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라임 등 금융 사기 사건이 권력형 부패 의혹으로 번지면서 수세에 몰렸던 청와대와 민주당이 역공에 나섰다. 이 사건에서 우파 야당과 윤석열 라인 검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여권은 새 폭로를 활용해 사태를 반전시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을 강행하려 한다.

이번에도 라임 사건 몸통으로 구속돼 있는 김봉현(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말이 발단이 됐다. 김봉현은 라임의 정치권 로비스트 구실을 하다가 구속된 이강세(전 광주MBC 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전 청와대 정무수석 강기정에게 뇌물인 현금 5000만 원 전달을 시도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10월 16일 〈서울신문〉은 뇌물 로비 대상에 야당과 검사들도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김봉현의 옥중 편지(9월 21일 작성)를 단독 보도했다. 이 편지에는 검사 측이 검찰총장 윤석열을 위해서라도 뇌물 로비 리스트에 강기정 정도는 나와야 한다며 회유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봉현 같은 사기꾼의 말을 어떻게 믿냐’던 강기정은 이 보도가 나오자 라임 사건이 ‘검찰 게이트’임이 드러났다며 말을 바꿨다.

법무부장관 추미애는 전광석화처럼 김봉현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한 법무부 감찰을 지시했다. 여권 측에 불리한 김봉현의 법정 진술은 모른 체하더니 말이다. 그 직전까지 추미애는 집 앞에 기자가 있다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겠다고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황당한 행동을 하면서까지 라임·옵티머스 건 수사 강화 여론을 피해 다니고 있었다.

추미애는 10월 19일 우파 야당과 검사에 대한 로비 의혹을 집중 수사하고 윤석열을 수사에서 배제하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지시한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의 처에 관한 의혹도 포함됐다. 다음 날 청와대는 추미애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지지했다. 창피를 줘서 검찰총장직을 자진 사퇴하도록 여권 전체가 압박을 가한 것이다.

다음 날 윤석열이 해당 건들의 수사에 이미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순순히 수사지휘권을 수용하자, 21일 아침 추미애는 ‘언론은 대검을 저격해야 한다’며 다시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이미 윤석열이 친여 성향의 검사들에게 포위된 상황에서도 집권당 부패 의혹은 불거졌다. 여권의 온갖 무리수가 지지율 하락 위기를 막을 수 없었듯이 부패 폭로 또한 막기 어려울 것이다.

라임 사건이 여야와 검찰 등에 대한 전방위 로비 의혹 건이 된 지금, 여야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다. 그중에서도 청와대와 여당이 가장 노골적이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특검도 물타기 용인데, 검찰총장도 못하는 수사를 특검이 할 수 있다고 누가 믿겠는가?

역대급 뻔뻔함

여권은 라임과 옵티머스 건을 검찰이 조작한 의혹으로 몰고 가려 하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추미애는 그것이 검찰 개혁의 일환인 양 포장한다.

지난 9월 법무부는 구속된 재소자(피의자 포함)를 검사가 수시로 불러서 조사하는 관행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런 관행은 마땅히 개선돼야 할 폐습이다. 심지어 검사들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피의자들을 검찰청으로 불러 시설이 더 열악한 검찰청 유치장에서 하루 종일 대기시키다가 조사도 안 하고 돌려보내 골탕을 먹이기도 한다.

그런데 추미애는 10월 21일 이 관행이 악용된 사례로 김봉현을 지목했다.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의 생계형 목돈까지 날려 버리고 자신은 법망을 피하려고 여기저기 뇌물을 뿌린 범죄자를 억압적 수사 관행의 피해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법무부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 발동 사례 3번 중 2번을 추미애가 행사했는데, 두 번 모두 해당 금융 사기 사건 주범의 진술에 근거했다(이철, 김봉현 등). 추미애가 법석을 떨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채널A 이동재 기자 건(일명 ‘검·언 유착’ 건)에서는 타깃이었던 한동훈을 기소하지도 못했다. 추미애 자신도 아들 탈영 무마 특혜 의혹에 자신이 관여된 문제에 관해 국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났었다.

결국 민주당의 “검찰 개혁” 슬로건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검찰 권한을 약화시키고 자신들의 부패 의혹을 덮는 용도로 고안된 것으로, 이젠 그 슬로건 자체가 역겨운 위선의 상징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법무부장관이 견제하는 검찰을 못 믿겠다면서 그런 견제조차 없는 공수처는 무슨 근거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한편, 추미애는 수사지휘권 발동 과정에서 자신이 임명한 서울남부지검장 등과도 엇박자를 냈다. 이는 집권세력이 검찰과의 갈등 끝에 주도권을 쥐었지만, 그 우세가 불안정함을 보여 주는 듯하다.

