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영국과 유럽연합이 내년 1월 1일부터 서로 맺을 새로운 무역 관계를 합의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친(親) 유럽연합 중도 좌파는 총리 보리스 존슨과 현 정부 탓을 했지만, 이는 오해다. 비록 존슨과 현 정부가 우익적이고 무능하긴 하지만 이 갈등에는 더 깊은 뿌리가 있다.

유럽연합과 존슨 정부는 협상에 걸린 판돈을 비교적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유럽연합은 기본적으로 회원국들이 주권을 일부 공유하는 프로젝트였다. 이것을 주도한 것은 유럽의 두 주요 제국주의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였다. 두 나라는 75년 간의 굉장히 파괴적인 충돌 끝에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유럽연합이라는 틀로 나머지 유럽 국가들을 결집시켜 자신들의 목표를 따르게 했다. 비록 두 나라의 목표가 때때로 상충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존슨이 대변하는 영국 지배계급의 일부는 이 프로젝트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영국에게 가장 이익이 된다고 본다. 이들은 영국 자본가 세력들 중에서 소수임이 거의 분명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현재 주류이다.

“결정권을 되찾자”는 말은 단지 이데올로기적 몽상이 아니다. 존슨과 그 일당은 국가 주권을 되찾아서 규제를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국 자본주의를 끌고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존슨의 전 수석 보좌관 도미닉 커밍스는 유럽연합의 정부 보조금 규제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 기업을 육성하려 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인 무즈타바 라만이 지적했듯이,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꿈꾸는 산업·혁신 강자 유럽이라는 비전은 ⋯ 규제에서 자유로운 미래의 영국과 양립할 수 없다. 그런 영국은 일종의 ‘격침 불가능한 항공모함’이 돼, 유럽연합 27개국에 대한 미국이나 중국의 경제적 지배를 지속시키는 구실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프랑스와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째, 영국을 무역 전문가들이 말하는 유럽연합의 “규제권 위성국”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오직 이 조건을 받아들일 때만 영국 기업들이 유럽단일시장에 관세 없이 상품을 수출하는 것을 허용하려 한다.(서비스 수출은 고려 대상도 아니다.)

둘째, 브렉시트를 이용해서 런던을 유럽의 금융 허브 지위에서 밀어내는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 측 협상 대표 미셸 바니에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부터 애써 왔던 바다.

바니에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전(前) 독일 중앙은행 총재 악셀 베버가 지난주에 지적했듯이 말이다. “유럽의 분열은 런던 금융가에 막대한 득이 된다. 유럽이 단결했더라면 브렉시트의 타격이 ⋯ 훨씬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 내 금융 중심지들의 경쟁, 프랑크푸르트 대 파리의 경쟁이 특히 문제였다.”

그러나 유럽단일시장과 그 시장의 규칙에 영국을 매어 두려는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신의 우위를 무자비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난주 〈파이낸셜 타임스〉는 애완동물 여권, 여행 건강 보험, 영국 은행들의 유럽 시장 접근 등 온갖 쟁점을 나열하면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세르비아나 스위스 같은 비회원국에도 인정해 준 권리를 영국에는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본질적으로 무역 협상에서 득을 보려고 이런 쟁점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 유럽연합 잔류를 확고하게 지지했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를 질타하며 “유럽연합이 협상에서 너무나 강경한 태도를 취한 나머지, 지난 10월에는 유럽연합 자동차 업계마저 자신들의 이익을 거스르지 말라고 경고할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마크롱은 이제 막 합의되고 있는 협상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했다. 마크롱은 유럽연합의 영국 해역 조업권 문제를 부각했다. 경제적으로는 사소하지만 민족적으로는 영국 해협을 사이에 둔 두 나라[영국과 프랑스]에 상징성이 큰 문제다. 그러나 마크롱의 진짜 걱정은 따로 있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으로 대표되는 독일이 영국에 너무 많이 양보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경쟁력이 훨씬 높은 독일 산업은 영국이 독자적인 자본주의로 부상해도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조지 몽비오가 브렉시트를 두고 “자본주의에서 일어난 내전의 결과”라고 한 것은 옳다. 몽비오는 이것을 “자본주의 기업의 두 가지 주된 형태” 사이의 충돌로 설명한다. 하나는 유럽연합으로 대표되는 “길들여진 자본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일체의 규제를 거부하는 “군벌 자본주의”라고 한다. 그러나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은 두 자본주의 블록의 갈등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위기에 휩싸인 이 세계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는 두 이류 제국주의 간의 아귀다툼이기도 하다.

이 다툼에서 누가 피해를 볼지는 불 보듯 뻔하다.

유럽연합의 핵심 두 축인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이해관계 차이 때문에 브렉시트 협상은 더 꼬이고 있다 ⓒ출처 European Counc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