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병상 부족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즉시 입원 가능한 중환자 병상은 사실상 0개”다.(〈경향신문〉 12월 8일치)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서 하루 이상 입원을 기다려야 하는 확진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경증으로 생활치료센터 등에 입원해야 하지만, 병실과 인력 부족 등으로 집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환자 중 이른바 ‘해피 하이폭시아(저산소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잖은 것을 고려하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해피 하이폭시아는 폐가 많이 망가져 산소 공급이 부족한데도 호흡곤란을 느끼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환자들은 갑자기 증상이 악화해 몇 시간 만에 사망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컨테이너 병실을 설치하고 ‘홈케어’(재택 격리)를 늘려야 한다는 둥 부실하고 위험천만한 실천과 말을 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수능을 앞두고 “11월 학생 확진자 70퍼센트가 가족 감염”이라며 집에서도 거리두기를 하라고 했던 말과 완전히 모순된다. 대부분의 노동자 서민 가정에서는 거리두기는커녕 개별 공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컨테이너 병실이 설치되고 있는 서울의료원의 노동조합(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 분회)은 병원 측이 가용 병상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컨테이너 병실을 짓고 있는 상황을 규탄했다.

게다가 정부가 기업들의 생산 활동을 계속 허용하는 한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거리와 직장으로 나가야 한다. 대중교통을 늘리기는커녕 줄여 한밤중에도 ‘지옥철’과 만원 버스를 타야 한다. 여기에 가족을 통한 2~3차 감염 또한 방치하는 셈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노동당, '코로나19대응 대구행동' 등은 각각 성명을 내, 정부가 민간병원들의 병상을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상급종합병원들이 병실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완전히 옳다. 역대 정부들이 공공병원에 거의 투자하지 않은 것 때문에 공공병원의 시설과 인력난은 매우 심각하다. 그나마 1년 가까이 버텨 온 것은 정부가 사실상 병원 노동자들과 공무원을 갈아 넣어 혹사시켜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양질의 시설과 전문 인력이 모여 있는 민간병원들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물론 겨울철에 접어들며 대부분의 민간병원들에서도 비어 있는 중환자 병상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윤을 우선시하는 민간병원들의 ‘자발적’ 보고에 의존해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세계에서 병상 수가 가장 많다는 이 나라에서 환자들을 컨테이너나 전시장에 입원시키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무책임하게도 지난 1년 동안 공공병원을 단 한 개도 세우지 않았고, 내년 예산에도 공공병원 신축을 위해 배정한 돈은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나면 공공병원들이 적자를 낳는 ‘애물단지’로 변할까 봐 우려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올해 우리가 똑똑히 확인한 것은 공공병원의 적자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이었다. 몇 해 전 ‘착한 적자’라는 말이 회자된 이유다.

정부는 ‘덕분에,’ ‘코로나 영웅’ 하며 떠들썩한 칭찬 캠페인을 벌였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형편없다. 지금도 중환자실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문재인은 이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수도권 역학 조사 강화’만 지시했다. 당연히 공무원과 공공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만 연장되고 있다. 

이들이 ‘번 아웃’으로 나가 떨어지기 전에 거리두기를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12월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 병상이 설치되고 있다. 땜질 식 대처가 아니라 민간병원을 수용해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 ⓒ조승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과 대응을 거듭 후순위로 미룬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이윤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백신 보급이 최소한 반년 이상 걸릴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는 일정 수준의 거리두기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부분의 작업장에서 생산 속도를 늦추거나, 생산 속도를 유지하려면 인력과 시설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는 기업주들에게 이윤 감소로 돌아오겠지만 사회 전체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전 국민에게 ‘인내’를 요구하면서도 기업주들만은 예외로 배려한 것이다.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추천된 권덕철은 보건복지부에서 의료 영리화를 기획·추진해 온 인물로 유명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아예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으로 임명돼 일해 왔다. 지금 같은 상황에 이런 인물을 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을 보면 정부는 진작에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활용해 의료 규제를 완화할 계획을 세워 온 듯하다. 택배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도 냉담하게 지원 한 푼 없던 정부가 기업주들의 이윤 획득 기회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삼성·SK·LG는 어느덧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제약 생산기지를 구축해 놓고 있었다. SK는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백신 생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방역이 취약해지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데도 거리두기를 완화했고, 그 기준도 5단계로 바꾸며 느슨하게 만들었다. 그래 놓고 확산세가 커지자 평범한 사람들에게 책임 떠넘기는 것도 여전하다. 툭하면 “엄중한 상황” 운운하며 마치 평범한 사람들이 병을 퍼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군다. 정작 정부 자신은 소비 쿠폰을 뿌리고 관광을 장려하고 언택트(접촉 없는) 산업 성장을 외쳤다. 수많은 생산직 노동자들과 택배 물류 노동자들에게 언택트 산업 활성화는 오히려 더 많은 접촉을 뜻하는 것이지만 인력 지원은 말뿐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와 노동강도 강화, 소득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별 근거도 없는 ‘집회 금지’ 조처에 그토록 열심인 것은 스스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정당성이 흔들릴수록 이런 조처는 점점 무리수가 돼 갈 것이다.

백신 소식에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이유

영국에서 시작된 백신 접종 소식에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적잖은 사람들이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백신 개발 ‘성공’을 선언한 곳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세 곳이다. 한국 정부도 이 제약 기업들과 백신 공급 계약을 맺거나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세 제약사 모두 우리가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백신을 만들었다.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이론적으로는 기존 백신 제조 방식보다 위험을 줄였다지만, 줄기세포 연구의 사례에서 보듯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정밀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경험적 연구가 어느 정도 축적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임상시험 결과는 필수 과정이라 할 수 있는 ‘동료평가’(피어 리뷰)도 아직 거치지 않았다. 영업 비밀을 이유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작용에 대한 면책권을 요구하고 있다. 일종의 ‘갑질’이다.

각 기업이 수만 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것인 만큼 급성기 부작용이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중장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시험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또, 정부가 이를 충분한 돈과 시간을 쏟아 검증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떠올려 보라. 당시 정부는 민간 기업과 연관된 연구자들 일부에게 안전성 평가를 맡겨 놓고는 거짓 결과를 채택해 사용 승인을 했다.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 책임 회피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롭 월러스 같은 생물학자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영국과 브라질에서 각각 이뤄진 임상시험 결과를 뒤섞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금까지 백신을 생산한 적도 없는 기업인데 데이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 이런 의구심을 검증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방역 실패가 드러나자 백신에 대한 기대를 부풀려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한다. 백신 접종 가능 시기가 불과 하루 사이에 ‘내년 하반기’에서 ‘상반기에 가능할 수도’로 옮겨졌다. 그 사이에 무슨 계약이 이뤄진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정부는 백신 자체는 무료로 공급하겠다면서도, 접종비의 경우 “필수 인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담하고 이외에는 적정하게 그 비용을 (자가)부담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오히려 취약계층이 접종을 미루게 돼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당연히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무료로 접종해야 할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도 이미 그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백신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는 식으로 방역과 의료에 대한 투자를 미루도록 내버려 둬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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