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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 확대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12월 9일 새벽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개악 법안들이 통과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레임덕이 시작되는 가운데 필사적으로 정권 수호를 위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 개혁으로 포장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기습 처리는 실은 청와대와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를 약화시키고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다.

노동개악안 처리도 문재인 정부의 계급적 본질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보여 준다. 정권에 대한 지지가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변함없이 기업주들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아 기업주들이 정부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환노위에서 통과된 개악안은 광범한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심각한 개악이다.

노동 존중은커녕 공격 일변도 ‘노동 존중’이 쓰여진 관을 들고 행진하는 노동자들 ⓒ이미진

대표적으로 탄력근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개악안이 통과됐다. 탄력근로제는 법에 정해진 단위 기간 동안의 평균 노동시간만 주 52시간으로 맞추면, 그 내에서는 사용자들 마음대로 노동시간의 길이·배치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번 개악으로 단위 기간이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되면, 6개월 이상 최대 주당 64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전과 달리 연장근로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덜 수 있다.

게다가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선택근로 산정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는 내용도 이번 개악에 추가됐다. 이는 사용자들과 야당이 탄력근로 확대만으로 부족하다며 추가로 요구해 온 개악의 일부를 정부와 여당이 수용한 것이다.

선택근로제는 정산 기간 내의 노동시간 평균을 법정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탄력근로제는 일 근로시간 상한이 12시간으로 정해져 있는데 반해 선택근로제는 일간, 주간 노동시간 상한 제한이 없어 일 24시간, 주 100시간도 가능하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면, 계산상으로는 3개월 중 1개월 동안 676시간(52시간×13주)을 몰아 일해도 제재할 수 없다.

정부는 이런 개악을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보완 입법이라며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들에게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시켜 줘 사실상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사용자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이 대폭 허용돼, 노동조건 악화, 임금 삭감, 압축된 장시간 노동과 생활 리듬의 파괴 등 노동자들의 조건과 건강을 크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957시간으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길고, 과로사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개악까지 추진된 것이다.

게다가 이번 개악은 2019년 경사노위 합의보다도 더 개악된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합의’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위선인지를 보여 준다.

노조법도 개악

한편, 정부와 여당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 개정이라면서 노조법도 일부 개정했다. 노동계가 크게 반발한 개악 중 일부만을 제외했을 뿐, 여전히 개악이 포함된 안을 ILO 핵심협약 비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지만, 기업별 노조의 경우 임원·대의원은 사업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제한하고 있고, 해고자나 산별노조 간부 등의 작업장 내 노조 활동도 제약하고 있다. 교사·공무원의 경우에도 해고자·퇴직자의 노조 가입은 허용됐지만, 여전히 온전한 노동기본권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점거파업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은 외면했다.

정부와 여당은 다수당 지위를 이렇게 개악을 밀어붙이는 데 휘두르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태일 3법과 같은 개혁 입법들은 외면하면서 말이다.

이번 노동개악에 양대노총은 모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 단체들은 노동개악에 대한 실질적 항의 행동을 확대해 가야 한다. 노조법 개악뿐 아니라 탄력근로제 개악과 같은 광범한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를 낳는 개악에 진지하게 항의를 조직해야 투쟁의 동력을 키울 수 있다.

지금은 정권 핵심부가 연루된 부패 의혹과 이를 무마하려는 정부의 무리수가 국가 기관 내 분열을 심화시키는 상황을 이용해 저항을 전진시킬 수 있는 기회다. 검경 개혁 같은 정부의 포퓰리즘 수사에 휘둘리지 말고 부패 문제와 같은 정권의 치명적인 약점을 공격하면서 대중의 불만을 대변하고 노동개악에 대한 항의를 키워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