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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플랫폼 노동 보호" 운운하지만:
노동자로 인정 않고 조건 개선도 미흡

2018년 특수고용노동자 결의대회 ⓒ이윤선

지난 10월 성남시가 플랫폼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음식 배달 라이더는 월 평균 269만 6000원을 벌었지만, 중개업체 수수료, 유류비 등으로 월 평균 46만 원을 지출해야 했다. 대리운전 기사는 월 평균 219만 원을 벌었지만 프로그램 사용료, 수수료 등으로 67만 원을 부담하고 있었다.

이처럼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들을 제하고 나면 노동자가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을 겨우 넘기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또, 플랫폼 일자리가 추가 소득을 벌 수 있는 부업이라는 인식과 달리, 노동자 중 78퍼센트는 다른 직업 없이 플랫폼 노동만 하고 있었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극히 저조하다. 산재보험 가입률은 음식 배달 라이더의 경우 14.9퍼센트, 퀵서비스 라이더는 20.4퍼센트, 대리운전 기사는 13퍼센트였다.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감소 혹은 일감 폭등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가 더욱 조명되고 있다. 그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기가 커졌다.

실효성

문재인 정부가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을 일부 규제하겠다거나 사회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런데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고 산재·고용보험도 온전히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취약계층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해 몇몇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별도의 특례 규정을 마련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열어 두거나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비판해 왔듯이, 적용 대상을 제한하거나 차별을 둬서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

정부가 ‘특고지침’(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을 개정하거나 일부 플랫폼 노동 직종에 표준계약서 도입을 추진한 것도 그런 사례이다. 여기에는 사용자가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거나 계약 외 업무를 강요하는 등 일부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런데 문제는 표준계약서가 법적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특고지침의 경우 사용자가 위반하면 노동자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지침 위반으로 사측을 제재하기 어렵다. 담당 기관이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지침은 사용자와 노동자를 종속적 고용 관계가 아니라 시장에서 자유롭고 대등한 거래 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 노동자가 해고나 임금 삭감 등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불공정’ 행위로 다퉈야 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 입증이 훨씬 까다롭다.

예컨대 공정위는 플랫폼 노동자가 부당행위를 한 회사 외에 다른 회사와도 계약할 수 있었다면 불공정 행위로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대리운전 업체들이 배차권 제한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노동자들이 공정위에 제소하자 공정위는 이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플랫폼 포럼

한편, 노동운동 내에서도 근로기준법을 단시간에 바꾸기 힘들다고 생각해 노동자성 인정보다는 보호 방안에 힘쓰자는 주장이 나온다.

예컨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노동자성 인정에 집착하지 말고 플랫폼 노동 시장 내 규칙을 마련하고 노조 결성을 보장받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노동자성 인정은 장기적 과제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당면 요구로는 제대로 된 표준계약서 체결(부당 징계나 일방적 계약 해지 근절 등), 산재·고용보험 전면 적용, 노조 결성 권리 보장 등을 내건다.

이는 정부 대책보다는 훨씬 낫고, 조건 개선이 시급한 만큼 지지할 수 있는 요구들이다.

그러나 노동자성 인정과 조건 개선 문제가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임금, 노동시간, 사용자의 사회보험료 납부 책임 등 조건 개선 문제는 하나같이 사용자 책임을 강제해야 해결할 수 있다. 그렇기에 노동자성 인정 문제를 뒷전에 두면 조건 개선도 불충분하기 십상이다.

최근 서비스연맹이 제안하고 라이더유니온도 참가해 협약서를 도출한 플랫폼 포럼도 이런 한계를 보여 준다.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 근로조건·보상·안전 등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핵심 항목들은 알맹이가 빠져 있거나 “노력한다”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에게 제대로 된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동시에 노동자성 인정 문제를 당면 요구로 삼고 싸워 나가야 한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 아닌 노동자다”를 읽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