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징계하겠다고 발표했다. 1년 반 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비리 혐의 수사로 불거진 청와대-검찰 갈등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발표 후 2주간 정국은 요동을 쳤고, 종지부는커녕 정권의 위기만 심화시켰다.

윤석열은 법원 판결로 이틀 만에 직무를 재개했고, 징계위원회는 두 번이나 연기됐다. 검찰 전체가 법무부(와 청와대)의 결정에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졌다. 법무부는 윤석열 찍어내기에 판사들을 이용하려고 판사 사찰 프레임을 짰으나 먹히지 않았고, 사법부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공개 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12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해야 했다.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입니다.]” 4일에는 부동산 대책 실패로 원성을 한 몸에 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마침내 경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징계 문제에서도 절차를 잘 지키라고 징계위원회에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법원 등에서 절차 문제로 꼬투리 잡히지 않게 제대로 해임하라는 뜻이다.

정권 수사한 검찰총장 찍어내며 반부패 수사(감찰) 기관 만들겠다는 위선 ⓒ출처 청와대

이는 사실, 정권의 부패를 덮어 위기를 막으려다 벌어진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과 위선적인 “권력기관 개혁” 정쟁의 총책임자이자 지휘자가 문재인 대통령 본인임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애초에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법무부 장관이 해임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역풍

그러나 정부가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한 개악과 공작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이틀 앞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에게 관련 법 개정 ‘강행’을 사실상 공개 지시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에 대한] …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과의 충돌은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다.]”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등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려면 8일 각 상임위들에서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 8일 국회 정무위, 법사위 등 상임위 곳곳에서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우파 야당과 진보 야당들을 모두 속이거나 반대를 무시하고 원하는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예상대로 기만적인 국정원법 개정 등을 개혁으로 포장하거나 별 실효도 없는 사회적참사특별법(세월호 2기 특조위법) 개정 등을 포함시켜 개혁을 위한 진통처럼 포장했다. 정치 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핵심 계급 기반인 기업주들을 위해 노동법 개악 등 개악 입법에 전념하면서, 포퓰리즘 전략도 이용한 것이다.

공정경제 3법 통과를 두고 사용자 단체들이 반발했지만, 실제 통과된 내용을 보면 이들의 엄살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재계”의 의도는 더 많은 친기업 개악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특별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고용보험·산재보험 전면화, ILO핵심협약 비준처럼 노동자 운동 측의 요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세월호 진상 규명 관련 법 개정도 생존자·유가족의 바람에 한참 못 미쳤다.

반면 탄력근로제 개악과 노조법 개악안(예고한 것보다 누그러졌지만)은 통과됐다.

“K-방역”을 자랑했지만, 대유행 조짐이 만연해지면서 병상 부족 우려가 현실화됐다. 대비를 거의 안 했으므로 방역 실패 책임론도 만만찮을 것이다.

개혁 포장으로 지지층을 재결집하려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반 추세가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위기가 심화된다는 점 때문에 진보진영 안에서 정권 편을 들어야 할지 정권과 거리를 둬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우파 야당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통행에 맞서 일부 법안에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예고했다.(그러나 탄력근로제 개악 등은 그 전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미처리 등을 비판했다. 정의당 내에는 공수처장 야당 비토권을 삭제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놓고 이견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의당은 여전히 정권의 비리 은폐용 공작인 공수처 설립 자체는 지지하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청와대-검찰 갈등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문재인은 특혜와 비리가 속속 드러나던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반발이 커져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되자 임명 35일 만에 조국을 사퇴시켰다. 정부·여당 말대로 검찰이 억울한 혐의를 씌워서 개혁을 음해하는 것이었다면 버티고 싸웠어야 했다. 친여 단체들이 “검찰 개혁”을 기치로 서초동에 수십만 명을 동원했지만,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지자 문재인은 조국을 사퇴시켰다. 그러고는 조국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그 뒤 청와대와 검찰의 충돌은 모두 여권 인사들의 권력형 부패 혐의 수사와 관련이 있었다. 그래서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연루된 혐의를 수사하던 검사들이 거의 다 추미애에 의해 좌천되거나 사임해야 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건에서 검찰의 공소장은 일부러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임을 시사한 것이다. 울산시장 송철호는 1980년대부터 부산과 울산에서 노무현, 문재인 등과 함께 인권 변호사로 어울렸던 사이다.

