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10월 13일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세계경제가 4.4퍼센트 수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09년 공황 시기에 -0.1퍼센트를 기록했던 것보다도 훨씬 큰 하락 폭이다.

IMF는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3.3퍼센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신흥국들의 경제가 예상보다 더 악화했기 때문이다. 신흥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은 IMF가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실업이 급증했고, 많은 사람들이 임금 삭감과 소득 감소로 고통받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노동자를 포함한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가 이처럼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1차적인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롯했다. 올해 초에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마비됐다. 이후 각국 정부들이 막대한 규모의 통화정책을 쓰고 재정 지원을 하며 위기가 금융 공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 또 이후 중국 정부는 사람들의 이동을 강압적으로 막는 권위적인 방식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통제했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노동자들이 처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윤을 위해 공장과 회사 등을 가동시켜 생산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윤을 위해 경제활동을 재개한 결과 코로나19의 재확산세는 거세게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IT 제품, 가전 등 상품 수출은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소매, 음식, 숙박, 관광, 항공 등 서비스산업의 위축과 함께 경제 전반의 심각한 불황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경제가 2분기에 저점을 찍은 뒤 V자형 회복을 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있었지만 이것이 틀렸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유럽과 미국에서 봉쇄 조처들이 다시 강화되면서 경제 회복은 더욱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이고, 백신이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상당하다.

만약 안전하고, 효과도 좋은 백신이 개발 돼, 대다수가 맞을 수 있다면 경제의 마비 상태가 풀리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백신은 철저히 거대 기업들이 이윤 논리에 따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의 안전이나 효과는 제대로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더라도 백신은 선진국에 먼저 공급된 뒤, 한국에는 빨라도 내년 하반기에 보급될 것이다. 가장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어쩌면 영영 백신을 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설사 내년에 백신의 개발과 접종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경제가 받은 타격의 여파와 후유증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다.

영국의 경제 전망 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향후 수년간 위기 이전 추세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아래 표) 백신 개발이 성공하고 미국에서 바이든의 경기 부양책이 시행된다고 가정을 했는데도 말이다.

한층 더 악화된 장기불황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코로나19가 닥치기 이전부터 경제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2008년 세계 금융공황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채 10여 년간 장기 불황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제조업 생산이 침체하며 새로운 위기로 향하는 조짐이 커져가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코로나19 이전에도 기업들의 수익성은 매우 낮은 상태였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비금융부문 기업 이윤율은 2018년보다 하락했고, 2014년부터 계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었다.(아래 표)

이 때문에 회사를 운영해도 이자도 벌지 못하는 좀비 기업들은 사상 최대로 증가해 왔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인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IMF 보고서는 미국, 중국, 일본, 유로존 등 8개국 기업부채 총액의 40퍼센트가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부실과 부채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올해 3~4월 코로나19 확산이 기업들의 대량 파산과 이로 인한 금융 공황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말이지 엄청난 정부의 지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IMF에 따르면 올해 9월 11일까지 세계 각국 정부들이 발표한 경기 부양책의 규모는 세계 GDP의 12퍼센트에 이른다. 불과 몇 달 만에 2008~2009년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썼던 것보다 더 많은, 정말이지 엄청난 규모의 재정 지원책을 쓴 것이다.

이로 인해 1930년대 대불황과 같은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문제가 터지는 것을 일단 봉합한 것일 뿐, 경제의 불안정성과 모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심각한 부채 위기

실물 경제의 불황은 여전하지만 낮은 금리와 정부의 기업 지원책을 바탕으로 주식과 부동산 등의 가격은 크게 올랐고, 이로 인해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이런 거품을 바탕으로 부채는 더욱 늘어났고, 부채에 기반해 연명하는 부실 기업도 증가하며 새로운 위기의 씨앗은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최근 발표를 보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전 세계 GDP 대비 부채비율은 362퍼센트로, 지난해 말의 320퍼센트보다 42퍼센트포인트나 높아졌다.(아래 표) 많은 기업들이 수익성은 더욱 떨어졌지만 저금리를 통한 차입과 정부 지원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부채도 급속히 늘어 정부의 경기 부양 여력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부채 위기가 더욱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가 통화·재정 정책을 쓸 여력이 적은 신흥국들의 경우 더욱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아프리카의 잠비아가 외환 위기에 처했는데, 파이낸셜타임스는 앞으로 1~2년 내에 브라질과 남아공처럼 큰 규모의 신흥국에서도 재정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터키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외화 유출을 막으려고 기준금리를 10.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올렸다. 또 중국의 부채도 증가하고 있고, 첨단기술분야에 대한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중국 국영 기업들의 파산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의 위기는 세계적 금융공황의 방아쇠 구실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부풀어 오른 부채 위기 때문에 백신 개발과 접종이 성공해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을 때 오히려 금융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금융·재정 지원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부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채 위기가 급속한 금융 공황으로 폭발하지 않더라도 부채 부담은 무거운 추처럼 경제를 끌어내리는 구실을 할 것이다.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기업과 가계, 정부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이는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최근에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부채를 늘리는 것은 별 문제될 것이 없고, 오히려 긍정적인 구실을 한다는 케인스주의 일각의 주장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 긴축론자들에 맞서려는 선한 의도가 있다 할지라도, 부채 부담이 자본주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가 처한 근본적 모순과 한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배자들 간 갈등과 국가 간 갈등 심화

2008년 위기 이후 각국 지배자들은 막대한 지원을 통해 위기가 더 파괴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회복되지 않은 이윤율, 증대하는 부채와 반복되는 경제 불안정, 양극화 심화 등이 진행돼 왔다. 지금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해진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와 신흥국 등을 휩쓴 반란에 이어 올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세계 곳곳의 저항들도 벌어져 왔다.

