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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사회주의자가 전한다:
낙태권 시위가 나라를 변화시키고 있다

폴란드에서 대규모 낙태권 시위가 성장 중이다. 주최 측과 시의회에 따르면, 10월 30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행진에는 10만 명이 참가했다. 수도에서 시위를 하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같은 날 다른 도시들에서도 큰 시위가 열렸다.

이번 운동은 2016년과 2018년에 비해 훨씬 더 크다. 이전에도 정부는 더 가혹한 낙태 금지 조처를 취하려 했다가 두 번 다 실패했다. 30년 전 집회가 합법화된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관례적으로 집회 참가 인원을 축소해서 발표하지만, 10월 28일 경찰 발표에 따르더라도 10월 22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410건의 시위가 있었고 연인원 43만 명이 참가했다.

시위는 축제 같으면서도 분노가 넘쳐났다. 사람들은 테크노 비트와 수백 년 된 폴로네즈[폴란드의 춤곡 양식]에 맞춰 춤을 췄다. 래퍼들은 “법과정의당(PiS) 엿 먹어라” 하는 가사로 랩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종이 팻말을 만들어 왔다. “혁명은 여성이다,” “내가 생각한다, 내가 느낀다, 내가 결정한다” 같은 구호들이 적혀 있었다. 영어로 된 구호도 많았고, 특히 언어유희가 많았다. “법과정의당 꺼져라(PiS off)”나 “여자들은 즐길 기본권을 원할 뿐(Girls just want to have FUNdamental rights)” 같은 구호가 있었다.

시위 참가자 중에서는 10대, 20대 청년들이 두드러지지만, 시위가 워낙 커서 모든 연령대에서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여성들이 주도하고, 남성들이 여성들을 지지한다.

분노가 폭발하다 낙태권을 지지하며 집회 합법화 이래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0월 30일 10만 명이 참가한 바르샤바 시위 모습 ⓒ출처 Michał Wencek

극도로 보수적인 법과정의당(PiS)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시위가 시작된 이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퍼센트가량 줄었다.

시위를 촉발한 10월 22일 헌법재판소 판결은 태아에 심각한 기형이 있어도 낙태를 못하게 한다.

법과정의당 대표 야로스와프 카친스키가 그 판결을 지시했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정치 전문가들은 카친스키를 흔히 명석한 전략가로 칭송하지만, 카친스키는 자신이 위험천만한 멍청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왔다. 그는 엄청난 수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에 기대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지 못하게 하려 했다.

시위대는 코로나19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시위대는 카친스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왔다며 그를 비난한다. 이제 카친스키는 그 어느 정치인들보다 미움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자택 앞에서 여러 차례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법과정의당 지지세가 강한 소도시에까지 번졌다. 예컨대 폴란드 북부의 소도시 노비드부르그단스키에서는 농부들이 트랙터를 길게 늘어세운 뒤 “여성 말고 바이러스나 잡아라”라는 구호를 걸고 도로 봉쇄를 지원했다. 폴란드 남부의 소도시 도프치체에서는 1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곳은 이번 여름 대선에서 법과정의당 후보 안제이 두다가 67퍼센트를 득표한 곳이고 인구는 6000명 정도다!

갈팡질팡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편으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유화적 어조를 취하고 있다. 그들은 헌재 판결을 살짝 우회하는 혼란스러운 대안을 제시했지만 낙태권 지지 측은 모두 이를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성들은 최소한 헌재 결정을 철회하길 원한다. 갈수록 더 많은 여성들이 산모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낙태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다른 한편으로 즈비그니에프 지오브로 법무부 장관 겸 검찰총장은 시위 주최 측을 징역 8년형에 처하겠다고 위협 중이다. 시위 주최자들은 이 협박을 웃어넘겼다.

정부 각료들은 이 시위가 가톨릭교회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려는 운동인 것처럼 묘사한다. 국영 방송에서는 교회 벽에 구호가 적힌 모습이나 지난 일요일 몇몇 여성들이 예배를 방해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이런 식으로 카친스키는 역풍을 일으키려 한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교회를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그전에 파시스트인 로베르트 봉키에비치는 교회를 방어할 “국민방위군” 창설을 선언했다. 그는 11월 11일 독립기념일마다 파시스트 세력의 주도 하에 열리는 연례 행진의 주요 조직자다.

하지만 역풍을 일으키려는 시도는 먹히지 않고 있다. 10월 30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거대한 시위에서, 시위대는 한 유명 교회를 지나쳐서 행진했다. 파시스트 수십 명과 경찰과 헌병 수백 명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 광경은 우습기 이를 데 없었는데, 그들은 아무도 공격하려 들지도 않는 곳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정부 성향의 노총인 연대노조의 지도자 피오트르 두다는 부끄럽게도 조합원과 동조자들에게 이른바 “국민방위군”의 행동에 가담하라고 요구한다. 노동조합원들더러 파시스트와 동맹을 맺으라는 것은 가히 범죄적이라 할 만하다. 다행히도 연대노조 평조합원들은 두다의 뜻을 완전히 거스르고 있다. 이 조합원들 다수는 틀림없이 현재 개인으로서 여성들의 시위에 참가하고 있을 것이다.

10월 30일 파시스트들은 낙태권 시위대에 폭죽을 던졌다가 두 차례 쫓겨났다. 파시스트들은 시위 자체를 위협하지는 못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대열 바깥에서나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공격당했다.

파시즘 반대

극우 반대 구호가 모든 주요 시위에서 나온다. 11월 11일을 앞두고 낙태권 운동은 훨씬 더 많은 파시즘 반대자들을 만들어냈다.

10월 26일 전국의 시위대는 저녁 퇴근 시간대에 도로를 봉쇄하는 데 성공했고, 이것은 이번 주에도 반복될 것이다.

“전국 여성 파업” 시위 조직자들은 10월 28일 하루 파업을 잡았다. 학생, 교사, 강사들의 압력에 밀려, 몇몇 대학과 학교들이 휴교하고 원격 수업을 취소했다. 개별적으로 일손을 놓기로 한 사람들도 있다.

대중 파업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작업장에 초점을 맞추자 노조들은 여성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도록 압력을 받았다.

성명을 발표한 노조 중에는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폴란드노총(OPZZ)과 전국 최대 노조인 폴란드교원노조(ZNP)가 있다. 폴란드교원노조에는 교사와 대학 강사, 학교와 대학의 여러 노동자들이 조직돼 있다.

광원들 사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노조인 [독립노조] “1980년 8월” 노조는 시위를 지지하면서 국가 탄압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무료 법률 지원을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른 노조들도 지지를 표명했는데, 이 중에는 “석유가스노동자(Oil and Gas Workers)”와 갱내노동자노조(ZZPD)가 있다. 갱내노동자노조는 또 다른 광원 노조인데, 시위의 상징인 번갯불 모양을 자신들의 로고에 넣었다.

이런 지지는 중요하며 실질적 파업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현실적 과제다. 이 운동은 매우 깊게 뿌리를 내렸다. 노동계급 거주지에서 나온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끌고 온다.

전국에 급진화와 반란의 분위기가 충만하고, 이 분위기는 얼마든지 다른 영역으로도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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