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을 감축하기로 하자, (공화당과 민주당을 포괄하는) 주류 국가안보 엘리트층은 이 결정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 엘리트층을 버락 오바마는 “징그러운 덩어리”라고 불렀다.

대서양 이쪽 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BBC 라디오4의 프로그램 〈투데이〉에 매우 거만한 퇴역 장성이 나와 혀를 차며 트럼프의 결정을 비난했다. 어찌된 일인지 그는 영국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모두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슬쩍 넘어갔지만 말이다.

영리한 자유주의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루스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좀더 솔직하게 말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그는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는 않았다.(퇴임까지 아직 60일이 남았지만 말이다.)”

루스가 자기 말에 단서를 단 것은 옳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파괴적인 소동을 일으켜 온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그 소동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대선에서 전임자들이 중동 일대에서 소위 “끝없는 전쟁들”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후임자인 조 바이든이 바로 그 “끝없는 전쟁”의 화신이다. 예컨대 바이든은 이라크 침공에 찬성표를 던졌고, 미국과 영국의 점령에 반대하는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이라크를 분할하는 계획을 고안했다.

그는 특히 아들 부시가 추구했던 정책 즉,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해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실제로는 신자유주의)를 촉진한다는 정책을 지지한다.

또한 오바마의 대외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강경파들이 바이든 내각 주위에 모여들고 있다. 여기에는 “인도주의적” 군사개입의 일관된 옹호자인 서맨사 파워(2013~2017년 UN 주재 미국 대사)도 있다.

그녀는 2011년 리비아에 대한 재앙적인 나토 개입을 입안했고, 시리아 내전 중에도 오바마에게 같은 일을 벌이라고 설득했었다.

국무장관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前 바이든 보좌관 앤터니 블링컨도 마찬가지다. 전 오바마 행정부의 관계자는 그가 “러시아에는 명백하게 더 강경하고, 중국과는 이데올로기 경쟁을 벌인다는 생각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외교 정책에서 민주주의 증진과 인권 부문에 대한 강조를 몇 단계는 더 끌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4일 차기 정부의 내각 인선을 발표하는 바이든. 신임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맨 왼쪽)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온건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출처 Joe biden

실패

이런 주장은 지난 수십 년의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가 실패한 결과로 트럼프가 등장했다는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루스는 미국의 “전략적 사상가”가 없다며 한탄하는 또 다른 칼럼에서 이 점을 언급했다. 그는 그런 사상가로 민주당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를 예로 들었다. 브레진스키는 1977~1981년 흔히 미국과 소련의 2차 냉전이라 불린 시기에 지미 카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

브레진스키는 소련을 약화시키기 위한 여러 계획을 세웠다. 그중 가장 중요한 계획은 1979년 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에 세워졌다. 그는 이슬람주의 게릴라를 무장시키고 자금을 지원해 소련판 베트남을 만들 정책을 고안했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했지만 그 패배에서 알카에다, 탈레반, 궁극적으로 ISIS가 태어났다.

1998년 인터뷰에서 브레진스키는 “러시아인들을 아프가니스탄의 함정 속으로 끌어들였다” 하고 자랑했다. 급진적 이슬람주의를 조장한 것을 후회하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대꾸했다: “세계사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 탈레반인가, 소련 제국의 붕괴인가? 일부 흥분한 이슬람교도들인가, 중부 유럽의 해방과 냉전의 종식인가?”

오늘날의 역사가들은 브레진스키가 실제로 이 교활한 계획을 고안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중요한 것은 이 인터뷰에 드러난 사고 방식이다. 브레진스키와 같은 “전략적 사상가”에게는 40년 넘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겪은 엄청난 고통이 미국 제국주의의 “세계사적” 이익 증진에 비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바이든은 내년에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이 회의의 목표가 미국의 전통적인 서방 동맹국과 나렌드라 모디의 인도 등 일부 국가를 더해 중국·러시아에 맞설 연합을 만들려는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라이벌 중국과 러시아는 오바마의 조심스런 정책과 트럼프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정책을 명백하게 기회로 활용했지만 이제는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권위주의적” 위협으로 낙인 찍힐 것이다.

그 결과는 실제 냉전에 가까운 것일 수 있다. 브레진스키가 살아 있었다면 익숙함을 느꼈을 것이다.

2011년 이라크 바그다드에 방문한 조 바이든 ⓒ출처 미 공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