오늘날 각국 지배자들은 이처럼 심각한 위기와 저항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체제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지배자들 내에서 분열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정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지배자들 간의 정치적 갈등은 아래로부터 저항을 고무하는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심각한 경제 불황을 배경으로 제국주의 열강 사이에 경제적, 지정학적 갈등도 강화되고 있다. 각국 지배자들은 국가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족주의적 선동을 강화하며 심각한 불황 속에 커지는 피억압 대중의 불만을 자국 밖으로 돌리려고도 한다.

대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은 바이든이 당선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은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더 실질적인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물론 바이든은 트럼프가 경시했던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 같은 신자유주의 기구들을 중시할 것이고, 이 때문에 미국의 패권을 추구하는 양상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과 지배계급 일반이 중국과의 경제적·지정학적 패권 경쟁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무역과 첨단 기술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심각한 경제 위기와 함께 심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한국 지배자들의 곤혹스러운 처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이는 한국 지배자들의 갈등과 분열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가 될 것이다.

불확실한 수출 회복에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OECD(-1퍼센트), KDI(-1.1퍼센트), 한국은행(-1.3퍼센트), IMF(-1.9퍼센트) 등)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퍼센트)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3분기에 2분기보다 1.9퍼센트 성장하며 반등했다.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했지만, 수출이 15.6퍼센트나 증가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세계의 주요 국가들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처 때문에 1분기와 2분기에 경제가 급락하다가 3분기 들어 봉쇄 조처를 완화하면서 성장률이 반등했다. 그러나 3분기의 성장률 반등은 1분기와 2분기 때 마이너스 성장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와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 등으로 인한 일시적 회복으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신흥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서유럽에서도 2차 확산이 진행되면서 봉쇄 조처들이 강화되고 있어, 4분기에 대규모 경기 침체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부채 위험과 불확실한 수출 회복세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자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통화 공급을 확대하고, 정부들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지원 정책을 써서 금융 공황을 막았다. 그러나 이런 막대한 돈 풀기 정책에도 실물 경제의 침체는 해결되지 않고 있고,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의 거품은 커지면서 금융 불안정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급증하는 국가부채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수단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내년에 몇몇 국가들은 경제를 지탱하는 데 한계를 느끼면서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국가 부도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선진국들에서는 기업 부채 위기가 심각하다.

이 중 한 부문에서라도 위기가 터지면 세계적인 금융 공황을 촉발할 수 있다. 그러면 당연히 세계적인 실물 경제 추락이 이어질 것이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세계 교역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한국의 수출은 11퍼센트 감소했다. 올해 전체로 보면 세계 교역량이 10퍼센트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올해 한국의 수출도 7~8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근 한국의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급락했던 수출 증가율은 올 9월 플러스로 전환했다. 11월(1∼20일)에는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1.1퍼센트 증가했다. IT 등 ‘비대면 산업’ 부문이 상대적인 호조를 보이고, 봉쇄 조처가 완화되면서 중국, 미국, EU 등으로 수출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대단히 권위주의적 방식이지만 코로나 확산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며 강하게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어 한국의 수출 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서 중국 정부는 내수 중심의 ‘자립형 경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고, 이는 중국의 부채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 중앙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과 소재·부품의 국산화 등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압박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요컨대, 한국의 수출이 대중국 수출 호조에 기대는 것은 매우 불안정한 것이다.

좀비 기업 증대와 구조조정

앞서 지적한 것처럼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며 가라앉고 있었다. 2008년 세계 금융 공황과 그 뒤 벌어진 경기 침체에서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이후에도 기업 부채는 계속 증가하며 ‘좀비 기업’이 계속 증대하고 있었는데,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9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외부감사기업 2만 3494곳 중 3년(2017~2020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이른바 “한계 기업”)이 1558곳이나 늘어난 5033곳(21.4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의 기업 지원은 위기가 공황으로 터지는 것을 막고 있지만, 계속 늘어나는 ‘좀비 기업’은 국가 재정과 금융기관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한계기업 가운데 4.1퍼센트가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못 갚아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계기업에 돈을 빌려 준 금융회사로도 부실이 옮겨 갈 우려가 적잖은 것이다.