옵티머스, 라임의 펀드 사기 의혹도 터졌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펀드 사기 건도 있다. 세 의혹 모두 정권 실력자들에 대한 로비 의혹과 뒤봐주기 의혹이 있다. 이미 청와대 관리들이 두 명이나 구속돼 있다. 이 중에는 비리 관리들을 감찰하거나 걸러내야 할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자도 있었다. 조국이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혐의도 뇌물을 받고 금융 비리를 무마했다는 것이었다. 옵티머스 건에서는 결국 당시 국무총리이자 현 여당 대표인 이낙연이 연루된 의혹이 일부 확인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반발 속에서 검찰과 경찰이 서로 김학의 건과 버닝썬 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버닝썬 건에서는 경찰 간부와 현 청와대의 연계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두 사건 모두 묻혔다.

여권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게 문제라면서 정작 그 둘을 다 가진 공수처를 신설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말한다. 공수처장에 대한 야당 비토권을 없애는 것은 그저 자기 정권의 통제만 잘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수사할 때는 민주당이 ‘영웅’처럼 띄운) 윤석열에게 하고 있는 행태는 공수처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미리 보여 준다.

이제 대중은 검찰이 얼마나 부패하고 억압적인지 안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의 권력형 부패 혐의를 수사하는 것까지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그렇다고 검찰을 응원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키고 이명박·박근혜 구속에 박수 친 것은 민주당 정부는 부패해도 상관없다고 여겨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감싸기는 심지어 친기업 개악의 주체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경향이 있다. 의료 산업화를 주구장창 추진하고 있는 것이나 경찰력 강화 등 권위주의적 통제를 늘리는 일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8~9일 국회에서 봤듯이, 위기 속에서도 개악의 칼자루를 쥔 것은 문재인 정부다. 진정으로 진보적인 사회 변화를 바란다면, 문재인 정부와 철저하게 단절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정부의 위선과 미온성, 개악에 맞서 싸워야 한다.


검찰의 월성 핵발전소 폐쇄 관련 수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검찰은 경북 월성 핵발전소 폐쇄 관련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이 직무정지에서 풀리자마자 한 일은 관련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승인한 것이었다. 핵심 혐의는 감사를 앞두고 감사원에 제출해야 할 경제성 조작 관련 문건들을 몰래 삭제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 건으로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백운규가 기소돼 있다.

월성 핵발전소 폐쇄는 핵산업을 국가 전략적, 경제적 이유로 발전시키려는 우파가 지속해서 반대해 온 것이다. 감사원이 1년 동안 감사를 벌였다. 우파 야당 국민의힘이 감사원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7000쪽에 이르는 감사 보고서를 검찰에 제공했다. 한마디로, 핵발전소 폐쇄에 반대하려고 벌인 감사와 수사 의뢰인 것이다.

검찰은 아마도 자신들이 당한 모욕을 되갚으려고 우파의 지지를 이용해 실정법 위반이 분명해 보이는 이 건을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듯하다. 검찰은 삭제를 실행한 실무자들에게서 장관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받아내려는 듯하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특히 안전 때문에 폐쇄하는 것이 절대 옳다. 그것이 사회 전체에 안전하고 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설령 형식상 위법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것은 전혀 부차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만만찮은 탈핵을 위해 월성 핵발전소를 폐쇄한 것은 아니지만, 월성 핵발전소 건은 다른 권력형 부패 의혹과 구별해야 한다.

한편, 위법 여부가 부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한국에서는 기업의 정치 자금 제공을 처벌하지만, 미국에선 합법이고 대통령 선거 같은 전국적(또한 국제적) 이벤트에선 단연 최고 화젯거리이다. 정경유착을 합법화한 것이므로 미국 정치 시스템이 더 부패한 증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사실 도긴개긴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위법 여부로 부패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없음은 명확하다. 가령 조국의 자녀 표창장이나 인턴 수료증 위조, ‘스펙 품앗이’ 같은 일들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 난다고 해서 그것이 특권층의 특혜 세습을 위한 불의한 부패 행위라는 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노동계급의 도덕은 종종 실정법과 일치하지 않는다.

