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금융 사기에 여권 인사들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현 정부 실세들의 이름이 나오고, (추미애가 실질적으로 주도한)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펀드 사기와 부실에 대한 당국의 감독을 무마하려는 정치권(현재 드러난 것은 현 여권 인사들) 로비가 있었고(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생기는 이유), 청와대 행정관들이 연루돼 있고, 정치권 로비 명단 등 내부 문건을 올해 상반기에 검찰이 확보했으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옵티머스 의혹

먼저 주목을 끈 것은 옵티머스 건이다. 옵티머스는 자금을 모을 때부터 안정적 수익을 내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서 돈을 모았다.(사모펀드는 애초에 확정 수익 보장을 제시할 수 없다.) 그 돈으로 기업 사냥을 벌이고 인수한 기업의 자산을 빼돌렸다. 빼돌린 돈이 어디로 갔는지도 의혹의 대상이다.

이 펀드는 핵심 경영진이 한양대 출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들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올해 총선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금전적 지원을 한 일도 최근 드러났다.

최근에는 옵티머스 관련 내부 문건 내용이 보도되면서 권력형 게이트 여부가 화젯거리로 급부상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문건 내용을 대검찰청에 보고하지 않았는데, 서울중앙지검은 추미애 편을 들면서 검찰총장 윤석열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 왔다.

검찰은 더 많은 로비 대상과 로비 계획이 담긴 문건(‘펀드 하자 치유’ 문건)을 확보하고도 이를 검증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실제로 남동발전 사측과 김재현 사이에서 협의가 진행됐던) 남동발전의 투자 유치 계획과 전 경제부총리 이헌재의 연관성도 나온다. 그밖에 이재명 경기지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이름도 보도되고 있다. 검찰이 이 문건을 검증하지 않아서 문제인데도 법무부장관 추미애는 국회에서 사실이 아닌 문건이라고 단정하는 답을 했다. 수사 가이드라인을 지시하는 것일까?

한편, 공범 혐의로 구속돼 있는 주범인 옵티머스 대표 김재현과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윤석호 변호사의 처 이진아 변호사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여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점도 주목 대상이다. 이 씨는 남편이 경영진으로 있는 수상한 사모펀드의 기업 사냥에 공조했다. 이런 이 씨를 당시 민정수석 김조원은 검찰·금감원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로 영입한 것이다. 그것도 전임자 조국의 사모펀드 비리 논란 한복판에서 말이다. 심지어 이 씨는 청와대 재직 기간에 옵티머스 관련 지분을 차명으로 돌려 숨긴 채 계속 보유했다.

10월 12일 국회에서는 농어촌공사가 올해 2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30억 원이나 옵티머스에 투자해 고스란히 손실을 낸 사실이 거론됐다. 새롭게 알려진 것은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대행사 자격으로 2.8퍼센트 이윤 약정(불법이다)을 전화로 설명했고, 하루도 안 돼 투자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진아 변호사는 청와대 입성 직전에 농어촌공사의 사외이사였다. 이밖에도, 옵티머스에 투자해 손실을 입었거나 투자할 뻔했던 공공기관들은 더 많다.

라임 펀드

1조 원이 넘는 투자 사기 혐의로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의 대표(원종준), 부대표(이종필, 실질적 대표로 불림), 신규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구속 중) 등이 모두 구속돼 있다.

뿐만 아니라 라임의 로비를 받은 혐의로 노사모 출신 부산 지역구 위원장이 구속됐고, 현역 의원 기동민은 소환 조사 대상이 됐다. 부산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도 소환 대상이다. 모두 몇 달 전 떠돌던 로비 리스트에 있던 인물들이다.

무엇보다 재판이 이제야 진행되고 있어서 어디까지가 부실이고 어디까지가 사기 행위였는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금융감독원이 판매사(은행, 증권사 등)들이 투자원금을 전액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오히려 의심을 키운다.(이미 라임의 일부 펀드는 전액 보상 확정) 마치 개미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 사안이 더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결정이 과연 현재까지 거론된 인물들 수준에서 내려질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중 김봉현이 금융감독원의 라임 부실 조사를 막을 목적으로 2019년 7월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현금 5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최근 밝혔다. 현금 전달 자리에서 강기정이 라임 문제로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와 통화했다고도 했다. 라임의 로비스트 역할을 했던 이강세(구속 중)에 대한 재판에서 김봉현이 증언한 내용이다.

