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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민주당 의원, 차별금지법 발의 예정:
성소수자 차별 금지 포함했지만 보수 개신교 눈치 보느라 구멍 숭숭

차별 금지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 우파 눈치 보기일 뿐 2017년 12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대회 ⓒ이미진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조만간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서 법안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민주당 의원의 차별금지법 발의는 7년 만이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발의하면서 처음 세상에 나왔지만 여태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차별금지법은 경총을 비롯한 재계와 보수 개신교계가 학력, 성적지향 조항 등을 문제 삼으며 반대해 무산됐다. 이후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몇 차례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지만, 보수 개신교계의 눈치를 보며 후퇴와 배신을 거듭해 왔다.

급기야 2017년 대선 때 문재인은 보수 개신교계를 찾아가 ‘염려 말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올해 총선에서 민주당 사무총장 윤호중은 성소수자 문제를 두고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성소수자 문제에 냉담한 정부와 민주당 주류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려는 것은 일보 진전이다. 특히 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성소수자들은 민주당이 이제라도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포함시킨 것을 다행이라 여길 것이다.

이는 최근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위기가 심화하고 지지 세력의 이반이 느는 상황에서, 진보 엔지오들의 지지를 잃지 않으려는 시도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그런데 이상민 의원안은 한계가 크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종교 기관에서의 해당 종교와 관련된 행위’를 예외로 둔다는 점이다.

물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도 예배나 설교와 같은 종교 행위를 그 대상으로 하진 않는다. 예배나 설교 같은 ‘정치적 주장’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규율 대상을 고용, 교육, 재화·용역·시설, 행정 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로 한정하고 있다. 보수 개신교 인사들이 ‘차별금지법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만 해도 잡혀간다’ 하는 식으로 호들갑 떠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이상민 의원안은 ‘종교 단체에 소속된 기관’까지도 예외로 뒀다. 이는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학교, 병원, 언론, 사회복지시설 등을 모두 포괄할 수 있고, 그러면 예외가 지나치게 넓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을 보면, 이 나라에 종립학교가 145곳, 종립 요양 의료기관이 399곳이나 된다. 이런 기관들은 공공 영역의 일부이고, 많은 경우 국가나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런 기관 일체를 예외로 두게 되면 법안에 구멍이 숭숭 나는 것과 다름없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이 조항이 “종교기관은 차별금지법 적용에서 면제되는 특권적인 지위에 있다는 인식을 증폭”시킬 수 있고 “실질적인 차별의 구제 및 해소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 알려진 내용을 보면 정의당 법안과 비교해 차별 구제와 실효성에도 약점이 있다. 정의당 법안은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보복성 불이익 조처’를 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게 했고(유일한 형사 처벌 조항), 차별을 한 기관이나 행위자에게도 입증 책임을 배분하도록 했다. 이상민 의원안은 이런 점이 빠져 있다.

그런데도 보수 개신교 교회는 이상민 의원안을 거품 물며 반대하고 있다. “정의당 안과 유사한 ‘동성애 독재법’”이라고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엄포도 놨다. 허점이 많더라도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공인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것 자체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보는 것일 테다.

물론, 이것은 보수 개신교계의 극성스러운 편협함을 다시금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이러저러한 타협안으로 법안을 후퇴시켜 이들을 설득시키려는 시도도 무망함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