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은 12월 8일 한 연설에서 ‘취임 후 100일 이내에 백신을 1억 회 접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마스크 착용 권고, 교사 수 충원 등 거리두기를 위한 조처도 강조했다.

바이든은 미국인들을 코로나19 재난에서 구할 수 있을까?

먼저 바이든이 뭘 하든 트럼프 정부에 비해서는 나아 보일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던 10월 9일 트럼프의 백악관 비서실장 마크 메도우는 CNN과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통제하지 않겠다” 하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은 신뢰할 만한 무료 검사를 늘리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물자생산법에 따라 개인보호구 생산도 늘리기로 했다. 바이든의 계획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올해 4월 미국 우정청이 제안한 것처럼 집집마다 마스크가 배달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이 모든 것을 거부했다.

바이든은 주州정부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백신 생산과 보급에 250억 달러(27조 원)를 쏟아부어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병원들이 치료비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그러려면 정부가 이를 강제해야 할 것이다. 민간병원들과 보험사들은 지금도 연방정부 예산이 들어간 코로나19 검사 비용을 환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바이든의 계획에는 코로나19와 다른 질병에서 인종 간 격차가 줄어들도록 하기 위한 위원회 신설도 포함돼 있다. 지금 미국은 확진자 현황을 카운티(한국의 도 규모) 단위로만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우편번호(동 규모) 단위로도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규모를 고려하면 바이든의 계획으로는 사태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

예컨대, 바이든은 역학조사관 10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조지 워싱턴 대학의 피츠휴 뮬란 보건인력 형평성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역학조사관들이 영웅적으로 일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미네아폴리스와 세인트폴의 대도시 하나만 해도 역학조사관 6000명이 필요하다. 미국 전체를 감당하려면 10만 명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다.

미국 자본주의 구출하기

현재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1700만 명이 넘고, 매일 20~30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하루 사망자도 1500명을 웃돈다. 18개 주에서 병상이 부족해졌고, 넘쳐나는 환자를 수용하려고 환자들을 조기 퇴원시키고 있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의료진들은 인력 부족 때문에 격리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다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육류공장의 집단 감염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주 노동자들이 밀집한 산업과 지역의 경우 역학조사에는 훨씬 많은 인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휴대전화나 공식 신분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주민 정책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놨다.

이런 계획조차 바이든이 시행에 옮기려면 공화당과 협상해야 한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기 어려우리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재난지원금도 지난해 초 한 차례 1200달러(130만 원가량)를 지급하고는 일절 없었지만 추가 지원 계획도 그 절반 밖에 안 된다. 정부가 자본가들에게 거의 무제한의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생산직·농업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계속 출근해야 하지만,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어느 주지사도 이들을 위해 작업 정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바이든의 계획에도 이런 조처는 포함돼 있지 않다. 

바이든에게도 코로나19 통제 계획의 일차적 목적은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트럼프와 차이가 있다면 바이든은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통제해야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본다는 점뿐이다.

바이든은 선거 직후 기업주들과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불러놓고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경제를 원래 궤도로 돌려놔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노동자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로 일터에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코로나19를 통제해야 합니다.” 

바이든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전등 스위치가 아니라 다이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황에 따라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세조정이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여러 나라들의 경험에서 보듯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바이든은 병원들이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청구해선 안 된다고 했지만, 기존 비용이 저렴한 게 결코 아니다. 보험사들은 이른바 ‘오바마케어’가 적용되는 경우에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바이든의 계획 하에서도 약값은 제외된다.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나 ‘쿵푸바이러스’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베이징 지사를 복구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보듯 감염병을 ‘외부의 위협’으로 묘사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태도는 이후 감염병 예방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예컨대 코로나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은 곳으로 알려진 중국 남부 지역의 농장 중에는 미국 기업인 골드만삭스가 소유한 곳도 많다. 외부의 적이 아니라 미국 기업들을 규제해야 한다.