쌓여 가는 기업 부채 때문에 앞으로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커지면서 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질 뿐 아니라 지배계급 내의 쟁투도 격화될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정부 부채가 증가하자,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들은 국가부채를 억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021년도 예산안 심사 때 한국형 뉴딜 관련 예산 10조 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2021년 교육예산을 삭감했고, 공무원들의 실질임금도 삭감했다. 대구시 같은 지자체는 2021년 부서별 예산을 올해 대비 50퍼센트 삭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2021년 예산을 미리 끌어다 썼기 때문에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와 빈곤층 지원 예산 등이 삭감될 우려가 크다.

한국도 당장 통화·재정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테지만, 어떤 지출을 줄여야 할지를 두고 지배자들 사이의 갈등은 격화될 것이다. 지배계급들은 어느 산업·기업을 지원해야 할지를 두고 갈등을 빚을 테지만,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부분을 가장 먼저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일치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위험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돈이 대거 풀렸지만 이 돈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상당 부분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자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3월 중순 15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지수는 계속 상승해 최근에는 2600선을 훌쩍 넘었다.

집값 폭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쓰디쓴 좌절감을 안겨 주고 있다 ⓒ조승진

부동산 시장으로도 돈이 몰리면서 올해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수억 원씩 올라 수많은 노동자·서민을 절망케 했다. 최근 집값 상승은 단지 시중 유동성 증대만이 아니라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한몫했다.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집을 사라’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으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폭락하자 부랴부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금융협회의 세계부채 모니터를 보면, 1사분기 GDP 대비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97.9퍼센트로 조사 대상 39개국 중 가장 높았고, 지난 1년간 상승폭 역시 중국과 홍콩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도 얻기 힘들고 임금도 깎인 많은 젊은이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과 ‘빚투(빚내서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로 부동산·주식 투자에 뒤늦게 동참하기도 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로 경기 침체를 버텨 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커지자 금융 당국은 대출 조절을 시작했다. 마이너스통장의 만기 연장 시 한도를 삭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소폭 올랐다. 또한 은행권 외에 제2금융권의 대출 점검도 강화되고 있다. ‘빚투’ 대열에 늦게 참여한 투자자들은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상투를 잡을 위험성이 커졌다. 20~30대 청년층이나 영세 자영업자 같은 저신용·저소득층 가계에서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 충격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자수가 올해 들어 최대폭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 충격’이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2만 1000명 감소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사업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살펴보면, 취업자 감소폭은 80만 명으로 크게 불어난다. 이외에도 그냥 쉬었거나 구직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가 50만 명이나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일자리 감소는 IMF 외환 위기 시절인 1998년 12월, 일자리 123만 7000개가 감소된 때와 거의 맞먹는다.

해고, 임금 삭감… 노동자들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다 11월 20일 고용노동청 앞 ⓒ이미진

특히 20대와 30대의 청년층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 감소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노동자 중에서는 임시직·일용직 노동자 같은 취약 노동자의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고,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업(-22만 7000명), 도·소매업(-18만 8000명), 교육서비스업(-10만 3000명) 같은 서비스산업에서 대거 일자리가 줄었다. 이 산업들은 자영업자가 많은 부문이어서 자영업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서비스업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내년에도 만회되기 힘들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20~30대 청년층, 임시직·일용직,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앞서 살펴본 가계부채 고위험군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올해에 이 취약층들은 한편으로는 정부 지원금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 빚을 내 버텨 온 듯하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들의 불만은 켜켜이 쌓이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형 뉴딜 일자리’ 같은 일자리 공급 정책으로 이들의 불만을 달래려 할 테지만, 저질 일자리인데다 그 수도 많지 않아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혁명적 정치의 중요성

이처럼 경제적, 정치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제위기 고통 전가에 맞선 계급 투쟁을 전진시키려면 진정한 혁명적 관점에서 정치적 분석과 대안을 설득력 있게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식의 개혁주의 정치를 추구한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 시기에 진정한 투쟁적 대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작은 투쟁을 전진시키려 해도 아래로부터 투쟁을 전진시켜 사회주의를 건설하려는 혁명적 정치가 중요하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부도기업 국유화, 일자리 보장, 임금 삭감 반대,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부채 탕감 등의 요구를 제시하며 노동계급의 투쟁과 연대가 전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당장에 한국에서 운동이 떠오르지 않는다 할지라도 자본주의 체제의 저변에 심대한 위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심각한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속에 빈곤, 불평등과 함께 사람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식량창고를 급습한 나이지리아인들 나이지리아 인구의 40퍼센트가 빈곤에 처해 있는데 정부는 식량창고에 식량을 쌓아두고 분배하지 않았다

올해 10월 나이지리아에서 굶주린 사람들이 정부의 식량창고를 습격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 폭력 항의 시위를 벌여 오던 민중이 식량창고도 습격한 것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인구의 40퍼센트인 8300만 명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식량을 사재기하면서 분배하고 있지 않다고 분노를 터트린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와 경제 불황 속에 세계적으로 절대빈곤층은 늘어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고, 이 위기가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에서 비롯했다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 그런 만큼 반자본주의 사상에 매력을 느낄 사람들은 존재한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혁명적 정치에 기초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며 주변 사람들을 결집시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