검찰의 월성 수사를 비판한다고 해서 탈핵 약속을 배신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핵발전소 해체 산업을 육성하려고 했다. 게다가 문재인은 검찰의 이반으로 공석이 된 법무부 차관 자리에 정권과 매우 가까운 LKB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 출신이자 월성 건에서 전 산자부 장관 백운규의 변호인을 맡고 있던 이용구를 임명했다. 이용구는 윤석열 찍어내기 공작의 일부임이 곧바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검찰이 막강해서거나 우파의 반격이 먹혀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침체와 부동산 폭등 문제는 지속적인 위기 요인이다. 대중의 삶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약속한 개혁들을 대놓고 배신해 놓고 부패 감싸기를 민주주의 수호라고 떠들어대는 오만한 위선을 보면서 대중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윤석열 찍어내기 후폭풍은 이런 배경 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정권의 무리수와 자충수가 국가기관 안에서 검찰을 이반케 하고, 그것이 더한층의 민심 이반을 낳고 있다. “부하”들이 이반했다는 점에서 권력 누수이고 레임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지난해 조국 때와 다른 점이다. 지난해에는 검찰 안에서도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윤석열 라인을 지지하지 않는 검사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올해 추미애가 인사권으로 윤석열 라인을 쳐낼 수 있었다. 또한 당시에는 진보·좌파 안에서 노동자연대 같은 혁명적 좌파를 빼면 문재인 정부의 조국 비리 감싸기에 대한 분명하고 예리한 비판을 찾기 힘들었다. 좌파 중에는 양비론을 취하거나, 검찰 개혁(지극히 공상적이고 부자연스런)을 주장해 첨예한 정치 쟁투 속에서 정권에 대한 정면 비판을 회피한 곳들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아직 윤석열도 검찰 내에서 실권이 있었다. 그래서 조국 건뿐만 아니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도 수사하라고 지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반의 폭이 훨씬 넓다. 민주당 차악 논리의 설득력이 약화된 것이다. 이는 문재인의 개혁 배신으로 이미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이반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지난해 이맘때와 달리 측근들이 대거 잘려나갔고, 수사에 관여하기도 어렵고, 도리어 자기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되는 식물총장 상태다. 그런데도 지금 검찰 전체가 정권에 반기를 들며 윤석열 편에 서고 있다. 판사들도 청-검 갈등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청와대를 곤경에 빠뜨렸다. 아마 추미애가 윤석열을 해임하고 물러나도 후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정권의 힘이 빠지고, 내년 상반기 재보선을 앞두고 정권의 구심력이 약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파와 적폐 세력의 반격 때문이 아니라 정권 스스로 개혁 배신과 위선으로 자초한 위기이다. 진보·좌파가 정부 비판에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은 대중의 이반을 왼쪽으로 향하도록 하기 위해서이지, 검찰을 편들기 위함이 아니다. 무엇보다 현재 자본주의 국가의 수장이 누구인가, 누가 개악의 압도적 주체인가를 봐야 한다. 이가 빠지고 날이 무뎌져서 그렇지, 검찰 문제에서도 아직도 칼자루는 문재인 대통령이 쥐고 있다.

부동산 대책 실패는 문재인 정부의 위기를 불러온 중요한 요인이다 ⓒ이미진

문재인 정부와 완전 결별해야 한다

국가 기구들 사이의 분열은 정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두면서도 포퓰리즘 전략으로 그동안 세계적 추세인 정치적 양극화를 국내에서 어느 정도 억제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의 위기가 불러올 정치적 불안정은 이런 양극화를 다시 촉진할 수 있다. 진보·좌파가 문재인 정부와 결별하지 않고 있으므로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가 되고 있다.

