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노동 개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11월 국회 처리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깊어지는 경제 위기에서 기업주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처다. 노동자들을 더 확실하게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가증스런 거짓말임이 또다시 드러났다. 이번 노동개악은 정규직, 비정규직·취약계층 가릴 것 없이 노동자 전반의 조건 하락을 노린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노사정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여 양보를 압박하던 지난 6~7월에 바로 이런 노동법 개악안들을 물밑에서 착착 추진해 왔다. 그 기간에 노조법 개악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최저임금 인상률도 역대 최악으로 결정됐다.

즉, 정부는 사회적 대화로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압박할 뿐 아니라 노동운동의 발목을 붙잡아 저항을 마비시키는 효과도 노렸다. 단지 노사정 잠정합의안의 내용만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 추진 자체가 부적절했다.

정부·여당이 국회에 상정한 노동법 개악안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임금, 저항권을 공격하는 내용들이다. 크게 두 가지 개악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우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공약 후퇴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정책의 하나로,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해 기업주들의 고충을 해소해 주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탄력근로제는 사용자들이 더 손쉽게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게 해 주고, 연장근무를 해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사용자들은 일감이 몰릴 때 추가 인건비 부담 없이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최대 64시간까지 노동자들을 일 시킬 수 있다. 일감이 줄어들 때 노동시간을 좀 줄여서 법률상 정해진 단위 기간 동안의 평균만 주 52시간으로 맞추면 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노동시간의 불규칙성과 장시간 압축 근무로 인해 건강이 파괴되고 생활상의 안정도 흐트러진다.

연장근무 수당을 못 받기 때문에 임금 손실도 크다. 시급 1만 원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단위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평균 78만 원의 임금이 깎인다는 조사도 있다(양대 노총).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일정 기간은 임금 수준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사용자들이 유연하게 인력·시간을 배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노동강도 강화, 교대제 개악, 저임금·단기 비정규직 확대로도 이어진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가증스런 거짓말로 드러났다 10월 24일 금속노조 결의대회 ⓒ이미진

한편, 정부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조합법도 개악하려 한다. 노동 쟁의 시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의 내용이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랬더니, 되레 후퇴시키는 것이다.

노조법 개악이 노리는 바도 핵심은 노동조건 하락에 있다. 가령, 사업장 점거 금지는 노동자들의 저항권을 제약해 고용·조건 방어를 위한 투쟁의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은 노동자들의 조건 상향 요구에 대해 시간을 끌며 제자리걸음 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이미 누더기 돼 온 주 52시간제, 더 누더기로

문재인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노동법 개악을 추진해 왔다. 조국 사태, 패스트트랙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진흙탕 정쟁 속에 국회 통과가 지연돼 오기는 했지만, 국민의힘은 물론 정부·여당도 개악 의지가 강하다.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이미 주 52시간제를 실질적으로 후퇴시켜 왔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 준다. 2018년 2월 주 52시간제의 단계적 시행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한 직후부터 그랬다.

가령, 정부는 법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제도 시행을 연기하는 것부터 추진했다.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시행을 6개월 연기했고, 지난해 말에는 300인 미만~50인 이상 사업장의 제도 시행을 1년 연기했다. 그래서 아직도 전체 노동자의 85퍼센트가량이 주 52시간제를 전혀 적용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주당 64시간까지 일을 부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제도도 대폭 손봤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사실상 전면 확대하는 시행령을 공포하고(1월), 사용 기간도 현행 90일보다 사실상 두 배나 늘릴 수 있도록 했다(7월).

그 효과로, 올해 들어 9월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3279건). 지난해 1년 동안보다 3.6배나 늘었고, 문재인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활용을 독려하기 이전인 2017년보다는 무려 218.6배나 늘었다.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17년 이래 줄어 왔다지만, 정부의 ‘줬다 뺏기’ 공격 속에서 그 수준은 꾀죄죄한 데 그쳤다. 지난해에도 연평균 노동시간이 1967시간이나 돼 멕시코에 이어 여전히 OECD 국가 중 2위를 기록했다.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인력이 확충되기는커녕, 되레 임금이 삭감되고 노동강도가 오르고 변형근로가 확대되는 등 조건 악화도 잇따랐다.

더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속에서 업무량이 폭증한 택배, 간병인 등의 노동자들은 아예 근로기준법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과로사 문제가 심각한 택배 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71시간 넘게 일하고 있지만,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법정 노동시간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결국 문재인의 “노동시간 단축” 약속은 요란한 말 잔치로 끝났다. 그리고 지금 정부는 그조차 더 악화시키는 법 개악의 초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확대되는 유연근무, 임금체계 개악 시도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화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개악의 핵심 키워드다. 정부는 그동안 탄력근로제 도입을 포함해 각종 유연근무제 지원 방안을 내놓고 기업들에게 활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물론, 정부·여당은 10월 초에 국민의힘 김종인이 제안한 노동시장 유연화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고 요건 완화 등을 제외하면 노동조건·임금의 유연성 확대 문제에선 약간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근본에서 다르지 않다.

정부의 뒷받침 속에서 이미 사용자들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임금을 깎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등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7~8월 발표된 조사를 보면, 실제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지난해보다 14.3퍼센트나 늘었다(36.6퍼센트). 대기업의 경우, 신규 도입·확대한 곳이 75퍼센트에 달했다. 그 결과 대기업의 60퍼센트는 유연근무제가 더 적은 비용으로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진정된 이후에도 지속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는 동안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폭이 더 커져 생활고가 증대하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소득을 보충하는 ‘1.5잡’이 늘고 있는 이유이다.

더구나 기업주들은 유연근무제 시행을 계기로 평가·보상체계의 변화도 꾀하려 한다. 성과·직무 중심의 인사 평가, 임금체계 전환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일찍이 중점 과제로 제시해 온 임금체계 개악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올해 초에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상당부분 도입됐고(평생 ‘최저임금 고착화’를 부르는 표준임금제),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서도 취약 사업장부터 개별 기관별 도입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직무급제가 “공정 임금”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기이다.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은 명백히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호봉제가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키므로 폐지·완화하겠다는 것인데다가, 직무 등급마다 임금 상한선을 정해 임금 인상의 폭을 제한한다.

요컨대, 정부와 사용자들은 사상 최악이라는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고 있다. 국회에서 개악안 강행 처리는 이미 기정사실로 돼 있다. 노동자들의 단호한 저항이 노동개악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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