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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어도:
부패는 왜 끊이지 않을까?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부정의한 사회가 여전하다 ⓒ출처 청와대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부정부패를 청산하겠다며 등장했다. 그러나 현 정부 또한 부패 문제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전·현직 법무부장관,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 국회의원, 국무총리 출신 여당 대표, 친민주당 유명 인사들이 금융 사기, 자녀 특혜, 정치자금 수수,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조국 등 청와대 핵심부(어쩌면 문재인까지)가 관여했을 수 있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도 있다.

모두 대중을 속이고 법의 빈틈을 교묘히 이용해 특권을 누리거나 권력을 더 강화하려는 시도였다.

이 사회의 권력자들은 법질서를 엄중히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면서 자신만은 예외가 되려 한다. 노동자·대중이 법질서 바깥에서 파업하거나 시위할 때가 대표적이다.

도긴개긴인 지배자들은 경쟁 관계에 있는 자본이나 정당이 룰을 어길 때만 위선적으로 난리법석을 떤다(물론 무차별 폭로전이 서로에게 득 될 게 없다 싶을 때는 공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는 “공정”에 대한 바람이 크다. 경쟁의 규칙(주로 법)을 다 함께 잘 지켜서 부정부패를 줄이면 평등한 사회가 되지 않겠냐는 기대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질서와 규칙 자체에 계급이라는 근본적인 불평등이 내재해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단지 운 좋게 자본을 소유하고 있을 뿐인 극소수가 평생 뼈빠지게 노동하는 대다수의 몫을 통제하고, 생산을 통제하는 덕분에 사회 전체를 통제할 힘도 가진다.

계급은 대물림되고, 청년들은 계급에 따라 불평등한 출발선에 서서 경쟁을 시작한다. 그런 경쟁은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보도된 은행권 취업 특혜만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폭등도 불평등한 메커니즘을 잘 보여 준다. 그렇게 부와 권력, 그리고 확신을 얻은 지배자들(차세대 지배계급인 그 자녀들을 포함해)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대범하게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더한층 큰 부와 권력을 얻는다.

학교와 주류 언론에서는 노력에 따른 보상, 능력에 따른 보상 따위를 설파하고 추켜 세우며 이러한 필연적인 불평등 메커니즘을 공정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한다. 대중을 기만해서 소수가 특혜와 특권을 누리는 게 부패라면,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합법적”인 부패 체제다. 서구 국가들의 합법적 로비 현황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는 마땅히 이런 행위들을 단속하지 않고 뭐 하는가?

국가의 외양은 계급 중립적인 것처럼 보인다. 즉 투표를 통해 선출된 사람들이 모든 국민에게서 징수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가는 구조적으로 자본과 상호 의존 관계를 맺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활발하게 축적돼서 이윤을 생산하고, 노동자에게 임금(세금을 내고 상품을 구입할 돈)을 주지 않으면 국가의 재정 수입은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국가는 언제나 자본가들의 선호와 시장의 신호에 귀를 쫑긋 세운다.

국가는 어떤 규제가 투자를 방해한다고 자본가들이 불평하면 최대한 제거해 주고, 필요하면 세금 감면이나 재정 지원 등 정책적 수단을 이용해 특정 산업을 지원해 준다. 조국 부부의 사모펀드가 2차전지 사업 중점 추진 발표로 수혜를 입은 것도 그런 사례다.

문재인 정부는 투자자 제한 인원을 늘리는 등 규제를 완화해 줬고, 사모펀드 자본가들은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았다.

국가와 자본의 구조적 상호 의존이 바탕이 돼서 인적 연결망도 형성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훨씬 더 결정적 힘을 가진 부분은 선출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어도 대체로 수십 년간 비슷한 지위를 지키는 정부 부처·검찰·경찰·군대·사법부 등의 고위 관료들이 그렇다.

그들은 수많은 연줄과 회전문 인사를 통해 자본가들과 연결돼 있고 그만큼 부정부패에도 찌들어 있다. 자본주의 국가 기구들은 모두 엄격한 상명하복 구조여서 그 틀 안에서는 관료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서 부패의 고리를 끊을 방법이 거의 없다.

국가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친기업 정책을 끊임없이 펴기 때문에, 그 정책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당겨 보려는 개별 자본가들의 경쟁적 로비와 뇌물이 끊임없이 국가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가는 부정 부패의 감시자이긴커녕 그것의 본산이 된다.

그래서 국가 운영권을 선거로 접수해서 자본주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부패를 근절하고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개혁주의의 목표는 공상적이다. 부패를 근절하고 싶다면 자본주의와 국가에 근본으로 도전하는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