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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피격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
한반도 불안정과 문재인 정부 3년 반 돌아보기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역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총에 맞아 피살됐다. 어떤 이유인지는 불확실하나,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을 붙잡은 채 NLL 이북 해역으로 흘러갔다가 변을 당했다. 안타까운 비극이다.

일단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위기 의식이 이번 사태의 한 배경이 된 듯하다. 북한은 코로나 때문에 올해 내내 국경을 봉쇄해 왔다. 게다가 지난 7월 한 탈북민이 헤엄쳐서 개성으로 월북했다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북한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이때 북한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개성시 전역을 봉쇄했다. 월북을 막지 못한 일선 부대들에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다. 그 후 개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피격 사건이 일어났다. 7월 이후 북한군이 서남 해안 월경 문제에 매우 예민해진 것이다.

사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했지만, 북한군이 민간인을 바다 위에서 사살한 일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저항할 의사가 없는 비무장 개인을 군대가 공격한 것은 누가 봐도 잔혹하고, 불필요한 과잉 대처였다.

이번 연평도 피격 사건(왼쪽)과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오른쪽)는 2018년 정상회담들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불안정이 여전함을 보여 준다

NLL

피격 사건에 관한 남북 당국의 발표에 차이가 있고, 사건의 세부 내용을 놓고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피격 사건이 일어나게 된 전체적인 배경, 즉 구조적 원인을 주목해야 한다.

피격 사건이 일어난 곳은 NLL 인근 수역이었다. 이곳은 남북 간에 매우 민감한 바다다. 서해에는 남북 쌍방이 합의한 분계선이 없다. 그래서 NLL에서는 여러 차례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다. 이번 사고가 벌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역은 바로 1·2차 서해교전이 일어난 곳과 지척이다. NLL 문제로 군인들만이 아니라 민간인들도 이러저러한 사건·사고에 휘말려 희생될 위험이 상존하는 곳인 것이다.

서해에서 군사 충돌과 불필요한 희생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고, 이런 우려가 2018년에 체결된 남북 군사합의에 반영돼 있다.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이 평화수역에 출입하는 인원 및 선박에 대한 안전 보장 조항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이 합의는 별무소용이었다. 2018년에 복구된 남북 통신망들도 최근 남북관계 악화로 단절돼 정작 이럴 때는 쓸모가 없었다.

따라서 연평도 민간인 피격 사건에는 최근 남북관계 악화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 큰 맥락에서는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의 불안정 문제가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자, 많은 사람들이 남북 간 긴장과 갈등이 완화되고 한반도 평화가 진전되기를 희망했다. 대통령 문재인 자신도 “평화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9월 연평도 피격 사건 등은 이런 약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제국주의와 한반도

세계 제국주의 체제의 상황은 항상 한반도의 중장기적 정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오늘날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이 점증하는 상황은 한반도를 근본에서 불안정하게 만들어 왔다.

미국은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패권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미국의 지정학 전문가들은 미국의 패권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을 우려해 왔다. 미국의 경제적 지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상대적으로 약화된 반면, 다른 강대국들이 미국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 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지배자들이 중국을 미국 패권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경제가 세계시장과의 연계 강화 속에서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중국은 지정학적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 지배자들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미국 패권을 갉아먹는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본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시간이 갈수록 강경해졌다. 트럼프 정부는 정부 문서에 중국 등을 공공연히 적으로 규정해 왔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여 왔다.

중국의 부상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 때문에 아시아에서 불안정이 증대했다.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지에서 긴장이 점증하고 있고, 많은 전문가들이 머지않아 이런 지역 중 어느 한 곳에서 제한전 같은 군사 충돌이 일어날 것을 염려한다.

한반도는 이런 상황과 긴밀히 연동돼 있다.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포위 전략의 하위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데다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군사적 대응의 명분으로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며 북한을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특정한 상황과 맞물려 한반도의 긴장을 증폭시킬 수 있고, 이에 따라 한반도는 불안정의 최전선이 될 수도 있다.

2017년은 한반도의 긴장이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 준 해였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오랜 압박에 시달려 온 북한이 마침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트럼프 정부가 “화염과 분노” 위협을 가하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쓴 《격노》를 보면 이때 미국 국방장관 매티스가 북한의 한 항구를 경고 차원에서 폭격하는 계획까지 진지하게 검토했다고 한다. 비록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2017년에 집권한 대통령 문재인은 취임사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토대를 마련하고 “동북아 평화 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7월에는 나름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자 대화 제안인 ‘베를린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실제 행보는 이런 약속들과는 동떨어질 때가 많았다. 특히, 대북 정책에서 트럼프 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대북 압박에 동참했다. 심지어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결국 집권한 후 바로 사드 배치를 밀어붙였다. 참수작전 같은 전임 우파 정부의 대북 선제 타격 계획들도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강한 군사력의 토대 위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고 봤다. 여기서 모순과 한계가 발생했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과 대북 압박에 보조를 맞추면서, “[북한이] 핵 없이도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약속은 공허하게 들렸다.