노동운동의 대표적 3조직(민주노총, 정의당, 진보당)이 문재인 정부와 결별하지 않는 데에는 시스템 내 개혁을 지향하는 개혁주의 전략 문제도 있다. 하지만 기층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정부와 협력해서는 개혁을 얻을 수 없다는 게 갈수록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개혁주의 지도력은 혼란과 지지기반 잠식을 겪을 것이다. 

새로운 압력이 기층의 투쟁에서 생겨나야 한다. 좌파의 과제인데도 일부 좌파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비판하면서도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는 식으로 부패 문제를 은근히 회피한다. 문재인의 부패 감추기는 그것이 그가 진보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서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여기에 초점을 맞춰 분명하게 비판하지 않으면 좌파는 노동운동이 문재인 정부의 기만·개악과 단절하도록 이끌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개혁 배신에 실망한 대중, 특히 노동자와 보통의 청년들의 실망과 불만을 대변하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이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앞세워 진보를 참칭하고, 진보진영의 대표적 조직들도 정부와 결별하지 않는 것 때문에 민주당에게 실망한 (정치적 경험도 미숙한) 청년들 사이에서 ‘진보와 좌파는 죄다 내로남불인가’ 하는 의심이 자랄 수 있다.

당장은 민주당도 싫지만 국민의힘은 더 싫다며 무당층이 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리라는 법도 없다. 정치 위기의 배경에는 심각한 경제 침체가 자리잡고 있으므로 이런 정치 상황은 정치적 불안정뿐 아니라 불확실성도 키우는 듯하다. 선명하고 비타협적인 정권·체제 폭로가 필요하다.


현 정치 상황의 특징과 과제

첫째, 윤석열 문제는 추미애와 윤석열의 갈등이 아니라 집권층 부패 의혹을 수사하려는 검찰과 그것을 막으려는 청와대 사이의 갈등이 본질이다. 책임자이자 지휘자는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다.

둘째,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검찰이 불러온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 이전에 이미 개혁 배신과 부패를 덮으려는 위선 때문에 환멸이 자라났고, 문재인 정부는 지지층 이반과 지지율 하락 위기를 겪고 있었다. 청-검 갈등과 검찰의 이반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촉매제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비록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운동 지도자들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그 목적은 자본주의 국가의 현 관리자로서 체제를 수호하는 데 있다.

셋째, 지금의 갈등과 정치 불안정은 세계적 추세의 일부이다. 지금 세계는 경제 침체, 코로나19 팬데믹, 국제 질서 불안정, 기후 위기 등이 결합된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이는 정치 불안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를 반대하는 저항이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다. 한국 지배자들도 마찬가지 요인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 지배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야기하는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효과적으로 전가하기 위해 (특히 이윤을 위해) 국가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두고 서로 다투는 것이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공수처 소동에는 권력층 수사와 체제 안정의 관계라는 문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시기 한국에서는 정치 불안정이 아래로부터의 대중 저항보다는 국가기구 내 갈등으로 먼저 표출되고 있다.

넷째, 문재인은 부패하고 억압적인 검찰을 ‘개혁’한다면서, 마찬가지로 부패한 경찰의 힘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훨씬 더 방대한 조직이고 일상적으로 평범한 서민들을 괴롭힌다. 이는 정부가 말하는 “권력기관 개혁”이 체제 불안정에 대응하는 성격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검찰이나 경찰, 국정원, 법원은 체제 수호 구실을 하는 억압적인 자본주의 국가기구로, 진정한 민주주의 방향으로 개혁될 수가 없다.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홍보는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룰 것처럼 말하며 사람들을 현혹해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할 뿐이다. 사법적 양보(덜 억압적이고 좀 덜 불평등한 수사나 판결)는 오로지 체제에 도전해 그것을 흔들 때 제한적이고 일시적으로라도 얻어 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위선적인 검찰 ‘개혁’을 지지해서는 얻을 수 없는 효과다.

다섯째, 노동운동은 위기를 겪는 체제와 그 수혜자들에 대한 반대를 모아내고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그러려면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거나 적당히 반대해서도 안 된다.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단절하고 국가기관 내 갈등을 활용해 개혁 배신에 실망한 노동자·청년을 기층에서 분기시켜 저항의 진정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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