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방송인 사유리가 일본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사유리를 응원했다.

이런 반응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대중의 의식 변화를 보여 준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2020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9.7퍼센트였다. 2019년 국내 혼인건수와 조혼인율(인구 1000명 당 결혼 건수)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비혼 출산에 우호적인 태도도 늘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2년 22.4퍼센트에서 2020년 30.7퍼센트로 늘었다.

이런 변화가 있음에도, 다수 여성들이 비혼 출산을 선택하기는 힘들다. 편견이 많이 남아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양육에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은 형편없다. 여성 다수는 자신의 생계 유지조차 버거운 게 현실이다. 

정상 가족?

한국은 혼외 출산율이 OECD에서 가장 낮다. 2018년 2.2퍼센트로 OECD 평균 40.7퍼센트와 큰 격차가 있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으로 ‘정상 가족’ 개념에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의 법률과 제도는 ‘혼인한 남녀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만을 ‘정상 가족’으로 취급한다. 임신·출산·양육 지원책뿐 아니라 의료, 연금, 보험, 상속제도, 청약 등 국가의 많은 정책이 그런 가족 모델에 따라 설계돼 있다.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없는 동거인들 사이에서는 상속이나 세금감면 혜택은 물론,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고, 장례를 치를 수도 없다.

서구 나라들에 비해 한국이 뒤늦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이 더는 지배적 형태가 아닌 지는 제법 됐다. OECD는 핵가족 형태가 2045년 한국에서 전체 가족의 16퍼센트에 그칠 것이라고까지 전망했다.

사회 변화를 반영해 비혼모, 동거 커플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중 6명이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데에 찬성했다.

사회 변화를 반영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산 소식을 알리는 사유리의 SNS 게시글 ⓒ출처 사유리 인스타그램

사유리의 비혼 출산에 우호적 반응이 크자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한다며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이 입발림을 넘어설지는 의심스럽다.

여가부가 이미 2018년 12월에 건강가정기본법(이하 기본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지금껏 추진되지 못했다. 그 내용은 ‘가족의 정의’에 사실혼을 추가해 비혼 동거 가정을 가족 범위에 포함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가부의 개정 계획에 동성결혼 허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반동성애 우파들은 이조차 반대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기본법 개정을 열의 있게 추진하지 않았다.

동거 커플에도 법률혼과 유사한 혜택을 주는 입법이 해외의 여러 나라들에 도입돼 있다. 이런 제도 도입이나 동성결혼 인정은 진보적이다.

그러나 양육과 돌봄이 대부분 개별 가정에 맡겨진 상황에서는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입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양육과 돌봄 등에 대한 국가 지원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개인들의 성적 관계들이 모두 결혼이라는 틀에 맞춰질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자들이 ‘비혼’을 권장하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에서는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지배자들은 끊임없이 결혼과 출산을 강요한다. 혼인율 하락과 출산율 저하는 사회의 ‘위기’로 취급된다. 최근 한국의 지배자들이 비혼 출산에 큰 관심을 갖는 것도 출산율 때문이다. 여성들의 자유를 확대하려면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여성의 삶을 끊임없이 통제하려는 지배자들의 권력에 집단적으로 맞서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

사유리가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이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말해서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해명했듯이,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혼 여성이 체외수정 시술을 받아 출산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비혼 여성에 대한 법적 지원의 근거가 없다. 그리고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2017년 개정)은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법적 부부 외에는 시술해 주기를 꺼린다.

정부의 정책도 법적 부부에게만 비용을 지원한다. 체외수정(시험관 시술)과 인공수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혼인 상태의 난임부부로 한정돼 있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면 시험관 시술은 한 번에 200만~300만 원가량 든다.   

지침에 대한 논란이 일자, 대한산부인과학회는 11월 24일 지침을 개정해 보조생식술 적용 대상을 사실혼 부부로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비혼 여성에게는 적용을 확대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나 법 개정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정책위원회 수준에서 12월에 간담회를 열어 제도 개선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대중 의식의 변화, 난임 증가 등으로 보조생식술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보조생식술 이용이 결혼 여부로 제한돼서는 안 되고, 모든 시술에 의료보험이 적용돼야 한다.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