싱가포르와 하노이

그러다가 2018년 초 한반도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면서 “화염과 분노” 정국이 끝나고 긴장이 완화됐다.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런 전환이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북·미 간 중재와 개입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좌파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상황을 주도해 국면이 바뀌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일본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에 견줘 남한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문제에서 주된 플레이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때 트럼프 정부가 태도를 바꿔 북한에 접근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트럼프가 내민 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자본주의 국제 질서 안에 안착해 자국의 주권을 온전히 유지할 공간을 확보하기를 열망했다. 그러려면 미국과의 협상과 타협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북한의 이런 전략은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대화 국면이 시작됐다고 해서,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에 의미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제국주의 간 경쟁은 계속 점증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이른바 “국제사회”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했는데, 바로 이 국제사회의 중심인 주변 강대국들의 관계가 날로 험악해지고 있었다. 따라서 남·북·미 대화 테이블 바깥에서 벌어지는 이 갈등의 파고가 언제든 대화 테이블을 덮칠 수 있었다.

물론 미국 트럼프 정부로서도 북한과 당장 전면전을 각오할 게 아니라면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게 한반도 정세를 관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미 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것보다 국내 정치적 이해득실 여부에 관심이 더 컸던 듯하다. 이 점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시사저널, 2020)에서도 확인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는 이 정상회담을 “그저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행사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알맹이가 없는 공식 성명에 서명하고, 승리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여기[싱가포르]를 뜰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볼턴은 썼다.

북·미 양국 정상이 만나는 “판타지” 같은 상황이 연출됐음에도, 싱가포르 북미 회담으로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는 사실이 아니었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에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더군다나 싱가포르 합의 직후부터 비핵화 정의와 합의 이행의 순서 등을 놓고 북·미 양측 사이에 견해차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등을 폐쇄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의 말마따나 북한에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물론 트럼프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명시적으로 대규모 연합훈련은 자제됐으나, 이는 북한의 요구보다는 한국의 안보를 미국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는 트럼프의 평소 소신과 관련 있는 결정이었다. 오히려 《격노》에 나온 대로 미군은 연합훈련을 작은 규모로 쪼개서 진행했다. 대북제재의 경우, 일부라도 풀어주기는커녕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도 오히려 더 추가되고 강화됐다. 즉, 정상회담을 했어도 미국은 대북 압박의 고삐를 전혀 늦추지 않았던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대북제재는 오히려 더 추가되고 강화됐다. 출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대북제재에 대한 오해, 서재정, <오마이뉴스>(2019년 4월 23일)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그리고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는 다시 김정은을 만났다. 그러나 2월 하노이 회담은 합의 없이 결렬됐다. 트럼프 정부가 이른바 ‘빅딜 문서’, 즉 북한에 핵무기와 관련 시설, 생화학 무기 등 일체를 무조건 포기하라는 문서를 북한에 들이밀었다. 비핵화 문제 등에서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반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테니 민생과 관련한 제재 일부를 풀어 달라는 북한의 요구는 거절했다. 6월 판문점 회동도 별 합의 없이 끝났다.

북·미 정상회담이 안고 있는 한계와 제약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 4월 판문점과 9월 평양에서 김정은과 문재인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군사합의를 비롯해 남북관계에 관한 몇 가지 합의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와 친정부 언론들은 이 합의들이 “사실상의 종전선언”에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매우 위선적이었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고 ‘한반도 평화 경제’를 강조해 놓고는, 미국과 함께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했다. 지난해 8월 한미연합훈련에는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화 작전’ 훈련이 포함됐다. 이는 북한 점령 훈련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약속한 “단계적 군축”도 전혀 지키지 않았다. 군축은커녕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를 능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군비 증강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F-35, 글로벌 호크 등은 모두 북한을 자극하는 전략 무기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301조 원을 국방예산에 쏟아붓는 국방중기계획을 내놨다.

그래 놓고 문재인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남북한이 평화경제로 일본을 뛰어넘자’고 했다. 그 직후 북한 당국이 문재인을 가리켜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한 까닭이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간 교류·협력이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었다. 김정은은 2019년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국제 대북 제재에 협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한미워킹그룹이라는 한·미 간 채널을 설치해 대북 정책을 조율했다. 이에 따라 남북 간 교류·협력 문제는 워킹그룹의 관여를 피할 수 없었다. 심지어 타미플루 같은 독감 치료제 지원도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는 워킹그룹의 관여로 좌절됐다.

