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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 제러미 코빈 당원 자격 정지:
거짓 비방을 하며 당내 좌파를 공격하는 영국 노동당

10월 30일에 발행된 기사에서 영국 ‘평등인권위원회’ 보고서와 이스라엘 비판에 관한 부분을 더 일목요연하게 개정·증보했다.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가 당에서 좌파를 몰아내거나 그들에게서 굴욕적인 항복을 받아 내려고 한다는 사실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영국 정부 산하 ‘평등인권위원회’는 노동당 좌파인 제러미 코빈이 당 대표이던 시절의 노동당에서 소위 ‘유대인 혐오’가 있었다는 보고서를 냈다. 노동당 우파는 이 보고서를 이용해 좌파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려 한다. 코빈은 그 첫째 타깃이다.

보고서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29일 코빈의 당원 자격이 정지됐다. 당내 우파들은 코빈을 제명하라고 아우성쳤다.

스타머는 노동당에서 유대인 혐오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에 이견을 제시하는 모든 사람들이 “문제의 일부”이며 이런 사람들은 “당 내에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코빈은 유대인 혐오자가 아니다. 코빈을 괴롭히는 여러 당내 우파들과 달리 코빈은 정치 인생 내내 인종차별에 반대해 왔다.

코빈이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제국주의 전쟁과 긴축에 반대한 것은 옳다.

스타머가 코빈을 몰아내려는 것은 노동당이 체제를 유지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에서 보수당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이려는 것이다.

스타머는 어떠한 친기업 경제 정책들에도 분명하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소유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군대와 국가기구의 존재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스타머는 수개월 동안 살인적인 보리스 존슨 정권과 “국민적 단결”을 도모한 것이다. 그 정권이 온갖 해악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을 실행하는 동안에도 말이다.

그래서 스타머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이 “한때”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브리스톨에서 시위대가 노예상 동상을 쓰러트린 것을 규탄한 것이다.

이것이 노동당 정치의 민낯이다. 선거 공학에만 몰두하고, 의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체제 내에서 변화를 도모한다.

2015년 코빈이 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에는 노동당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존재했다. 이제 그 기대는 완전히 박살났다.

코빈은 노동당 내의 유대인 혐오가 “당 안팎의 정적들에 의해 정치적인 이유로 지극히 과장돼 있다”고 말하고 나서 당원 자격이 정지됐다.

그러나 코빈의 발언은 노동당 자신이 발표한 당내 유대인 혐오 사건 처리 수치로도 뒷받침된다. 그의 발언은 ‘평등인권위원회’ 보고서로도 반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는 이런 혐의 제기를 “비방”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럼으로써 당내 우파가 반대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 있게 한다.

노동당 지도부는 선거구별 당 조직(당원들이 조직하고 토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들에게 보고서에 대한 반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미 노동당은 당내에서 이스라엘을 인종차별적 국가라고 말하는 것을 ‘유대인 혐오’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하지 못하게 했다.

이제 스타머는 당내 “문화를 바꾸자”고 한다. 좌파 정치를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스타머는 보고서의 권고 사항을 “넘어서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평등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둘러싼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권리를 옹호하는 것만이 ‘유대인 혐오’ 비방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임을 가장 분명히 보여 줬다. 그리고 그것이 노동당 안에서는 불가능함을 보여 줬다.

팔레스타인 연대를 제약하는 ‘평등인권위원회’ 보고서

노동당이 유대인 혐오 사건을 처리한 방식을 다룬 ‘평등인권위원회’ 보고서는 당내 우파들에게 좌파를 공격할 무기를 제공했다.

사실상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소위 “부당한” 비판을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는지와 관계없이 모조리 유대인 혐오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보고서는 이스라엘 비판이 “유대인 민족성과 관련”이 있기에 유대인들이 노동당 내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배척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노동당이 당내에서 유대인 혐오 사건을 처리한 방식을 비판했다. 이 중 일부는 제러미 코빈에게 적대적인 노동당 당직자들이 처리한 사건을 다룬다. 때로는 피제소인이 부당하게 처분된 경우도 있다고 시사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보고서가 당내 우파의 주장만큼 좌파에게 나쁜 내용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노동당 지도부가 사건을 적절히 처리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좌파가 유대인에게 적대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유대인 혐오 관련 사건 처리 과정이 “독립적”일 것과 “유대인 공동체 이해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당내 교육을 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당내 우파들의 핵심 요구 사항이었다.

보고서는 노동당원들이 이스라엘을 비판하거나 “당내 유대인 혐오의 실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자기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야만 가능하다. ‘평등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받아들이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할 권리에 대한 심각한 제약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스라엘 반대는 옳다

당내 우파가 좌파들의 정치가 본질적으로 유대인 혐오적이라 주장하는 이유는 좌파가 이스라엘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당내 우파는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것이 자신만의 국가를 건설할 권리를 유대인에게만 인정해 주지 않는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연대가 유대인 혐오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여느 “민주주의” 국가와 다르다. 이스라엘의 건국 이데올로기인 시온주의는 단지 유대 민족의 자결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지지는 유대인 정체성의 본질적 일부가 아니다. 많은 유대인들이 시온주의에 반대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군사 원조로 유지되며, 중동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경비견 구실을 한다.

이스라엘 건국자들은 유대인이 다수인 국가를 원했다. 그들은 영국 제국이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는 것을 도왔고,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에 자신들만의 국가를 세우는 것을 약속받았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됐을 때, 이스라엘 군대는 국경 내의 모든 마을에서 체계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는 계획에 착수했다. 약 8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그들은 전부 난민이 됐고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식 국경 내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온갖 법률이 존재한다.

이 국경 바깥인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1967년 이래 점령군 치하에서 살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 땅을 차지하려고 수십 년간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11년이 넘는 이스라엘의 봉쇄로 극심한 빈곤과 에너지 부족, 실업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가자지구에서 세 차례 전쟁을 벌였으며,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였다.

활동가들이 이런 모든 이유로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것은 옳다.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 점령을 끝내기 위한 압박 전술로서 이스라엘 불매와 제재 운동을 지지한다.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한 국가 방안”에 대한 지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방안은 팔레스타인 지역 전체에 단일한 세속적 국가를 세워 유대인이든 아랍인이든 모든 거주민들에게 동등한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스라엘 지지 세력은 이 모든 저항과 대안을 유대인 혐오라고 낙인찍길 원한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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