코로나19 자문단을 소개하는 바이든과 해리스 무엇을 하든 트럼프보다 낫겠지만 문제 해결에는 턱없이 못 미칠 것이다 ⓒ출처 Joe biden(트위터)

오바마 정부 하의 감염병 유행

바이든은 전임 민주당 정부인 오바마 정부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퇴치를 위해 노력한 데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공공보건 정책은 아무리 후한 점수를 줘도 실패를 반복한 것 이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오바마 정부 하에서 신종플루, 에볼라, 조류독감, 지카 바이러스가 퍼졌고, 아이티에서는 유엔군을 통해 콜레라가 퍼졌다. 항생제 내성과 약물 중독도 증가했다. 오바마 정부의 국립과학재단과 국립보건원은 농축산업과 산림파괴, 구조조정, 자본 순환 등이 감염병 유행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바마의 전쟁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에서만 130만 명을 죽였고, 시리아와 리비아, 이라크에서 피부 레이시마니아증이 창궐하게 만들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다며 파키스탄의 소아마비 예방 캠페인을 망쳐버렸다.

오바마 정부의 주택 정책은 웨스트나일바이러스가 캘리포니아의 버려진 주택들에서 창궐하도록 만들었고, 식품 규제 완화는 식중독 대란을 불렀다. 오바마 정부 하에서 CDC는 디즈니랜드가 감염병에서 안전하다고 승인해준 바 있는데 그로부터 2년 뒤 디즈니랜드에서 홍역이 퍼졌다. 

오바마 정부의 CDC는 인체 감염까지 일으킨 조류독감이 발견된 미국의 대농장이 어딘지 비밀에 부쳤다. 국립동물보건연구소네트워크 등 공적 기관들에서 균주와 병인 유전체 분석이 이뤄졌지만, 그 결과는 해당 산업계를 제외하고는 들여다볼 수 없도록 기밀 처리됐다. 

이런 조처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린 40여 년간 공공보건의료체계는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망가지고 사유화돼 왔다.

중구난방 코로나 자문단

바이든이 임명한 코로나 자문단을 이끄는 3인의 대표를 봐도 그들이 일관된 정책을 펴기에는 완전히 뒤죽박죽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흑인 여성인 마르셀라 누네즈 스미스는 예일대학교 공중보건학 교수로 코로나19 유행의 인종적 ‘불균형’을 해결하는 임무를 맡게 될 듯하다. ‘건강 불균형’이라는 용어는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인종 간의 차이나,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위해 고안된 용어다.

그러나 흑인과 라틴계의 코로나 사망률이 백인의 갑절 가까이 되는 것은 단순히 몇몇 정책 때문이 아니라 미국 사회에 뿌리박힌 인종차별 때문이다. 마르셀라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가 바이든 정부 하에서 질병의 인종 간 불균형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른 대표 마이클 오스터홀름은 미네소타대학의 감염병 전문가로 감염병 위험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그는 4~6주간 노동자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해 완전한 봉쇄 조처를 취하자고 최근 제안한 바 있다. 옳은 입장인데, 바이든은 이에 대해 입장 밝히기를 회피했다. 

하지만 오스터홀름은 축산업계를 옹호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의 공장형 축산업이 감염병 위험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또 중국에서 처음 ‘무증상 감염 전파자’가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을 때, “17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해 왔지만 잠복기에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험이 많은 바이러스 학자가 돌연변이 가능성에 대해 이런 식으로 단정하는 일은 흔치 않다. 

나머지 한 명은 이지키얼 이매뉴얼로 그는 오바마의 전 수석 보좌관 람 이매뉴얼의 형이고 자문단 내에서도 가장 혐오스런 인물이다. 그는 2019년에 이렇게 소신을 밝힌 바 있다. ‘70~90세가 되도록 열심히 산 사람들이 늙어서 하는 ‘일’은 대개 노는 것이다. … 그런 삶이 의미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앞으로 요양원들에 어떤 조처를 취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요컨대, 바이든 정부가 미국인들을 코로나19 재난에서 구출할 것 같지는 않다. 바이든은 그보다는 미국 자본주의를 구출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트럼프와는 다른 방식으로 평범한 미국인들을 희생시킬 것이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같은 아래로부터 운동만이 미국 노동계급의 삶을 지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미국의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생물학자인 롭 월러스가 11월 22일 〈트루스아웃〉에 기고한 ‘Biden’s COVID Plan Is Better Than Trump’s, But Still Far From Sufficient’을 많이 참고해 쓴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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