이강세는 김봉현의 증언을 부인했지만, 이전과 말이 달라졌다고 한다. 강기정 접촉 전에 김봉현을 만난 일 자체가 없다고 했다가, 지금은 그와 만나서 언론 무마용으로 10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뇌물 수수자로 지목된 강기정은 보도 직후, “저와 관련된 금품수수 내용은 완전한 사기·날조”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그는 10월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지난해 7월 28일 자신의 청와대 집무실에서 이강세를 만났음을 인정했다.(강기정은 광주 북구갑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당시 광주MBC 사장 이강세와 친분이 있어 이강세가 로비스트 구실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강세가 자신을 만나러 온 이유도 몰랐고 돈은 갖고 들어올 수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 수석들도 출퇴근 때 가방 검사를 받고, 들어올 때엔 반드시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하게 된다. 돈 5000만 원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기범인 김봉현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강기정의 말을 사실로 믿을 근거도 없다. 강기정의 해명은 단 며칠 만에 ‘완전한 사기·날조’와는 다른 뉘앙스로 바뀌었다. 청와대의 가방 검색은 강기정이 돈을 안 받았다는 증거가 전혀 되지 못한다. 왜 이런 해명을 할까? 왜 처음부터 만남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까? 두 사람이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는 이미 라임 부실에 대한 보도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장관급인 청와대 수석이 일요일에 청와대 집무실에 찾아오는 손님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도 선뜻 믿기 어렵다.

청와대는 올해 7월 이강세의 출입 기록과 CCTV 기록 등을 제출해 달라는 검찰의 요구를 거절했다. 보안을 이유로 말이다. 청와대 요직을 맡았던 인사가 재임 시절 청와대 집무실에서 뇌물을 받았다는데도 이를 해명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놀랍다.

이미 금융감독원 팀장 출신,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 김봉현에게서 돈을 받고 금감원의 라임 검사 관련 문서를 빼돌려 준 혐의로 구속돼 있다.

검찰 개혁의 효과?

이 사건들 처리에서 두드러진 것은 검찰 수사의 부실함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기치로 걸고, 검찰에게 전임 우파 정부들 때처럼 “정권의 시녀”가 되길 요구했다. 현 여권은 윤석열이 신임 검찰총장일 때는 띄워주더니, 자신들의 비리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자 태도가 돌변해 “개혁을 방해하는 구악이자 적폐인 검찰을 개혁하자”는 프레임을 내세워 그를 공격하고 있다.

검찰이 개혁 불가능한 기구라는 것은 검찰이 감히 청와대를 거스르는가 싶더니 금세 꼬리를 내리고 권력층 수사(추미애 아들 청탁 건 등)를 엉터리로 한 것에서 입증됐다.

옵티머스 건은 서울중앙지검, 라임 건은 서울남부지검이 맡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추미애 라인의 검사들이 지검장 이성윤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추미애의 인사 발령으로 타격을 입었던 곳이다. 첨단 금융범죄 수법에 대응하려고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이 합작으로 만들어 노하우를 축적하며 운영해 온 증권범죄수사단이 설치됐던 곳도 서울남부지검이었다. 증권사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가 이곳 관할이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웹사이트 첫 페이지에는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 문구가 떠 있다. 바로 그 증권범죄수사단이 추미애의 지시로 올해 초 해산됐다. 이 수사단은 해체 당시 라임 펀드를 수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장이 갑작스럽게 사직한 시점과 강기정 건에 대한 청와대의 수사 협조 거부가 같은 시기(올해 7월)인 점이 눈에 띈다. 남부지검 수사팀은 이후 강기정을 조사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펀드 사기와 정치권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검찰 직제 개혁과 인사로 타격을 받았다. 수사 내용 언론 보도를 막아서 사람들이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혐의에 대해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

부패한 자본가 정당, 민주당

박근혜는 재벌들과 특혜를 거래하며 뇌물을 받아 챙겼다. 이것이 전통적인 정경유착 방식이라면, 현 정부는 금융 시장을 이용해서 치부하는 지지자들의 뒤를 봐주며 거래를 주고 받은 모양새다.

물론 사모펀드 사기를 특별히 민주당만의 부패 양상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이명박의 BBK 건도 비슷한 유형의 사기였다. 국내에 사모펀드 시장을 연 것은 노무현이었고, 규제 완화로 이를 더 활성화한 것은 5년 전 박근혜였다.

정권 실세였던 조국 부부도 사모펀드에 투자해 강남 건물주 되기를 꿈꿨었다는 점을 보면, 민주당의 핵심 인적 기반과 지향도 구 여권 세력과 마찬가지로 산업 자본가들뿐 아니라 금융과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부자들임을 알 수 있다. 부패한 자본가 정당은 경제 침체 고통 전가에 더 거리낌이 없기 마련이다.

권력형 부패는 대체로 지배계급이 분열할 때 그 틈바구니 사이로 드러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여권의 부패가 폭로되는 배경에는 7월부터 본격화된 문재인 지지율 하락이 있다. 권력형 부패 문제를 노동운동이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의 부패 폭로가 더 큰 정치적 균열로 이어지면, 경제를 이유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10월 15일 개정] 본문 중 옵티머스 내부 문건인 “내부 하자 치유 문건” 관련 내용이 라임 펀드 부분에 잘못 들어가서 본문 내에서 위치를 바로잡았다. 금감원의 라임 펀드 보상 등 관련 내용도 더 정확하게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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