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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네트웍스 파업:
이 최저임금 갖고 기재부 관료들이 살아 보라지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한 달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역무와 여객매표, 고객상담, KTX특송, 주차관리 등을 맡으며 철도공사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거나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광역전철 회기역은 정규직이, 신이문역은 코레일네트웍스 비정규직 역무원이 담당하는 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3월 코레일네트웍스를 “바람직한 자회사 방안”의 ‘모범 사례’로 선정했다. 그러나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처우는 결코 ‘모범’적이지 않다.

2018년 철도공사는 공사 정규직과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이 근속 수준이 같은 공사 노동자 임금의 80퍼센트 수준이 되게끔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철도공사 정규직 대비 44퍼센트 수준으로, 세후 임금이 월 160만 원에 불과하다.

각종 복지 수준도 열악하다. 정규직은 명절상여금을 약 209만 원, 연 2회 지급(공사대표 호봉인 4급 18호봉 기준)하지만 코레일네트웍스는 100만 원이 전부다. 복지포인트도 절반만 받는다.

인력이 부족해 아파도 연차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규정상 2인이 근무해야 할 역에 여전히 1인이 근무해야만 한다. 코레일네트웍스 직원의 약 93퍼센트가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노동자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자회사 정규직’의 모습이다.

한편, 노동자들은 평생 일하고 퇴직해도 국민연금을 33만 원밖에 못 받는다. 그래서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62세까지 정년을 연장하기로 한 지난해 합의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평생 저임금

철도공사와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노동자 처우 개선에 아무 관심이 없다.

지난해까지 철도공사는 위탁비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아 자회사 노동자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해 부족분을 메꿔야 했다.

코레일네트웍스 사측도 위탁비가 부족해 처우 개선이 어렵다고 해 왔다. 그런데 사장이 법인카드로 가족 여행비와 생활비, 정치 활동비, 심지어 담배까지 구입하며 2년 동안 7400여만 원을 유용한 것이 밝혀져 8월에 해임됐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쓸 돈은 없다면서 자신의 담뱃값은 차고 넘치게 쓴 것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위탁비가 늘어 재원이 있음에도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또다시 정부 지침을 근거로 임금 대폭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저임금 공공기관의 임금 인상률은 고작해야 최대 4.3퍼센트다. 이 인상률을 코레일네트웍스에 적용해 봐야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다.

코레일네트웍스에서는 이미 직무급제가 시행돼 왔는데, 근속 기간이 길어져도 임금이 제자리 수준이다.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인 현실이다. 정부가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는 진정한 이유가 임금 억제에 있음을 잘 보여 준다.

내년 공공기관 임금인상의 기준이 되는 공무원 임금인상률이 0.9퍼센트로 결정됐다. 물가인상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올해 위탁비가 늘어나 지급 여력이 있는 만큼 올해는 반드시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문재인은 약속을 지켜라 파업 중인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이 12월 7일 오후 서울역에서 촛불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 ⓒ이미진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정부 부처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 철도공사와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파업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이런 열악한 현실과 사측의 책임 회피는 단지 철도공사 자회사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곳곳에서 열악한 처우에 맞서 자회사 전환 노동자들이 파업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일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서울역 기차 플랫폼에서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지키라며 LED 촛불을 들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도 무섭지만 최저임금이 더 무섭다”는 게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동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만큼은 기필코 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가 더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