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하드 브렉시트를 낳을 정치적 선택들

[ ]안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동자 연대〉 편집부에서 넣은 것이다.

보리스 존슨은 브렉시트 협상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고 있다 ⓒ출처 Number10(플리커)

우리는 여전히 브렉시트라는 절벽 끝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에서 무역 협상이 타결되든 안 되든, 우리는 하드 브렉시트[유럽연합과의 급격한 단절]와 상당한 경제적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런 결과는 필연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유럽연합이 브렉시트를 이런 방식으로 다루길 원했기 때문이다. 보수당 소속 전 유럽의회 의원인 다니엘 해넌은 〈텔레그래프〉지에 흥미로운 글을 기고했다. 해넌은 유럽연합이 테리사 메이 정부의 취약함과 무능함을 보면서 점차 요구 수위를 높인 과정을 간략하게 묘사한다.

심지어 유럽연합은 노딜 브렉시트[향후 관계를 협상하지 않은 채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에 대비해 충격을 완화하는 비상 조처들에 대해서도 영국이 “공정 경쟁의 장”을 인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공정 경쟁의 장”은 영국더러 유럽단일시장을 떠난 이후에도 그 시장의 규칙을 따르라는 것이다. 유럽연합 측의 핵심 요구인데 이에 굴복하라는 것이다.

유럽연합 측 협상 대표 미셸 바니에와 영국에 있는 그의 여러 옹호자들은 언뜻 보기에 이 터무니없는 조건을 정당화하려 한다. 그들은 영국이 제 갈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크고 가까운 나라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다. 프랑스와 그 동맹국들은 영국이 규제에서 자유로운 “템스강의 싱가포르”가 돼 [유럽연합 규제를 피한 덕분에 원가를 줄여서] 자신들을 경쟁에서 제칠까 봐 두려워한다.

그런데 영국이 유럽연합 측에 요구해 온 경제적 관계는 1990년대 스위스가 유럽연합과 여러 조약을 통해 맺은 경제적 관계와 비슷하다. 그리고 유럽연합은 그런 관계를 바꾸기 위해 스위스도 괴롭히고 있다. 유럽연합의 행보가 단지 영국의 특수성 때문만은 아님을 시사한다.

오늘날 유럽연합은 제국을 지망하는 세력으로서 경제적으로 처신하고 있다. 회원국에게 자기 정책을 강요할 뿐 아니라(그리스의 긴축을 보라) 이웃 나라들에게도 그렇게 한다.

둘째, 브렉시트가 지금처럼 된 것은 현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과 보수당 우파가 원하던 바이기도 하다. 영국의 경제 주권을 되찾는 것이 그들의 주요 목표였다. 이를 위해서라면 이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자아낼 혼란도 기꺼이 무릅쓰려 했다.

존슨에게서 원칙이라는 것을 찾아야 한다면, 그나마 ‘주권주의’를 그 후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존슨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무능하게 대처하면서 많은 정치적 자산을 잃었다.

최근에 도입한 3단계 방역 체계는 보수당 평의원들에게서 엄청난 반발을 샀다. 그들 중 많은 수는 존슨이 유럽연합에 지나치게 양보한다고 판단되면 존슨을 반역자라고 규탄할 것이다. 존슨에게 이는 협상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갈 강력한 동기가 된다.

셋째, 지금과 같은 브렉시트는 [전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이 [2019년 총선에서 패배하고] 총리가 되지 못한 대가다. 2017년 6월 총선에서 [코빈의] 노동당은 브렉시트를 수용했고 폭넓은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거의 승리할 뻔했다. 이런 브렉시트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2017년에 코빈이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머쥐지 못하자 노동당 우파가 코빈 지도부를 몰아내려고 체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코빈이 유대인 혐오자라는 거짓말을 주도하고 거기에 권위를 실어 줬다. 언론들에게 야단법석을 떨 먹잇감을 던져 줬고, 이는 지난해 노동당의 총선 선거 운동에 매우 해악적이었다.

다른 한편, 노동당 우파는 그들의 하수인인 키어 스타머[현 당 대표]를 통해 코빈을 압박해서 제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약속하게 했다. 그 덕에 보수당은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유럽연합 탈퇴표가 많았던 노동당 선거구들을 손쉽게 노릴 수 있었다.

노동당 내 유럽연합 잔류파는 2018~2019년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문제로] 난맥상에 빠졌을 때 자신들의 영향력에 관해 망상에 빠져 있다가 존슨의 손에 놀아났다.

이처럼, 우리에게 닥쳐 오고 있는 하드 브렉시트는 결코 필연적이지 않았다. 이것은 유럽연합과 영국 공식 정치 내의 온갖 행위자들이 내린 정치적 선택의 결과다. 이를 이해해야 지금 사태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또, 이를 이해해야 브렉시트 협상 실패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에 끌려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영국] 좌파 진영 내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몰두해 있다. 이번 사태 전개에서 근본적인 요소 하나는 바로 영국 급진 좌파가 취약했다는 것이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영국 급진 좌파는 유럽연합 잔류든 탈퇴든 강력한 반자본주의적 방향을 제시하기에는 너무나도 취약했다. 2017~2019년 브렉시트를 둘러싼 위기 동안에도 나름의 해결책을 관철시킬 만큼 강력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급진 좌파가 받는 지지가 모자란 것은 아니다. 코빈을 중심으로 결집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여 준다. 우리는 승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주제
국제 유럽 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