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기업은행 본점 앞 기자회견 ⓒ양효영
기업은행 경비 노동자들(공공연대노조 기업은행지회 소속)이 ‘불법업무’ 지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말하는 불법업무란 경비업무 외 일들을 경비원에게 지시하는 것이다. 
전국 611개 기업은행 지점을 경비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은행 자회사 IBK서비스에 소속돼 있다. 이 노동자들은 은행에서 벌어질 수 있는 도난, 화재 등 위급 상황에 대응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행 경비 노동자들은 기존 업무 외에 온갖 일들을 지시받고 있다. ATM기 업무, 공과금 수납업무, 동전 교환 등은 기본이고, 심지어 우체국 심부름, 화분에 물 주기, 떡볶이 사오기 등 잡무도 지시받는다. 은행원이 해야 하는 서류, 전산업무에 투입되거나 인터넷 뱅킹 설치나 스마트뱅킹 외부영업 업무에 투입되는 일까지 벌어져 왔다. 
이는 경비업무 외 다른 업무 지시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경비법에도 위반된다.
경비 노동자들이 이런 잡무를 떠맡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인력 부족에서 기인한다. 97년 IMF 위기 이후 은행에 있었던 안내원이 해고당하면서 그 업무들이 고스란히 경비 노동자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영업점 정규직 인력도 넉넉지 않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정규직이었던 경비원은 용역 외주화 되면서 사측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더 어려운 열악한 처지로 밀려났다. 
경비 노동자들은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교섭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시정하고 직접고용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기업은행 사측은 자회사를 받아들이면 불법업무 지시 근절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초 자회사 IBK서비스로 전환된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기업은행이 지점에 몇 번 경비원 업무 지침 공문을 보냈지만 형식적일 뿐, 실제 관리 감독을 이뤄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문제제기 하자 “개인주의다”, “[이제부터] 우리 가족 아니니까 휴게실 함께 쓰지 말아라”라는 비난과 ‘갑질’이 돌아왔다. 
배재환 공공연대노조 기업은행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원하는 대로 말 잘 들으면 가족이고, 불법업무를 불법이라고 하면 가차 없이 남이라고 하는 게 진정 가족입니까? 우릴 이용하고 필요할 때만 가족이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공공연대노조 조합원들이 1인 시위를 하자, IBK서비스 사장은 직원 간담회에서 “노조 가입하지 않아도 회사에서 다 챙겨준다”며 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자회사 방안의 기만

공공기관의 자회사 전환 방안이 용역회사에서 간판만 바꿔단 것임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수원, KBS, 캠코 등 자회사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를 폭로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자회사 전환의 문제점은 기업은행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기업은행 자회사도 처우가 열악하다.
IBK서비스는 모회사 기업은행 지시가 있어야 한다고 떠넘기고, 모회사는 자회사와 얘기하라며 책임 전가하는 핑퐁 게임이 반복되는 것이다. 노조가 모회사-자회사 노사공동협의회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무시하고 있다.
기업은행지회 노동자들은 자회사로 전환되면서 용역회사였을 때 보다 모회사에서 받는 재원이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한다. 오히려 처우개선이 더욱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게다가 전환 과정에서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직무급제가 도입됐다. 2~3년 간 오를 수 있는 임금 폭이 겨우 2~3만 원 밖에 안 되고 그조차도 평가를 통해 확정된다.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불법업무 근절과 모-자회사 노사협의회를 요구하고 있다 ⓒ출처 공공연대노조
노동자들은 진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행 모회사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지회 박세호 지점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근무 복장에 대한 문제제기 조차, 기업은행 모회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걸 보아서 기업은행이 직접 나서야 한다.”
노동자들은 IBK서비스 사측에 면담을 요구하고 투쟁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11월 19일 기업은행 본점 앞 기자회견 ⓒ양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