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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4주 이내 낙태만 허용?: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유지하려 한다

9월 23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5개 부처 장관들이 모여 낙태죄 관련 정부 입법안을 마련하는 회의를 한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올해까지 낙태죄 대체입법이 마련돼야 한다.

몇몇 언론 보도를 보면, 이 회의에서 낙태죄를 형법상 그대로 두고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된다고 한다.

지난달 법무부 정책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이하 양성평등위)가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의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된다”며 낙태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낙태죄 폐지 염원을 외면해 온 문재인 정부는 양성평등위 권고도 무시할 심산인 듯하다. ‘성평등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위선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낙태는 여성의 권리! 2018년 7월 낙태죄 폐지 집회 ⓒ이미진

제약

정부가 논의 중이라는 대체입법안은 여성 대중에게는 실망을 안겨 주고 낙태 금지를 외쳐 온 보수파들의 사기만 높여줄 것이다.

낙태죄가 그대로 형법으로 존재한다면, 여성들은 낙태죄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계속 감내해야 한다. ‘낙태는 살인’이라는 낙인찍기와 비난도 지속될 것이다.

‘임신 14주 내외’ 낙태 허용 방안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낙태 허용 기간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낙태의 많은 수가 임신 12주 이내에 이뤄지지만, 그 이후에 낙태를 하는 여성들도 엄연히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은 가급적 빨리 낙태하기를 원하지만 그럴 수 없는 여러 조건들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14주 이내의 낙태만 허용하며 낙태죄를 유지하려는 것은 억압적이고 여성 차별적이다.

기간 제한을 옹호하는 측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태아는 모체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므로, 별도의 인격체가 아니다. 태아에 생명권이 있다는 주장은 여성을 그저 태아가 살아가는 환경쯤으로 취급하는 것이다(자세한 반박은 ‘낙태는 “살인” 아니라 여성의 자기 결정권’, 〈노동자 연대〉 231호를 참조하시오).

정부안에는 기간 제한뿐 아니라 상담 의무화, 의사와 국가의 사전 허가 등 여러 제한 조건들이 덧붙을 가능성도 높다.

국가가 자의적 잣대로 여성의 몸과 삶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완전히 부당하다. 낙태는 오직 여성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여성이 원한다면 기간과 사유 제한 없이 전면 보장돼야 한다.

낙태죄를 폐지하고, 임신 주수와 사유 제한 없이 언제든지 국가가 낙태약(미프진)과 낙태 시술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낙태 유급 휴가도 보장돼야 한다.

이것은 노동계급과 서민층 여성들에게 각별히 중요하다. 부유층 여성들은 그들의 부 덕분에 낙태 규제에 별 구애를 받지 않을 수 있지만, 평범한 여성들은 큰 고통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앞으로 낙태 관련 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기독교 우파 주도의 낙태 반대 운동에 맞서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낙태죄 유지와 낙태 규제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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