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핵심 국가기관들 사이에서 불거진 갈등과 그에 따른 이반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11월 3일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치고받았다. 경제부총리는 국회에 가서 여권을 향해 항의성 사의를 밝혔다가 다음 날 철회했다.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 간의 갈등이 검사들 수백 명이 들썩일 정도로 진행된 것은 초유의 사태다. 그동안은 갈등이 생겨도 검찰이 정권의 지시를 순순히 따르거나, 검찰총장이 (상명하복을 어길 수는 없으므로 심정적 불복의 표시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다.
가령 노무현 정부 때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에 검찰총장이 불만을 표출한 일이 있었다.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동국대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불구속’ 수사를 하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러자 검찰총장은 지시를 수용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며 총장직을 내던졌다.
검찰이 먼저 대놓고 정권에 반감을 드러낸 사례도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첫해에 이른바 “검사들과의 대화” 사건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과는 맥락이 다르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 초기에 집권세력으로부터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시 검찰은 검찰총장 또는 그에 준하는 급의 검사 출신 인물이 맡아 오던 법무부장관에 판사 출신이고 여성인 강금실이 임명돼 “검찰 개혁/인사”를 강조하는 것에 불만이 컸다. TV로 생중계된 대화 자리에서 노무현과 직접 마주한 젊은 검사들이 임기 초인 대통령에게 날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화통함과 언변을 과시하려고 생중계 대화의 장을 마련한 노무현은 결국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며 카메라 앞에서도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명박·박근혜 그리고 박근혜와 유착한 사법부를 수사하면서 정권과 잘 지내 오던 검찰 수뇌부가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수사하면서 갈등이 생긴 것이다.
1년 동안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려 했던 검사들은 대부분 교통도 불편한 지방의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사표를 쓰거나 수사·감찰 대상이 돼 있다. 수사 관련해서는 사실상 식물총장 상태인 윤석열은 공개적으로 법무부장관에게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권에 대한 이반이 평검사들로 확산된 것이다. 게다가 서울고검이 한동훈을 수사하던 정진웅을 도리어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11월 3일 추미애는 또다시 윤석열 사퇴를 압박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되는 바, 특히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자 윤석열은 간부 검사들을 모아 놓고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현 정권을 직격했다. 식물총장으로 임기를 채우느니 권한을 회복하거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질해도 이젠 밑질 것 없다는 자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을 타깃으로 한 추미애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여론이 그리 좋지 않다. 무엇보다 윤석열이 청와대와 추미애의 공격을 받을수록 대중 속에서 인기가 오르고 있다. 윤석열은 올해 들어서 차기 대선 후보군 여론조사 명단에 포함됐는데, 민주당의 이낙연, 이재명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윤석열 지지율이 17퍼센트까지 올랐다. 이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윤석열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힘이 자신들을 만신창이 만든 주역의 하나인 그를 반길 리 없겠으나, 대안이 정 없다면 윤석열에게 구애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윤석열의 인기는 그가 살아 있는 권력을 잇달아 수사하는 정치 행위를 해 온 것이 인기를 얻은 덕분이므로, 그가 국민의힘으로 향하면 그의 인기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윤석열을 해임하지 않으면 문재인의 통치력에 누수가 커질 것이다. 하루 만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홍남기가 공개적으로 항의성 사의를 표출한 일이 심상치 않은 이유이다.
그러나 반대로 윤석열 해임은 문재인이 권력층 수사를 노골적으로 덮었다는 불신을 더 키울 것이다.
그러므로 윤석열을 유임하든 해임하든 문재인의 위기는 가시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이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는 이유이다.
포퓰리즘 개혁 배신과 부패 의혹 틀어막기에 대한 환멸에 다른 지지층 이반과 국가기관 내 분열로 문재인은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진보 노동계의 저항을 무마하고 있어서 간신히 용도 폐기를 막고 있다 ⓒ출처 청와대

균형 재정이냐, 확대 재정이냐

국회에서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철회한 경제부총리 홍남기는 균형재정(재정 건전성 유지) 기조를 수십 년간 유지해 온 경제 관료들의 이해를 대변해 왔다.
홍남기는 코로나 발 추경 편성 여부와 재난 지원금 논쟁 등에서 확대 재정 편성에 강하게 반대했었다. 또, 인기 하락을 염려한 여당의 증세 유보 방침에도 반대해 왔다. 최근에는 긴축재정 기조의 매뉴얼 격인 “재정준칙” 제정 문제로 여당과 갈등 중이다. 홍익표 등 일부 민주당 중진과 참여연대도 홍남기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문재인은 코로나19 위기로 몇 가지 반사이익을 얻어 총선에서 대승했지만 곧 지지율이 하락했고, 지금은 집권 이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도 외관상 안정을 유지해 왔던 비결에는 포퓰리즘 기조가 아직 먹힌다는 사실이 있다. 친기업·친부자 정책을 펴지만, 진보 노동계가 정권에서 이반하지 않도록 붙잡는 데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감염병 위기나 경제 위기 국면에서는 많은 노동자·서민들이 우선적으로 국가에 대한 의존과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다른 신뢰할 만한 대안이 없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코로나 위기와 함께 찾아온 경제 침체 국면에서도 노동계 대표적 3조직(민주노총·정의당·진보당) 지도자들은 정부와의 비판적 협력 노선을 유지했다. 이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쳐 지배계급은 노동자 투쟁을 그럭저럭 통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개혁 배신에 따른 지지율 하락과 지지층 이반, 부패 의혹을 둘러싼 국가기관 간 분열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아직은 지배계급에게 유용성이 있는 정권이다.
특히, 정부의 포퓰리즘적 기조를 뒷받침한 것은 올해 확대 재정 지출이었다. 정부는 기업 살리기 지출을 늘리면서 일부를 떼어내 보편적 소득 지원과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했다. 그런데 홍남기가 주도해 마련한 재정준칙(안)은 코로나·경제 위기로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 낡은 신자유주의적 가이드라인을 꺼내든 것에 불과하다. 경제 관료들과 기업주들은 지금 확대 재정에 불안과 반감을 드러내는 듯하다. 
한편, 본격적인 노동개악이 지연돼 왔다는 점도 봐야 한다. 이미 지지난해부터 노동법과 탄력근로 기간 연장 등의 개악이 시도됐으나 결국 새로운 총선을 치르고 반년이 되도록 입법 개악이 시도되지 않았다. 이 점도 기업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증세 논쟁

홍남기는 재정 지출을 만회할 증세도 추진하려 한다. 이 점에서도 여당과 갈등을 빚었다. 
주식 양도차익세 대상인 대주주의 규정 요건을 현행(한 기업의 지분을 10억 원 이상 가진 사람)에서 3억 원으로 낮추는 것이 정부 방침이었지만, 민주당이 강력 반발해 현행으로 유지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표를 의식해 한 기업의 지분을 3억 원 이상 가진 주주더러 “개미 투자자”라고 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위한 공시지가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6억 원 이하 주택은 일시적으로 재산세를 일부 감면해 준다는 정부 방침에도 민주당은 반대했다. 기준을 9억 원 이상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실거래가로는 10억 원이 넘는 주택들인데, 이들에게도 서민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부자 증세를 정작 기피하면서 서민과 ‘개미’를 팔며 위선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정의당과 진보당은 민주당의 입장을 공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