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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교사시국선언 참가자 기자회견: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우리들은 무죄입니다”

최근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 씨가 50일 가까이 단식 농성을 하다 탈진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희생 학생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가 차가운 바닥에서 청와대 앞 농성을 이어가며 절박한 항의를 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참사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책임자 처벌도 미미한데 12월이면 사참위가 종료되고 약 5개월 후인 2021년 4월 15일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소시효가 종료된다.

11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세월호 교사선언 참가자 기자회견 ⓒ김현옥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1월 12일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은 세월호 참사 교사시국선언 참가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기다렸다는 듯 전국에서 관련 재판이 속개되고 있다. 11월 26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는 관련 교사들에게 벌금 100만 원 등 유죄를 선고했다.(그러나 4월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판사 이규영)은 선언 교사 6인에게 무죄 판결을 했다.)

11월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언교사 41인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렸다. 재판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선언 참여자인 조수진 교사(인천 영종중)는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약속을 어긴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대법원 유죄판결을 비판하며 재판부에 무죄판결을 촉구했다. 관련 선고는 12월 11일에 진행된다.

유죄 선고될 경우 이를 이유로 각 시도교육청이 징계위원회 등 탄압을 이어 가려 한다면 그 역시도 좌시하지 않고 싸우겠다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조수진 교사가 보내 온 법정 최후 진술문을 아래 공개한다.

조수진 교사 법정 최후 진술문

“거꾸로 뒤집힌 배가 침몰하던 장면 기억 나십니까..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달라 간절히 애원했던 학생들 기억나시지요.. 살아 돌아올지 모르는데 구명조끼 한 장 걸치지 않고 학생들을 구하러 다시 들어간 선생님들 기억나십니까.. 저는 인천항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몹시 괴로웠습니다. 세월호가 출발했던 인천항, 그 바로 옆 학교에서 근무했던 교사입니다.

정부는 무능했고, 무책임했습니다.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어 교사 선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부에 책임을 묻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촛불의 힘으로 끌어내려졌습니다. 구속됐습니다.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의 요구가 옳았던 것이지요. 여기 계신 선생님들 요구가 옳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단죄하겠다니요. 국가공무원들 중에서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사람들 어떤 책임을 졌습니까? 묻고 싶습니다.

안개가 잔뜩 낀 새벽에 왜 세월호는 무리하게 출항했습니까?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수백 톤이 실리고, 국정원이 수시로 보고받았던 세월호입니다. 안전과 생명에 뒷전이고 돈벌이에 급급했던 청해진 해운, 온갖 안전 규제를 풀어버린 정부 .. 참사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대체 어떤 책임을 졌습니까?

구조를 방기하고, 참사 덮기에 급급했던 책임자들, 적폐 검사들, 진짜 잘못을 한 이들은 처벌은커녕 초고속 승진을 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우리 교사들은 왜 단죄의 대상이어야 합니까?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의 죽음에도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는 것입니까? 그것이 “정치적 중립”입니까?

우리는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그 원인조차 아직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습니다. 이제 12월이면 사참위가 종료됩니다. 약 5개월 후인 내년 4월 15일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소시효가 종료됩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리고 또 가만히 있어야 됩니까?

재판관님,

이번 재판은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어떤 기록을 남기실지는 재판장님의 선택입니다. 유죄판결한 재판관으로 남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무죄판결한 재판관으로 남고 싶으십니까? 오늘 41명 교사들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렸지만, 그보다 한참 앞서 재판이 열린 강원에서는 사법부가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오늘 우리 41명 교사에게도 무죄판결 내리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