는 이스타항공이 노동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최근 매각이 불발된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으로부터 긴급자금 2조 4000억 원을 지원 받기로 했는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동자 희생(이른바 “강도 높은 자구 노력”) 요구가 따라 붙었다. 벌써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순환휴직 얘기가 나오고 있다.

향후 인력 감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기간산업 자금 지원에 고용 유지 의무를 부여했다지만, 현재 인력의 90퍼센트 수준을 유지하고 조건에 따라 하향 조정도 가능하도록 열어 뒀다.

실제로 상반기에 3조 6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수혈 받은 두산중공업은 ‘희망퇴직’ 방식으로 1000여 명을 해고했다. 중대형 항공사 구조조정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도 위협한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고용 위기 수준은 산업·기업별로 차이가 있다. 정부는 기업의 부도·파산을 막으려고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그 속에서 (특히 대규모) 기업들은 그럭저럭 위기를 지연시키며 버틸 수 있고, 해고보다 인건비 절감을 통해 숙련 노동력을 유지하는 길을 선호하기도 한다. 강제 해고만이 아니라 ‘희망퇴직’, 유·무급 휴직, 임금 삭감 등 공격에도 단호히 반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쏟아부은 정부 재정,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나

“정부가 항공산업 등에 4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이미 수조 원을 지원했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나?” 이스타항공 사측이 정리해고를 통보한 직후 지극히 타당한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자들은 정부 지원금을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심각한 불황 상황에서 도대체 누구를 위해 돈을 써야 하는가, 누가 위기의 대가를 치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날카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들은 경기를 부양하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선진국 부채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8퍼센트로 증가했다. 제2차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이후 최고치다.

문재인 정부도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600조 원 가까운 금융·재정 지원책을 내놓았다. 부채 증가율도 빠르게 늘었다.

그런데 국가가 재정을 사용하는 데도 계급 간 차이가 뚜렷하다. 막대한 재정의 상당 부분은 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기업이 망하는 것을 막아 주려고 돈을 직접 퍼 주거나 대출을 제공하거나, 금리를 낮추고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말이다.

반면, 정부는 코로나19-경제 위기로 가장 고통 받는 노동자·서민을 지원하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책정한 600조 원 가량의 재정 중 많이 잡아 봐야 고작 30조 원 정도 수준이다.

정부는 일단 경제를 살리고 봐야 한다지만, 기업에 재정과 금융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 2008년 이래로 각국 정부들은 양적완화, 구제금융, 저금리로 기업들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왔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기업 규모가 비대해지고 대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세계 주요 정부들이 부실 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구명 보트’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한 기업의 파산이 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해서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은 좀처럼 원활하지 않고, 부실기업을 연명시켜 경제를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3년 동안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비중이 2008년 이후 10~14퍼센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서 2018년에는 그 비중이 14.8퍼센트로, 2019년에는 17.9퍼센트로 치솟았다. 불황이 깊어지는 것은 단지 바이러스 때문만이 아닌 것이다. 이윤율이 회복되지 못한 채로 장기화 해 온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가 노동자 일자리를 책임져야 한다

그러는 동안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임금이 삭감되는 등 고통이 증대해 왔다. 지난 몇 년간 문재인 정부하에서도 조선업 구조조정, 한국GM 공장 폐쇄와 금호타이어 매각 등이 잇따랐다.

지금도 정부와 사용자들은 불황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위기 극복에 협력하라고 주문하는 것이 뜻하는 바다. 휴직이나 임금 삭감 등 노동자 희생을 요구하거나,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개악이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한 곳에서는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그러나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노동자들이 고통을 감내한다고 기업이나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강요되는 양보와 희생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한 부문·사업장 노동자가 희생하면 그것은 다른 부문·사업장 노동자들의 양보를 압박하는 무기가 되고, 이런 연쇄 작용 속에 바닥을 향한 희생 강요가 벌어진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사용자들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반대해 저항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 부양에 사용하는 막대한 재정을 기업주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라고 요구하면서 싸울 수 있다.

부도나 매각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은 일자리 보호를 위해 정부에 국유화를 요구할 수 있다. 국가만이 그만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고, 경제 위기에서 국민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것만이 일자리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다.

정부에게 일자리 보호의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 개입이 더 진보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노동자들의 즉각적 필요를 위한 투쟁의 대안으로서 제기된 것이다.

물론, 노동운동 내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정부 재정이 화수분은 아니지 않느냐고 제기한다. 국가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에게 무한정 책임을 지우는 것은 현실성이 없고, 망해 가는 기업을 국유화 한다고 시장 경쟁력이 살아날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부담이나 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고려하자는 ‘현실적’ 타협론을 피해야 노동자가 산다. 지금처럼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지금 문제는 돈이 없는 게 아니다. 국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자할 능력이 있고, 위기 속에서도 엄청난 현금과 사내유보금을 쌓아 두고 있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수도 있다.

진정한 쟁점은 재정을 어디에,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물론 그것은 자동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필요를 강제하려면 정부에게 책임을 제기하며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