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이번 주는 마치 3월 중순이 느린 화면으로 재생되는 듯하다.” 영국의 감염병리학자 애덤 쿠차르스키는 9월 26일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치솟고 대학가로 번지는 것을 보면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4월에 코로나19에서 회복해 업무로 복귀하면서] 했던 유치한 비유와 달리, 코로나19는 몇 달 안에 “땅바닥에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게 현실에서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로 전 세계 경제와 사회에 이토록 심각하게 지장을 준 것은 없었다.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확진자가 다시금 치솟은 것의 책임을 회피한다 ⓒ출처 Number10(플리커)

물론 팬데믹은 전쟁처럼 물리적으로 파괴하지는 않는다. 전쟁만큼 사망자를 많이 내지도 않을 듯하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수년 동안 우리 곁에 머물 것이고, 한 연구가 경고하듯이 방역 대책들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이 바이러스가 진화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는 일시적 경기 침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백신으로 영구적이거나 지속적인 면역력을 얻지 못한다면 사회는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그 결과는 지대할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존슨이 입이 떡 벌어지도록 어설프게 대처한 결과 이 점은 영국에서 아주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곳의 사정도 비슷하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이미 확진자 수가 영국보다도 더 높게 치솟았다. 또한 코로나19는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과 미국에서도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다.

갈수록 이런 현실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시작은 미국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경찰의 흑인 살해를 규탄하는 운동이지만, 팬데믹의 영향이 고르지 않다는 사실이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최근의 한 연구를 보면, 연령을 고려한 코로나19 사망률은 흑인이 백인보다 3.4배나 더 높다.

한편 우익들은 외출제한령에 갈수록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부추기는 가운데, 극우는 각종 음모론과 개인의 자유를 거론하며 독일·영국·미국에서 사람들을 집회에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 우파 사이에서도 더 많은 제한 조처에 대한 반대가 늘고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는 최근의 코로나 확산세로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술집과 레스토랑을 닫으라고 명령하자 마르세유 정치인들은 이를 비난하며 건물주와 레스토랑 주인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상황은 더 심각한데, 확진자 비율이 인구 10만 명당 722명 꼴이다.

보수 정당인 국민당의 마드리드 지방정부는 동네를 벗어난 이동을 제한하라는 중앙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유럽 전역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은 여름에 외출제한령을 성급하게 푼 결과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존슨도 그 나름으로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지방정부들과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하원에서 야당 전체를 합한 것보다 의석이 80석이나 많은 [거대 여당의] 총리라면 잉글랜드에서는 재량권이 상당해야 마땅할 텐데도 존슨은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존슨 정부가 9월 24일에 실시한 대책[밤 10시 이후 레스토랑·술집 영업 종료, 마스크 착용 의무 강화 등]이 확진자 증가세를 멈추고 되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존슨이 빚은 총체적 난맥상을 보며 보수당 의원들은 갈수록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한 주 한 주가 시련입니다.”

보수당 평의원단을 이끄는 그레이엄 브래디 경은 〈스펙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누리는 막강한 권력을 앞으로는 6개월마다 의회 승인을 받도록 할 수정안 통과에 필요한 의원 수를 확보했습니다.”

존슨의 대응은 그가 늘 그래 왔듯이 회피하는 것이었다. 그는 22일 하원 연설에서 영국이 이탈리아나 독일보다 감염률이 높은 것이 “이 나라가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탓에 존슨은 이탈리아 대통령에게서 한소리 들어야 했다. “우리 이탈리아인들도 자유를 사랑하지만, 심각한 일을 심각하게 여길 줄도 압니다.”

존슨은 보수당 지지층에 인기를 끌 요량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더 많은 문제가 놓여 있다. 팬데믹뿐 아니라 유럽연합 탈퇴 이후 무역협정도 있다. 코로나라는 허리케인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뿐 아니라 정치 경력도 여럿 날려 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