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외주화, 발전소 현장은 바뀐 게 없다 김용균 2주기가 다가오지만, 그의 동료들은 여전히 별반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미진

12월 10일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중 숨진 고(故) 김용균 씨의 2주기다. 당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는 어둡고 위험한 발전소에서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이는 끔찍한 사고로 스물네 살의 젊은 생을 마감했다.

사고 발생 며칠 전 김용균 씨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하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는 그의 유언이 되었고, 이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이 외주화가 철회되고 김용균의 동료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를 바랐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제정된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2019년 8월, 김용균 씨가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해서 죽었다”며 정부에 구조적인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발전소 민영화·외주화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무비 착복 금지, 인력 충원, 1급 발암물질에 대한 신속한 대책 마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현 민주당 대표는 “정부는 특조위의 권고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 2년이 다 되도록, 정부는 스스로 한 약속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장은 “정부와 발전사들은 시간만 끌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공기업인 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9월 10일 태안발전소, 11월 28일 영흥발전소에서 화물 노동자 2명이 작업 중 설비에 깔리고 추락해 사망했다. 김용균 씨 사고와 마찬가지로, 모두 원청인 발전사가 외주(하청)화한 업무들이다.

2015~2020년 상반기까지 일어난 발전소 산재 사고 243건 중 무려 240건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된 것에서 알 수 있듯, 비용 절감을 위한 외주화가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외주화가 죽음을 낳는다’며 외주화 철회를 목놓아 외치는 이유다.

정부와 발전사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규직화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운전 분야 노동자들을 한전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그조차 아직 제대로 첫 발도 못 뗐다. 정비 분야는 기존의 외주화(민간 경쟁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기후 위기에 대처한다며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호기 중 30호기 폐쇄 계획을 발표했는데, 일자리 대책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어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정부와 발전사 원·하청 사측은 이를 (교대제 개편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을 이유로) 임금 삭감 기회로 악용하고 있다.

노무비 착복 문제도 여전하다. 안전 강화 조치도 여전히 미흡하다. 2인 1조 인력 충원은 불충분할 뿐 아니라, 충원된 인력은 전부 계약직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김용균 씨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외주화 철회하고 정규직화해야 한다.  

발전소에서 또 산재 사망!

“죽지 않을 수 있었다” 12월 1일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 화물노동자 사망사고 기자회견에 참가한 유가족 ⓒ조승진

11월 28일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이 운영하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심장선 씨가 추락사했다. 그는 하청업체 소속의 화물차 운전 노동자로, 발전 원료로 쓰고 남은 석탄재를 화물차에 싣던 중 4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이번 사고도 비용 절감에 눈이 멀어 발생한 기업 살인이다. 심장선 씨는 흩날리는 석탄재를 담는 위험한 일을 혼자 해야 했다. 주변엔 안전관리자도 없었고, 제대로 된 안전 장치나 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정부와 발전사 모두 위험 요인들을 알면서도 방치해 왔다. 더구나 사고 후 남동발전은 뻔뻔스럽게 고인의 과실로 몰아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벌이를 우선하는 이윤 논리가 잇따른 비극을 낳고 있다. 안전 투자를 대폭 늘리고 외주화를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