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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 악화시키는 문재인 정부

법무부와 청와대의 윤석열 찍어내기에 제동이 걸렸다. 정권의 레임덕을 막으려던 추미애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되레 위기를 더 심화시키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정부는 지금 물러설 수도, 여권을 향한 검찰총장의 부패 의혹 수사를 두고 볼 수도 없는 처지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이낙연)가 걸린 격돌이 예상된다.(본지 346호 ‘윤석열 찍어내기 시도와 문재인 정부의 위기’를 보시오.)

추미애-윤석열 갈등은 국회도 휘감고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공수처법을 반드시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노동운동 일각에서는 노동개악 법안의 연내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논란이 많은 노조법 개악안의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다음 회기로 넘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정부·여당 내에서도 흘러 나와 기대를 높이는 듯하다.

그러나 설사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친기업 노동 개악에 한통속인 정부와 주류 양당의 손에 기대를 거는 것은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여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본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공산이 매우 높다.

11월 30일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은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던 주52시간제 계도기간(시행 연기)이 “연말에 종료된다”고 분명히 했다. 3년간의 시행 연기를 더 연장하기 어려우므로, 내년 1월 시행 이전(올해 연말)까지는 반드시 탄력근로제 개악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더라도 탄력근로제가 확대돼야 사용자들이 인력 확충 없이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노동자들을 장시간 부리고 노동강도를 높일 수 있고, 연장근무 수당의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부분의 노동운동 단체들이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에 주목하지 않아 온 것은 약점이다. 정부가 몇 달 전부터 다시 개악 입법에 팔을 걷어붙여 왔는데 말이다. 민주노총은 12월 2일에야 반대 성명을 냈다.

일부 사람들은 노동자들도 코로나19-경제 위기 극복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국가 경제와 기업 경쟁력을 위해 해고가 아니라면 임금·노동조건의 일부 후퇴는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이 고통을 짊어져야 할 이유가 없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위기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소득 감소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

위기 극복에 협력하자는 것은 사용자들만 이롭게 할 뿐 결코 노동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없다. 불황 타개를 목적으로 시행된 독일 폭스바겐의 고통분담 모델은 그 위험성을 잘 보여 준다. 노조 지도부가 유연근무제(근로시간저축계좌제), 임금 삭감 등을 수용하자, 사용자 측은 시장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반면 노동자들은 생활수준이 크게 하락하는 고통을 겪었다.

한편, 조직된 노동자들은 탄력근로제 개악에 큰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현행법상 기업이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노동자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노조들이 단체협약과 조직력을 통해 조건을 지킬 수 있더라도, 미조직·비정규직, 취약노조 등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이 공격을 받으면, 그것이 다시 조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압박하는 것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개악뿐 아니라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에 진지하게 반대해야 한다.

이 기사가 작성된 후인 2일 오후 민주노총의 탄력근로제 개악 반대 성명이 발표된 점을 반영해 일부 수정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