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멈추려면 처벌 강화가 아니라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 2011년 103주년 세계 여성의 날 집회 ⓒ이미진

최근 안타까운 영아 유기‧살해 사건이 잇달아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주로 10~20대 미혼모가 출산 직후 화장실, 쓰레기통, 골목길, 야산에 자신의 아기를 버리는 비극이 반복됐다. 지난 10년(2010~2019년) 동안 영아 살해가 110건, 영아 유기가 1272건 발생했다. 최근 3년(2017~2019) 간 영아 유기가 이전 몇 해보다 더 늘었다. 

일부 보수 언론은 “생명 경시” 운운하며 “비정한 모정”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린다.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법무부는 양형 기준을 높이고자 영아 살해 사건에 일반 살해죄를 적용하는 형법 개정을 예고했다. 얼마 전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저출산 시대에 영아 유기·살해 범죄가 계속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영아 유기·살해죄의 형량을 상향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처벌 강화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 뿐이다. 

벼랑 끝

영아 유기는 미혼모에 대한 천대와 가난이 초래한 비극이다.  

미혼모 천대는 자본주의 가족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들(자본주의 국가와 자본가들)은 노동력 재생산 부담을 개별 가족, 특히 여성에게 떠넘기며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 그래서 가족제도를 뒷받침하는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사회 곳곳에 유포한다.

그리하여 낙태와 혼외 출산은 터부시된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임신하면 ‘문란하고 헤프다’는 비난을 받는다. 

대체로 10~20대 미혼모의 영아 유기는 원치 않는 임신을 미처 중단시키지 못해 벌어진다. 낙태가 불법인 상황에서는 도덕적 압박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낙태할 기회를 놓치는 여성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청소년은 이러한 압박에 각별히 취약하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과 학교에서 외면당하며 고립돼 낙태 기회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성평등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기만적인 낙태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보다 낙태 허용 범위를 넓히긴 했지만, 낙태죄를 유지하며 낙태를 제한하려 한다. 저출산 심화로 미래 노동력인구와 징병자 수가 급감해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을 크게 우려하기 때문이다.

낙태권은 여성이 자신의 몸과 삶을 통제하는 데 꼭 필요한 권리이다. 낙태죄가 폐지되고 낙태권이 보장된다면,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시킬 수 있다.

국가가 양육을 책임져야

노동계급‧서민층의 미혼모는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출산과 양육으로 학업과 경력이 단절되고, 혼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차별과 멸시 때문에 미혼모는 직장을 구하는 것도 힘들다. 불안정하고 열악한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은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약 92만 원이다(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 ‘아이를 낳으면 가난이 덮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미혼모의 당당한 육아를 응원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은 내놓지 않았다.

현재 미혼모가족복지시설은 전국에 62개(수용인원 약 1000명)인데, 이 중 출산 지원시설은 고작 22개(수용인원 약 556명)에 불과하다. 입소 기준도 무진장 까다롭다. 신청 당시 비경제적 활동 상태에 있어야 하고 부양자가 없어야 한다. 부동산이 있어도 입소가 제약된다.

한부모 가정은 고작 월 최대 20만 원(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 월 35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꾀죄죄한 양육비라도 받으려면 월 소득이 중위소득 52퍼센트(2019년 2인 가정 기준 약 151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면 계속 가난해야 하는 것이다.

차별과 빈곤에 시달리는 미혼모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영아 유기와 같은 비극을 멈추고 위기로 내몰리는 미혼모의 삶을 개선하려면, 양질의 일자리와 양육 지원 등의 복지를 크게 늘려야 한다. 또한 출산 여부를 여성 자신이 선택할 수 있도록 낙태권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