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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막지 못하는 이주민 단속:
외국인‘보호’소 구금의 고통 더 커지다

올해 6월에 미등록 이주민이 39만 8000명을 넘었다. 지금쯤이면 40만 명이 넘었을 것이다. 미등록 체류율은 18.7퍼센트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이주민 5명 중 1명은 미등록인 셈이다.

최근 수년 동안 무비자 제도나 관광비자 등 단기체류 비자로 입국해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크게 늘었다. 고용허가제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더 유연하고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들의 수요 때문일 것이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서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있다. 정부가 2015년부터 3~5개월 기간의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시행한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코로나 사태로 신규 이주노동자 유입이 막히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주노동자를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10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가 사망한 이주민 ⓒ김동규

코로나 사태로 항공편이 막히면서 새로 입국해 미등록이 되는 경우는 줄었지만, 체류 기간이 끝났으나 출국하지 못해 미등록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몇 차례 체류기간을 연장하거나 출국 기한을 유예했을 뿐이다.

게다가 출국을 유예한 기간에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하고 취업도 하지 못하게 하니 이주노동자들은 생계 걱정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들에게 최대 3개월의 농·어업 계절근로를 허용했지만 모집 인원이 1400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중 올해 2~8월 취업활동기간이 끝났거나 출국 대상인 사람은 약 3만 4000명 발생했다.(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같은 기간 임시 체류 기간 연장이나 출국 기한 유예를 받은 경우는 여러 번 연장이나 유예를 받은 경우를 포함해서 3500건이었다. 그 외 인원 중 일부는 미등록 체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이 되자 단속된 미등록 이주민을 출국하기 전까지 구금하는 외국인‘보호소’도 과밀화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3월에 389명이었던 수용 인원이 9월 7일 현재 1045명으로 2.5배 넘게 늘었다. 1개월 이상 구금된 이주민 수는 3월에 64명이었다가 6월에는 385명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아시아의 친구들’의 정보공개청구 결과). 구금된 이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됐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법무부는 현재 수용된 인원이 정원의 60퍼센트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이 ‘정원’을 어떤 기준으로 산출했는지 의구심만 들 뿐이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2년 7개월이나 갇혀있다가 2018년 11월 석방된 한 난민은 한 방에 12명씩 수용돼 있었다며 이렇게 딱 잘라 말했다.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1년간 구금돼 있던 이주민이 사망하기도 했는데 의료진이나 시설이 미비한 것과 무관치 않았다.

외국인보호소 과밀화 우려가 제기되자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미등록자에게 출국명령 시 최대 2000만 원의 이행보증금을 “예치”하도록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외국인보호소에 강제 구금할 수 있는 강제퇴거 대신, 출국명령과 이행보증금을 걷는 방식으로 ‘자발적’ 출국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 기한 내 출국하지 않으면 강제퇴거로 이어진다.)

그러나 미등록 신분으로라도 체류하기로 마음먹은 이주민이 자발적으로 출국할 리는 만무하다. 결국 개정안은 미등록자에게 벌금만 추가로 물리는 효과가 날 것이다.

이주노동자 운동 일각에서는 미등록자 단속과 외국인보호소 구금 대신 자발적 출국 유도를 대안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또한 자진출국 의사가 있는 경우 신원보증인을 세우거나 보증금을 내고 외국인보호소에서 일시 출소하는 것, 코로나 자가격리 앱이나 입국자 격리센터 활용 등도 거론된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이주민의 고통을 다소라도 줄여 보려는 의도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자진 출국 유도는 실질적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에는 자진 출국을 보증하기 위한 감시와 통제가 따라붙을 것이다.

근본에서 체류 “자격”을 운운하면서 이주민을 불안정한 지위로 묶어 두는 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미등록 이주민의 고통과 그들을 상대로 한 단속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등록 이주민을 조건 없이 모두 합법화하고, 그에 따라 단속 추방을 중단하고 외국인보호소를 폐쇄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다.

국경 통제

정부는 이주노동자가 필요해 데려오면서도 체류 기간을 한사코 제한하고 그들의 국내 정착은 가로막는다.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앞두고 그 속내를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일시적 이주근로자 수입 제도는 자본가에게 ‘저렴하고’ 단결력이 없는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 할 수 있다.”(〈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도입 방안〉, 2000년)

정부가 미등록자를 혹독하게 대하는 것이나 코로나 사태로 출국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충분한 체류기간 연장과 취업 허용은 한사코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득을 가져다주는 ‘단기순환 원칙’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주 규제는 인종차별을 조장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효과도 낳는다. 체류 자격에 따라 임금과 노동조건이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편견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장기체류와 정착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진실은 일자리 부족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주의 위기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이주민, 특히 미등록 이주민을 일관되게 방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국가의 이민 규제와 국경 통제에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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