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23일 네 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이번 장관 교체는 대중의 불만을 달래어 문재인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다.

교체 대상이 이 점을 보여 준다. 국토교통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지층에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집값 폭등과 그 대응 실패(오히려 조장)가 민심 이반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엔지오 출신 인사를 새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실세 측근이자 현역 의원인 전해철이 내정됐다. 행안부는 선거 관리 주무 부처이자 최근 “검찰 개혁” 입법과 코로나 방역 덕분에 힘을 늘린 경찰을 지휘한다. 현 정권의 핵심 보루인 것이다. 전해철이 내년 재·보선(서울·부산 시장 포함)은 물론이고 내후년 대통령 선거도 관리할 수 있다.

코로나 혼선

정부는 때마침 코로나19와 관련해 병상·의료진·백신 확보에서도 난관에 처해 있다.

백신 확보 실패에 관한 대통령, 국무총리, 관련 부서장들의 발언은 서로 충돌하고 계속 바뀐다.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백신 확보 시도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청와대가 묵살했다고 하고, 대통령은 자신의 백신 확보 지시를 관료들이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국무총리는 정부가 방심했다고 실토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병상 확보도 제대로 안 해서 병원에 가 보지도 못하고 숨지는 환자가 발생했다. 올 봄 대구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었다. 그때와 8월 휴가철 직후, 병상 부족 위험 신호가 이미 왔는데도 대책을 세워 놓지 않았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다른 나라의 수십 분의 1 수준인 확진자 규모를 ‘K-방역’의 자랑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그런 확진자 규모에서도 병실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죽는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공공의대 설립 문제로 의사협회·전공의들과 충돌했던 문재인 정부가 막상 공공병원 설립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 것이나 민간병원 병상 동원에 소극적인 것 등은 이 정부의 방역 치적 홍보가 거짓이었음을 보여 준다.

집값 상승은 그대로인데, 어설픈 추가 대책이 전월세 가격을 되레 올렸다. 게다가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집값 상승이 일어나는 연쇄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가계 대출을 함부로 억제하기도 어려우니 오히려 거품 위험은 더 커진다.

게다가 위기 모면용 인사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토부 장관 내정자 변창흠의 망언과 거짓이 폭로되고 있다.

변창흠의 구의역 김군 관련 망언은 이 정권 인사들이 산재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잘 드러낸다

노동자 안전보다 정권 안전

변창흠은 세종대 교수 출신으로, 2000년대 중반 소위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불로소득 환수와 공공 개발 등을 주장했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발탁돼 SH(서울주택도시공사) 공사 사장이 됐고, 문재인 하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됐다. 그러나 공기업 사장이 됐을 땐 부동산 원가 공개나 분양가 상한제 같은 대단찮은 것조차 실천하지 않았다.

SH 사장 시절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던 청년 노동자(“김군”)가 안전 관리 부실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때 변창흠은 SH 공식 회의에서 사고를 김군 탓으로 돌렸다. 김군의 부주의 탓에 서울시 전체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박원순 책임론을 걱정한 것인데, 정부 지지율 떨어질까 봐 코로나 감염자를 비난하는 요즘 친정부 인사들과 비슷하다.

또한 변창흠은 비정규직 전문인력을 뽑을 때 무기계약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이내 나 몰라라 하면서 일부는 해고하고 일부는 엉뚱한 업무 전환을 제시해 모욕했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서민들을 멸시했다.

이 밖에도 태양광 사업이나 SH 고위직 채용에서 친민주당 인사들에게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변창흠은 하나 마나 한 세 줄짜리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청문회 직전에 변창흠이 자기가 일했던 엔지오를 딸의 고입 스펙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국을 연상케 하는 일이다. 그런데 친여권 인사들의 대응도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변창흠만한 부동산 개혁가가 없으니 업무와 무관한 일로 기회를 빼앗지 말고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그런 논리로 임명해 제대로 된 개혁을 한 사례도 없거니와, 변창흠 자신도 SH·LH 사장 시절에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며칠 사이에 경기도 평택 등 전국 건설 현장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벌어졌다. 이 현장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에 산재를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자가 과연 적합하냐는 항의가 당연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군의 동료 노동자들인 서울교통공사 PSD1지회는 변창흠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군이 일했던 서울교통공사도 서울시 공기업이지만 넓게 보면 국토교통부 관할이다.

노동운동은 지금 산업재해에 대한 사용자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이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지도자들을 달래려 임명한 인사가 역효과를 내게 생긴 것이다. 아쉽게도 12월 22일 오전까지 민주노총·정의당·진보당 지도부의 공식 논평은 없다. 정의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달라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조국 때처럼 민주당 변호에 힘을 싣고 있지는 않다. 정의당 원내대변인 장혜영 의원은 18일 변창흠의 사과를 요구했다. 심상정 의원은 22일 반걸음 더 나아가, “국민의 이해와 유가족의 용서가 전제될 때만” 장관 후보로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변창흠 지명 철회를 공개 요구했다. 진보당 청년 부문도 중앙당과 다르게 김군의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20일 자진사퇴(또는 청와대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거리두기에 성공하려면 일부 지지층 이반을 감수하며 과감하게 정치적 도박을 감행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노동운동 전체에 도움이 되는 “선 넘기”이다.

