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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 :
안도의 한숨을 쉬어도 될까?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팬데믹)이 점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 명에 육박해 지난 한 달 동안 수백만 명이 추가 확진됐다. 하루 사망자가 2000명을 넘나들며 대도시 곳곳에서 병원들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중환자실은 집중치료실이 아니라 영안실 입구 같다는 의료진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지난 봄 악몽의 나날을 겪은 유럽에서도 연일 확진자·사망자 수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나름 ‘선방’한 독일에서도 하루 확진자 수가 2만 명을 넘나드는 등 유럽 전역에서 확산세가 만만치 않다. 이 나라들은 11월 초 다시 ‘봉쇄’ 조처를 시행해야 했다.

보건의료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조건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가 됐던 인도·러시아·브라질 같은 나라들에서도 재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도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확산세는 북반구가 겨울로 접어든 탓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계절적 요인만이 유일한 이유가 아니다. 그보다는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정부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겨울에는 사람들이 추위를 피하려고 이른바 3밀(밀폐, 밀집, 밀착) 환경에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거리두기를 유지하려면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 더 넓은 작업 환경, 더 느린 작업 속도, 더 관대한 유급휴가, 항공기 내부처럼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공기 순환 장치,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더 편하고 성능이 개선된 방역 물품, 노동자·실업자·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생계 지원 등 지난 1년의 경험만으로도 당장 마련돼야 하는 조처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겨울이 오기 전에 이런 조처가 이뤄진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세계 각국 정부들은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방역 관련 투자를 아꼈다. 반면 경제 활동, 즉 기업들의 이윤 획득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효과적인 거리두기를 하려면 노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야 하지만 경제적 지원은 기업주들에게 집중됐다.

겨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마다 감염이 확산된 상황을 너댓 차례 경험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늘어 10월 말에는 하루 100명 안팎이었는데도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를 낮췄다. 5~6월 상황을 생각하면 시도하기 어려웠을 일인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고 8~9월의 위기를 넘기며 경각심이 완화된 상황을 악용한 것이다. 11월 초에는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하며 거리두기 수준을 완화하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즉시 나쁜 효과가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확산을 특별히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 겨울로 접어들며 확산에 유리한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재확산이 일어나기 전 확진자 수가 보여 주듯 감염 확산의 진원지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에 실린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의 계산에 따르면 “6월 15일~9월 15일 석달 사이에 사망한 사람들의 치명률은 1.06퍼센트이지만 9월 16일~11월 19일 두 달간 사망한 사람들의 치명률은 1.88퍼센트다. 1.77배 증가했다.”

고령층의 감염 비율이 높아진 것이 치명률을 높인 원인이지만, 윤복원 연구원은 치명률 계산에서 분모, 즉 ‘발견된’ 확진자 수가 줄어든 것이 또 다른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분자인 코로나 사망자 중에는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니, 그만큼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들이 지역사회에 널리 퍼져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일리가 있다.

2차 재난지원금이 일부에게만 지원되면서 거리두기 강화가 극심한 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도 불안 요인이다. 정부의 선별 지원은 영세 자영업자들, 실업자나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스스로 살 길을 찾으라는 메시지로 들릴 것이다. 거리두기가 예전만큼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병원의 확진자 수용 능력은 찔끔 늘어났을 뿐 새로운 위기 상황에 대처할 정도로 개선되지 않았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1주일 만에 수도권 중환자 병상이 가득 찰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의료 기능 전반에 악영향을 끼쳐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공공병상을 늘리라는 절실한 요구를 1년 내내 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병실이 부족해지면 경증 환자를 자택에 격리하는 방안을 준비해 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좁은 집안에서 가족들 사이에 감염을 막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뿐더러, 나머지 가구 구성원들이 외부 활동을 하므로 추가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랜싯〉 등 저명한 의학 저널들이 중국의 ‘팡창 병원’(한국의 ‘생활치료시설’ 비슷한) 같은 격리 시설을 도입하고 자택 격리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백신

주요 선진국 지배자들과 언론은 제대로 된 백신을 이미 손에 쥐기라도 한 것처럼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이는 방역 실패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완화하고, 방역 강화를 회피할 핑곗거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일부 나라들에서는 이를 근거로 거리두기도 완화하고 있다. 백신이 대규모 확산을 막을 정도로 보급되려면 최소한 반년 이상 걸릴 텐데 말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주요 제약기업들의 백신 개발 성공 보도를 의심한다. 이들이 ‘영업 기밀’을 이유로 핵심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임상시험 결과는 모두 최종 결과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초기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예컨대 모더나가 진행중인 임상시험은 그들 자신의 계획으로도 2022년 10월 말에 끝난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긴급’ 사용 허가를 신청했을 뿐이다.

이 기업들은 각자 수만 명의 임상시험 참가자 중 1퍼센트도 안 되는 확진자 통계를 두고 ‘예방 효과 90~95퍼센트’라고 발표했다. 이 수치에 설사 통계적 의미가 있을지라도 ‘안전성’까지 확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백신 팬뎀릭스를 개발해 47개국 3000만 명에게 접종했다. 그러나 아동에게 심각한 부작용(기면증 등)이 발견돼 사후에 전량 회수됐다. 영국 정부는 피해자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6300만 파운드를 지불했다.

따라서 최근 달궈지는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열기는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결과’ 발표 시점이 주가를 고려해 경쟁적으로 이뤄진 것이나, 두 기업의 CEO인 앨버트 불라와 스테파네 방셀이 발표 직후 주식을 팔아 거액을 챙긴 것도 이들의 주된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 준다.

제약기업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윤을 위해 백신을 만들고 판매하려 한다 안전성과 '공평한' 배분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디자인 장한빛

현재 코로나19 중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는 길리어드사(社)의 렘데시비르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에서 사실상 아무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난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WHO의 연구는 렘데시비르의 효과를 인정한 기존 연구 결과보다 네 곱절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다. 길리어드사의 투자자들은 이미 주가 상승으로 거대한 시세 차익을 얻었다.

사실 제약기업들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백신 개발에 별 열의가 없었다.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견줘 이익이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가 유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면서 백신 개발은 중단됐고 제약기업들은 큰 손실을 봤다. 에볼라 등 신종 감염병의 피해가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저개발 국가에서는 정작 ‘유효’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관련 백신 개발을 미뤘다.

그런데 3월을 지나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하자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제약기업들은 2021년에만 백신을 10조 원 넘게 팔 수 있고 이후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을 지원하면서 코로나 백신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미국 정부는 ‘워프 스피드 작전’으로 아스트라제네카에게 1조 3300억 원, 화이자에 2조 원, 모더나에 2조 7000억 원, 사노피/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2조 2000억 원을 지원했다. 영국 정부도 5조 원가량을 각종 제약기업과 연구소들에 지원했다.

문재인 정부는 ‘백신의 공정한 분배’를 외쳤다. 그러나 시장 원리에 도전하지 않기 때문에 공허한 주장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국내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기업의 성장을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다.

반면, 재난지원금 등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지원책에는 갈수록 인색해지고 있다. 일자리와 소득을 지원하긴커녕 노동악법을 통과시키려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집회를 금지하려 하는데, 단지 방역 때문만은 아니고 저항을 억누르려는 의도도 확실히 있다. 그래서 정부의 민주노총 투쟁 비난을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