많은 진보·좌파 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는 문재인 정부에게 기대를 걸 만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남·북/북·미 정상회담들로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보며 이 회담들을 지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한국 지배계급의 정치 세력이다. 민주당은 이미 세 번이나 집권했고, 그 과정에서 지배계급의 제1 선호 정당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지배계급의 유기적 일부로 자리매김해 있다.

한국 지배계급은 제국주의 세계 체제의 일원이고, 현존 제국주의 체제 안에서 나름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들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한미동맹을 통해 유형·무형의 이익을 얻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친제국주의·군국주의를 지향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봐야, 문재인 정부가 남북 화해·협력 같은 포퓰리즘적 태도를 보이는 한편으로 국제 대북 제재를 준수하고 한미동맹 강화에 협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올해의 한반도 긴장

북·미 대화의 교착, 계속되는 대북 압박은 북한 당국을 더 초조하게 만들었던 듯하다. 지난해 11월 22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는 미국에게 받은 것은 “배신감뿐이다” 하고 말했다. 물론 북한 당국은 이런 얘기 끝에 트럼프 개인에 대한 기대는 접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남북 간에도 긴장이 높아졌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단거리 발사체들을 잇달아 발사한 배경이다.

긴장 고조는 올 6월 남북관계 위기로 표출됐다. 북한 당국은 남북관계는 사실상 대적 관계라고 했다. 남북 간 통신선이 모두 차단됐고 마침내 북한 당국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 남북 군사합의는 이때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 논의의 시작인 서해의 긴장에도 영향을 줬다.

이미 서해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현장이다. 예컨대 지난 8월 서해상에서 벌인 중국군의 훈련을 감시하려고 미군 정찰기 U-2기가 오산공군기지에서 발진해 중국군 훈련 상공에 접근했고, 중국 정부가 이에 강력 항의하며 예민하게 나왔다. 이런 사례는 서해가 미·중 경쟁의 한 무대임을, 이런 경쟁이 그 지역을 불안케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김정은이 직접 NLL 인근 창린도에 나타나 일선 방어 부대에 사격 훈련을 지시했다. 군사합의 위반이었지만,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한 불만과 압박이 반영된 행동이었다. 6월에 한창 위기가 벌어질 때 북한이 언급한 추가 대적 군사행동에 ‘서남해안 등 접경지 포병부대 증강 및 훈련 재개’가 포함돼 있었다. 비록 김정은이 이 행동 계획을 ‘보류’했지만 말이다. 즉, 연평도 피격 사건에 앞서 이미 서해 바다에 긴장이 쌓여 있던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한 말을 다시 강조하자면, 연평도 피격 사건 같은 작은 비극도 큰 틀에서 제국주의 간 경쟁의 영향을 받는 한반도의 불안정 문제와 연동돼 있다.

결론

오늘날 한반도 상황을 피상적으로 본다면, 북한의 느닷없는 ‘도발’ 때문에 우리가 사는 한반도가 계속 불안하고 평화가 요원해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세계적 차원의 제국주의 경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보면 그림은 사뭇 달라진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 중심으로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이 점증하면서 생긴 불안정이 핵심이다.

지난 3년 반을 돌아보건대,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대중의 기대를 배신했다. 이는 제국주의 세계 체제 안에서 한국 지배계급이 갖고 있는 나름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는 독립적인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 지배계급의 친제국주의·군사주의에 맞선 반제국주의적 대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제국주의 문제를 회피하는 정의당 같은 주류 개혁주의는 오늘날 한반도 불안정의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정의당은 안보 문제에서 남한 국가를 방어하다 보니, 이번 피격 사건처럼 남북 긴장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제국주의 문제와 이로 인한 한반도의 구조적 불안정성 문제를 간과한 채 북한의 ‘도발’을 주로 규탄한다.

그리고 반제국주의적 대안은 자본주의 반대와 분리될 수 없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최신 단계”이기 때문이다. 제국주의는 경쟁적 축적이라는 자본주의의 경쟁 논리에서 비롯된 체제다.

대립하는 제국주의 강대국들 중에 어느 한 편도 지지하지 않으면서, 오늘날처럼 경제 침체가 심각한 시기에 자본주의 자체에 반대해 싸워야만 우리는 항구적 평화를 향해 조금이라도 전진하고 연평도 민간인 피격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