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퇴근 시간 무렵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는 영상이 여러 방송사를 통해 일제히 방송됐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는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이후 미국, EU 등이 유행처럼 채택하는 구호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선정적으로 부각시키며 기업 지원책을 열거하는 경우들이 많을 뿐, ‘탄소 중립’ 운운할 만큼 대단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발표된 적은 없었다.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화석 연료에 의존해 성장해 왔기 때문에 어느 국가도 그 뿌리에 메스를 들이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각국의 ‘탄소 중립 선언’ 물결은 언론 플레이 성격이 강하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도 예외가 아니었다.

‘탄소 중립’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최소한 다음 두 가지는 제시돼야 한다. 첫째,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로 줄일 것인가? 둘째, 남아있는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려면 그만큼 어디선가 흡수 혹은 상쇄해야 하는데 그 방안은 무엇인가?

그러나 이런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 대신 정부는 석탄 발전을 감축했다는 거짓말을 다시 반복했다. 그러나 국내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는 중단했지만 기존에 계획된 발전소들은 그대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전체 석탄 발전량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 석탄 화력 발전소 수출에도 앞장서고 있어 국제 환경 단체들의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 지원과 세계적 경쟁력을 강조한 것은 수개월 전 ‘그린 뉴딜’을 발표할 때와 똑같았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재생가능에너지(태양·풍력 등)가 빠르게 보급되지 못한 것은 바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화석연료(석유·석탄·가스 등) 기업들과 화석연료로 생산한 에너지를 이용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이윤 경쟁 때문이었다. 제국주의 열강은 이들의 이윤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그래서 역대 한국 정부는 과거에 제시한 꾀죄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완전히 무책임하게 내팽개친 바 있다. 문재인이 살아있을지도 알 수 없는 ‘2050년 탄소 중립’ 약속이 지켜질까?

이처럼 알맹이도 없는 연설을 요란하게 한 것은 기후위기보다는 최근 지지율의 하락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온건한 NGO 등의 지지를 다잡기 위한 성격이 더 큰 듯하다. 월성 핵발전소 감사 결과 논란이 주요 정치 쟁점이 된 것도 그럴 필요성을 키웠을 것이다.

이렇듯 문재인의 탄소 중립 선언에는 환경에 대한 진지한 대책이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는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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