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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관 긴즈버그 사망:
여성 권리 공격에 맞선 대중 자신의 저항이 중요하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긴즈버그는 체제 내에서 변화를 도모한 인물로 자유주의자들과 미국 민주당 주류에게 칭송받았다

9월 18일 사망한 미국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후임을 둘러싼 논란이 빠르게 불 붙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긴즈버그의 후임으로 반동적인 인물을 지명할 듯하다.

미국 연방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에서 승인한다. 그래서 미국의 연방대법원과 사법 체계는 정쟁의 장이 되고 판사들은 많은 경우 당론에 따라 입장을 정한다.

자유주의자 긴즈버그의 후임을 트럼프가 지명하면 공화당이 지명한 판사가 연방대법원의 압도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이제껏 쟁취하려고 싸워 온 기본적 권리에 위협이 될 것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호하는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위험이 있다.

트럼프는 “지체 없이” 여성 후임자 지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임 연방대법관은 여성일 것이다. 후임자는 여성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사실 내가 남자보다 여자를 훨씬 더 좋아해서 그렇다.”

2016년 미국 대선 9개월 전에 연방대법관 앤터닌 스캘리아가 사망했을 당시, 공화당은 다음 대통령이 정해지기 전까지 상원에서 대법관 후보 심의를 거부했었다.

그래서 긴즈버그의 후임도 11월 대선 후에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선거에 이토록 가까운 시점에 공화당 성향 판사가 연방대법원에서 다수가 되면, 우리 계급이 쟁취한 성과를 후퇴시키려는 트럼프의 우파적 행보에 힘이 실릴 것이다.

사망 이후 긴즈버그는 여성 권리의 설계자로 묘사되고 있다.

역대 미국 연방대법관 중 여성은 네 명뿐이었는데, 긴즈버그는 그중 두 번째였다. 1970년대에 변호사였던 긴즈버그는 성 차별에 맞선 입법을 위해 활동했다.

이러한 법들은 여성 해방 투쟁의 일환으로 벌어진 운동으로 쟁취됐다.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여성들 자신의 투쟁 때문에 권력자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1993년 당시 대통령 빌 클린턴의 지명으로 연방대법관이 된 긴즈버그도 계속 그렇게 했다.

긴즈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정이 내려지는 모든 곳에 여성이 있어야 한다. 여성이 예외적인 존재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긴즈버그는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체제 내에서 변화를 도모하는 인물로 자유주의자들과 미국 민주당 주류에게 칭송받았다.

긴즈버그가 강경 우익 연방대법관 앤터닌 스캘리아와 돈독하게 지냈다는 것이 마치 미담인 것처럼 얘기되고 있다.

개혁 입법과 사법 제도로는 근본적 변화를 쟁취할 수 없다. 성과는 제한적이고 그나마도 쉽게 뒤집힐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연방법이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했음에도 17개 주는 여전히 낙태권을 제한한다. 그리고 이제는 상황이 더 악화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하에서 쟁취한 법적 권리들은 기려야 마땅한 것이고 대개 평범한 사람들이 투쟁한 덕분에 이뤄진 것들이다. 그러나 그런 권리들을 법적으로 인정받는다고 해서 전투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닥칠 공격에서 여성의 기본적 권리를 지키는 길은 민주당에 의존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 자신이 저항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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