문재인의 포퓰리즘 전략, 난관에 봉착 

문재인은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자신의 왼쪽(특히 엔지오 지도자들)을 향해 손짓을 보내지만, 변창흠 막말 논란은 이조차 만만치 않은 현실을 드러낸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민주화 운동이나 사회운동 리더 출신자들을 임명해 진보진영의 지지를 얻어 내려고 하지만 그 인사들 다수는 이제 중간계급의 일부가 돼 있다. 새 세대 활동가나 기층 노동자들이 과거 운동 경력을 보고 현재 그들의 모순을 너그러이 보아넘기기에는 객관적 현실의 모순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

가령 변창흠의 산재 발언은 이 정권 인사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잘 드러낸다. 지금 노동운동은 합심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업주들은 강경하게 이 법에 반대한다. 문재인은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친기업 노선을 추구하면서 운동 지도자들의 협조를 받아 내는 식으로 하려 해 왔는데, 이런 포퓰리즘 전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중첩된 경제 침체 때문이다.

또, 문재인은 여권 고위 측근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는 데서도 검찰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반감을 이용하려고 해왔다. 그러나 검찰이 부패했다고 해서 부패의 정황 증거들과 직접적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는 여권 인사들이 정치적·윤리적·법적 책임을 모면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리고 위선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조국 수사는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현 검찰 수뇌부에게 민주적 통제를 따르지 않는 항명 세력이라고 비난하더니, 막상 징계 사유로는 윤석열이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있음을 제시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져서 힘을 분산시켜야 한다더니, 수사권·기소권에 수사 이첩권까지 있는 공수처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최근 문재인 지지율이 30퍼센트대로 떨어지고 부정평가가 60퍼센트에 육박한 주요 원인이다. 검찰이 대중에게 불신받는 기관이 아니라면 문재인 지지율은 더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을 징계하려고 임명한 법무부 차관 이용구한테서도 문제가 터졌다. 임명 한 달 전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를 탔다가 기사에게 가벼운 폭행을 한 일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이를 조직적으로 감싸고 은폐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경찰의 내사종결 조치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것과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용구 사례는 문재인 “검찰 개혁”이 서민을 위한 것이기는커녕 권력자들에게나 유용한 것임을 보여 준다.

어찌나 다급했던지 문재인은 22일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윤석열의 불복으로 더 공공연해진 청-검 갈등에서 청와대를 지지해 줄 것을 대놓고 요구했다. “권력기관 개혁 문제로 여러 가지 갈등들이 많습니다. 헌법 정신에 입각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도록] ... 헌법기관장님들께서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지금 윤석열 징계취소 소송이 법원에, 공수처에 대한 헌법소원청구가 헌재에 계류돼 있다.

우파의 반사이익 얻기를 막으려면 

문재인이 위기에 빠지자 우파 야권연대 움직임이 시작되는 듯하다. 안철수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는 자신이 정권 교체의 디딤돌이 되겠다고 했다.

안철수와 국민의힘 모두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위선에 질려 등을 돌리는 중도층을 노린다. 국민의힘이 부동산 실패 등으로 일부 반사이익을 얻고는 있지만, 문재인에게서 이반한 다수는 “원조 부패” 국민의힘에게 곧바로 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안철수는 자신이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고 반문 연대를 주도해 보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개혁에 반대한 부패 원조들이 개혁 배신에 대한 대중의 실망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역겨운 일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못지 않은 위선과 야비한 책략을 부릴 것이다. 안철수는 4년 전 문재인보다 먼저 박근혜 퇴진을 주장했는데, 지금은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권력을 노린다. 그때도 지금도 얄팍한 기회주의 술수를 부린다. 여기에 최근 검찰이 (월성 핵발전소 수사로) 우파의 지지를 얻으려고 해서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결국 공식 정치 안에서 주류 양당이 날카롭게 분열해 있고, 개혁 배신에 대한 실망이 어느 세력에 의해서도 제대로 대변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 불안정도 커지고 있다

그 와중에 역겨운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면 그것은 민주당이 감히 진보를 참칭해 오며 개혁 염원을 배신해 우파의 사기와 자신감을 올리는 것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와 철저히 선을 긋는 선명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이 약 4년간 보인 행태는 우파에 맞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것에 진보성이 거의 없고, 민주당 정부와 개혁 동맹을 맺는 전략이 실패했음을 또다시(김대중 — 노무현에 이어) 드러냈다. 노동운동이 가짜 진보에 환멸감을 느끼고 있는 진정한 진보(개혁) 염원 대중을 설득하려면 이 쓰디쓴 진실을 인정하고 문재인과 매번 날카롭게 대립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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