상황이 이런데, 정의당은 김봉현의 편지 의혹을 계기로 공수처 설치를 가속화하자는 입장을 냈다. 사안의 본질을 헛짚은 것이다. 조국 사태 때 정부·여당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던 실수를 반성한다고 했는데, 발본색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김종철 대표는 10월 21일 정무수석 최재성과 만난 자리에서 골치 아픈 추미애 얘기는 안 하겠다고 했다. 참석한 청와대 인사들은 정의당이 정책만 얘기해 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그런데 같은 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추미애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충분한 근거가 없으며 윤석열을 정치적 희생물로 삼으려는 조처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이 노동계급의 독립적 이해관계 대변하기를 소홀히 해 온 결과로 지배계급 내 갈등에 그 내부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집권 세력이 연루된 금융 사기극

라임과 옵티머스 건에서는 이미 드러난 것만 해도 집권 세력의 권력형 부패 의혹을 피할 수 없다.

라임 건에서는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금감원의 검사에서 라임의 뒤를 봐 준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있다. 게다가 김봉현이 (편지에서 거론했다는) 황교안의 측근과 친박인 김장겸 전 MBC 사장에게까지 로비를 한 정황을 봤을 때, 현 여권 실력자들에게도 로비를 시도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기동민 등 김봉현에게 향응을 제공받은 여당 정치인들의 명단이 나돌았다. 그 명단 중 말석급인 이상호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강기정도 포함됐다는 이 리스트의 출처도 김봉현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데도 이 명단은 그동안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물론 김봉현의 처신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김봉현은 자신의 변호인도 아닌 (겉으로 보기엔 무관한) 소규모 법률사무소에 야당과 수사 검사에게 불리한 편지를 9월에 써 주고는 정작 10월에 열린 공개 법정에서는 그 편지 내용과 전혀 다른 말을 했다. 형량 거래를 위해 이쪽저쪽에 줄을 댄 것 아닌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옵티머스 건도 마찬가지이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벌인 펀드 사기로 보인다고 지적하는데,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 시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하반기부터이다. 옵티머스의 전현직 대표가 모두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친분(학연)을 과시해 왔다.

옵티머스 지분을 갖고 있어 사기 공범 의혹을 받는 인물(이진아)은 최근까지도 (바로 그런 비리를 감찰하는 게 임무인)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남편(윤석호)도 공범으로 구속돼 있다. 

이 사기 펀드에 공공기관들이 총 1000억 원 넘게 투자했고, 억대의 개인 투자자 중에는 행정자치부 장관 진영도 있다. 진영과 민주당 의원 김경협은 거래하던 은행에서 괜찮은 상품이라며 투자를 권했다고 말했는데, 농협 같은 대형 금융기관이 검증도 안 하고 사기 펀드를 대대적으로 판매한 것도 의혹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옵티머스 건이 다시 불거진 계기는 옵티머스 사기극에 동원된 회사가 지난 총선에서 이낙연(전 국무총리이자 현 민주당 대표) 선거 사무실 복합기 사용료를 대납해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여기에 과거 민주당 정부의 핵심 경제 관료였던 이헌재, 현 경기지사 이재명 등의 이름이 거론된 옵티머스 내부 문건까지 검찰이 확보한 상황이다.

여권 내부가 이 정도로 폭넓게 연관돼 있다면 여권 내부에 브로커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 금융 사기 건들에는 손실로 위장해 각종 불법 자금 조성, 탈법적 증여나 상속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존재한다(자금 세탁 후 증발 의혹). 이는 단지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경쟁, 정부와 검찰간의 갈등 문제를 넘어서는 계급적 부패 의혹이다. 민주당은 이런 의혹까지 덮으려는 것이다.

부패는 지배계급의 DNA

부패 스캔들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를 덮치고 있다. 주류 자본주의 정당들, 그리고 국가기관들이 경제 권력자들과 특혜를 거래하는 관행은 그저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화된 권력층 범죄이다.

민주당이 이재용, 신동빈 등을 풀어 주며 친재벌 정책을 펼치고 금융 투기 자본과 유착한 것은 자본주의 정당이라는 이 당의 근본 성격에서 비롯한다. 부패는 이 본질적 성격의 필연적 파생물이다.

따라서 체제 자체에 반대하지 않고는 부패를 근절할 수 없다. 부패를 없애겠다며 민주당의 공수처 설립을 지지하는 것이 헛된 기대이자 퇴보인 이유이다. 대형 금융 사기극을 가능케 한 금융 규제 완화를 1990년대 후반 이래 역대 정부들이 예외없이 추진한 것도 이 점을 잘 보여 준다. 특히 노무현, 박근혜 정부가 아주 적극적이었다.

코로나 감염병 위기와 경제 위기 때문에 경제와 사회 생활에서 국가 개입의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이런 정경유착 부패는 더 늘어날 것이다. 또한 경제 위기의 대응 방편으로 저금리 정책이 지속되고 투자가 부진해지면, 증권과 부동산 분야로 자금이 몰리면서 금융 스캔들도 더 빈번해질 것이다.

노동자 운동은 문재인 정부의 부패 의혹을 분명히 비판해야 한다. 그런 일이 잘 축적돼야 권력형 부패 사건을 지배계급의 분열·약화 계기로 만들고 장차 대중 투쟁이 일어날 토양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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