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국이 도입한 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출처 주한 미국 대사

문재인 정부는 2017년에 집권한 이래 군비를 크게 증강시켜 왔다. 전임 우파 정부들(이명박, 박근혜) 때보다 문재인 정부의 군비 증가율이 훨씬 높다.

대통령 문재인은 지속적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해 왔다. “힘을 통한 평화”는 1980년대 신냉전 군비 경쟁을 주도한 미국 대통령 레이건이 즐겨 쓴 표현이고,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문재인은 2017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하고 공언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미동맹과 군비 증강을 전제로 한 평화 구축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글로벌 호크, F-35 전투기 등 첨단 무기들을 계속 도입해 왔다. 미국산 첨단 무기를 워낙 많이 수입해, 트럼프가 “한국은 우리의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큰 고객”이라고 대놓고 자랑할 정도였다.

8월 국방부는 ‘2021~25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5년 동안 군사비에 301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2025년에 한국 국방예산은 경제 규모가 3배나 더 큰 일본의 방위예산에 비등해질 수 있다. 물론 일본의 군비 증가율도 최근에 크게 상승하는 추세이지만 말이다.

국방중기계획에는 경항공모함, 한국형 아이언돔, 핵잠수함 도입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국방부는 극(極)초음속 미사일, 스텔스 무인기 등도 자체 개발하겠다고 한다.

경항모

최근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군비 증강에 나선 데는 주변 강대국들의 군비 경쟁에 자극을 받은 측면이 크다.

미국과 중국 등의 제국주의 간 경쟁이 악화되면서, 양국은 경쟁적으로 군비를 늘리려 애써 왔다. 최근 미국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는 미국 해군 군함을 현 299척에서 355척으로 늘리는 등의 해군력 증강 계획 ‘퓨처 포워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강대국 경쟁의 시대에 국방부는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 상대라고 본다.”

이런 갈등 속에 남중국해, 대만해협, 한반도 등지에 긴장이 쌓여 왔고, 이런 갈등과 경쟁에 자극받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군비를 늘리고 있다. 오늘날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군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동시에 한국의 군비 증강은 군비 경쟁이 악화되는 데 일조한다. 문재인 정부도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데 책임이 있는 것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군비 증강에 항의해 왔다. 김여정은 한국의 F-35 도입 등을 두고 이렇게 비난했다.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왔겠는가.” 이것이 6월에 한반도 긴장이 불거진 한 배경이었다.

9월 23일 대통령 문재인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무서운 속도로 군비를 늘리는데 종전선언 제안이 한반도 평화 진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군비 증강 문제는 한미동맹 강화의 맥락 속에서도 봐야 한다. 한국군의 전력 증강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요구와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판 나토(쿼드)를 구축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거기에 한국도 합류하기를 원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이런 요구를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협력 수준은 높이고 있다. 지난해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한다” 하고 약속했다. 9월 중순 한국 해군이 미국, 일본, 호주와 태평양 해상 연합훈련을 벌인 일은 이 “조화로운 협력”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경항모 등이 미국, 일본 해군과 함께 남중국해 등지에서 대중국 견제 활동에 나설 것을 우려한다.

지난 7월 미국과 한국이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면서, 한국의 미사일 전력이 강화될 여지가 더 커졌다. 이때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 김현종은 이 지침 개정의 의미 하나를 이렇게 말했다. “한미동맹의 협력 무대가 우주라는 새로운 지평으로 본격 확장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중거리 미사일 개발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이로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경제 위기로 대중의 삶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상황인데도 문재인 정부는 서민 지원에 인색하면서 군비 증강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자본주의 지배자들에게 대중의 삶 개선보다는 무기 구입이 우선인 것이다. 집값 폭등으로 난리가 난 가운데, “구축함 1척을 위해 모두 8000명 이상이 살 수 있는 새 주택에 해당하는 값”을 치러야 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를 불안정하게 할 군비 증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그 자원은 보편적 재난지원금 등 위기에 빠진 서민 을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


군비 경쟁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오늘날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군비 경쟁을 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핵무기를 포함한 경쟁인 데다가, 제국주의 국가들의 경쟁이 점증하면서 아시아 곳곳에서 분쟁들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좌파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군축 약속 이행, “주한미군 없는 평화협정” 등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특히, 핵무기 경쟁에 반대해 동북아 비핵지대화나 핵무기금지조약 비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런 제안들에는 국가 간 갈등 악화를 우려하고 군비 증강에 반대하는 문제 의식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국가들 간 약속으로 전쟁과 군비 경쟁이 항구적으로 저지될 수 있을까?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20년 동안 강대국들이 맺은 ‘평화’ 협약이 100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협약들은 참호 속에서 수천만 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오늘날 핵무기 관련 국제 조약들도 마찬가지다. 여러 지역에서 맺어진 비핵무기지대화 조약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적용될 모델로 제시되지만, 이런 조약들은 모두 강대국의 핵무기 독점과 핵무기 사용 위협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일시적 힘의 균형 등으로 협약들이 일시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지만 자본주의 경쟁 논리 때문에 이런 약속은 항구적으로 평화를 유지시켜 주지 못한다.

많은 좌파들이 군사주의 문제를 자본주의와 떼어 내 따로 다루려 한다. 그러나 100여 년 전에 러시아 혁명가 니콜라이 부하린(1888~1938)은 이렇게 썼다. “전쟁 없는 자본주의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무기 없는 자본주의 사회도 상상할 수 없다. … 무기의 존재가 전쟁의 주요 원인이나 동력이 아니라(물론 무기 없이는 전쟁할 수 없지만), 반대로 경제적 갈등의 불가피성이 무기의 존재 조건이다. 이 때문에 경제적 갈등이 이례적으로 격렬해진 우리 시대에 미친 듯한 군비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윤을 위한 경쟁적 축적의 논리가 국가들 간의 맹목적 경쟁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군비 경쟁은 필연적이고, 이 경쟁은 결국 강대국 간 전쟁을 낳는다. 자본주의의 이런 파괴적인 동학을 이해해야만 우리는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즉, 제국주의와 군사주의에 맞선 대안은 반자본주의와 분리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군비 증강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 주류 개혁주의도 문제이나, 제국주의·군사주의를 자본주의 체제와 분리시켜 대응하려는 접근도 한계가 분명하다. 2018~19년 남·북/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상당수 좌파들이 정상회담의 당사자인 문재인 정부를 평화 문제에서 기대를 걸 만한 대상으로 여긴 것은 그런 약점의 한 사례다.

지배계급 일부에 기대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에 반대해 싸워야 우리는 항구적 평화를 향해 조금이나마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